산이이야기

폐왕성지 가는 길에

이바구아지매 2008. 11. 4. 04:58

.2008년 11월 2일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09시경

남편이랑  둘이서...

고향이 거제도라고 하면서도 여태 못 가보고 숙제로 남겨 둔 '폐왕성지'를 걸어서 가

 보기로 하였다

 

폐왕성지는 아득한 역사속의  인물인 고려시대 제 18대 의종왕의 피맺힌 한이 서린

유배지로  정중부의 반란으로 비운의 역사속 인물이 되었다

 

출발지는 거제시 사등면 성내리에서 12km라는 표지판을 보며 걸었는데...

 

 남편의 뒷모습도 멀리서 보니 사자같지는 않다

마치 길 가는 나그네같기도하고, 고고학을 연구하러 가는  사람 같기도 하다.

 

 추수끝낸 들판에 푸른 풀들이 쏙쏙 올라와서  파랗게 수 놓고

염소도  풀 뜯으며 한가로운 11월의 그림을 그리고...

 아직도 남녘의 햇살에 주렁주렁한  끝물인 방울토마토가 담장에서 햇살바라기를 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감은 서리를 맞고도 매달려 있겠다. 아주 달콤하게, 그리고

까치밥으로 겨우내 서너개는  대롱대롱 달려있겠지?

 먼 발치에서 일하는 농부아저씨를 포착하고

 궁금해서 여쭤보니 ...구지뽕이라요...어데서 왔소...연초에서 왔어요...

ㅎㅎ 나도 모르게 본적지를 대고 말았다

구지뽕...암에 참 좋단다 ,당뇨에도 좋고...야생이라서 약효가 뛰어나다고

말씀하신 아저씨

 약20cm크기로 잘라서 묶음을 만드시는데 구지뽕은 야생으로 산과 밭 언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뽕나무로 옛날, 누에를 키울때 뽕잎이 모자라면 이 구지뽕잎을

 먹이기도 하였다. 

 

 

 "아저씨, 어느 산에서 베어 오셨어요?"

"허허 그건 말할 수 없고 ... 기막히게 좋은 약재는 틀림없어요"

아저씨는 구지뽕나무를 삶아서 물을 마실거라고도 하셨고...

 저수지인지? 호수인지,능수버들이 늘어진 사이로 오리떼가 한가로운

참 아름다운 11월의 시작이다

 

 다랭이논들이 참 이쁘다

 온 들판에 억새들이 하얗게 잘 말라서 후루루 날아 갈 채비를 하고...

 

 콤바인으로 논 갈다가 오줌 마려워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다시 콤바인기로 가는 아저씨...멀리서 소변하는 모습도 살짝 눈팅하였다

 다랭이논 갈아서 다음엔 무얼 심으실까?

너무 멀어서 물어보지는 못하고...

 

 황토찜질방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니 가던 길 멈추고 찜질방에 가서

찜질이나 실컷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더라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토막 난 땔감들

 다 찜질방에 땔감으로 쓰인다는 ...

오늘은 길을 얼마나 걸어야할지???

 국화옆에서... 소지맘이는 국화랑 함께  포즈를 ...

 사등면과 둔덕면을 경계로 하는 지역이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작가 이순원, 대관령을 넘으면서 아들과

나눈 대화형식으로  아주  멋진 글을 썼는데 우리도

"아내와 함께 걷는 길" 남편과  함께 걷는 길" 을 쓴다면???

ㅎㅎ 모두가 아류작이고 별 재미없겠다.

 

 우리가 걷는 길은 안개 자욱한 날이었다

 "이게 구지뽕나무네 "

남편이 스틱으로 가리키는 가지는   금방 베어 낸 나무

"아까 아저씨가 톱으로 자르고 계시던 구지뽕나무가 바로 여기서"

"길은 제법 먼 산인데... 와 신기하다 바로 이 나무?

표시 해 놓고 가야지 ㅎㅎ 내년에는 우리가 와서 찾을 수 있게"

 

 

 

 이 곳에  길이 만들어지다 ...1996년에 임도를 내다

 터벅터벅 소리나는 자갈길...언젠가 또 흙이나 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길로 변하겠지 그런 얄궂은 빛깔로 바뀌지 말기를...

 산토끼.다람쥐는 어데가고 도토리만 가득하여라

 알밤은 다 까 가고 빈 까시집만 널부러져 겨울내내 바람에 휘휘 쓸려 다닐 터

 솔향이 바람에 실려 오는 날 우리는  나의 조상이었을수도 있는 의종왕의 한이

맺힌 성터인 폐왕성지로 가고 있다

슬프디 슬픈 역사속  비운의 주인공 .  그 분의 흔적을 더듬어 보려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