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일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09시경
남편이랑 둘이서...
고향이 거제도라고 하면서도 여태 못 가보고 숙제로 남겨 둔 '폐왕성지'를 걸어서 가
보기로 하였다
폐왕성지는 아득한 역사속의 인물인 고려시대 제 18대 의종왕의 피맺힌 한이 서린
유배지로 정중부의 반란으로 비운의 역사속 인물이 되었다
출발지는 거제시 사등면 성내리에서 12km라는 표지판을 보며 걸었는데...
남편의 뒷모습도 멀리서 보니 사자같지는 않다
마치 길 가는 나그네같기도하고, 고고학을 연구하러 가는 사람 같기도 하다.
추수끝낸 들판에 푸른 풀들이 쏙쏙 올라와서 파랗게 수 놓고
염소도 풀 뜯으며 한가로운 11월의 그림을 그리고...
아직도 남녘의 햇살에 주렁주렁한 끝물인 방울토마토가 담장에서 햇살바라기를 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감은 서리를 맞고도 매달려 있겠다. 아주 달콤하게, 그리고
까치밥으로 겨우내 서너개는 대롱대롱 달려있겠지?
먼 발치에서 일하는 농부아저씨를 포착하고
궁금해서 여쭤보니 ...구지뽕이라요...어데서 왔소...연초에서 왔어요...
ㅎㅎ 나도 모르게 본적지를 대고 말았다
구지뽕...암에 참 좋단다 ,당뇨에도 좋고...야생이라서 약효가 뛰어나다고
말씀하신 아저씨
약20cm크기로 잘라서 묶음을 만드시는데 구지뽕은 야생으로 산과 밭 언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뽕나무로 옛날, 누에를 키울때 뽕잎이 모자라면 이 구지뽕잎을
먹이기도 하였다.
"아저씨, 어느 산에서 베어 오셨어요?"
"허허 그건 말할 수 없고 ... 기막히게 좋은 약재는 틀림없어요"
아저씨는 구지뽕나무를 삶아서 물을 마실거라고도 하셨고...
저수지인지? 호수인지,능수버들이 늘어진 사이로 오리떼가 한가로운
참 아름다운 11월의 시작이다
다랭이논들이 참 이쁘다
온 들판에 억새들이 하얗게 잘 말라서 후루루 날아 갈 채비를 하고...
콤바인으로 논 갈다가 오줌 마려워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다시 콤바인기로 가는 아저씨...멀리서 소변하는 모습도 살짝 눈팅하였다
다랭이논 갈아서 다음엔 무얼 심으실까?
너무 멀어서 물어보지는 못하고...
황토찜질방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니 가던 길 멈추고 찜질방에 가서
찜질이나 실컷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더라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토막 난 땔감들
다 찜질방에 땔감으로 쓰인다는 ...
오늘은 길을 얼마나 걸어야할지???
국화옆에서... 소지맘이는 국화랑 함께 포즈를 ...
사등면과 둔덕면을 경계로 하는 지역이다
"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작가 이순원, 대관령을 넘으면서 아들과
나눈 대화형식으로 아주 멋진 글을 썼는데 우리도
"아내와 함께 걷는 길" 남편과 함께 걷는 길" 을 쓴다면???
ㅎㅎ 모두가 아류작이고 별 재미없겠다.
우리가 걷는 길은 안개 자욱한 날이었다
"이게 구지뽕나무네 "
남편이 스틱으로 가리키는 가지는 금방 베어 낸 나무
"아까 아저씨가 톱으로 자르고 계시던 구지뽕나무가 바로 여기서"
"길은 제법 먼 산인데... 와 신기하다 바로 이 나무?
표시 해 놓고 가야지 ㅎㅎ 내년에는 우리가 와서 찾을 수 있게"
이 곳에 길이 만들어지다 ...1996년에 임도를 내다
터벅터벅 소리나는 자갈길...언젠가 또 흙이나 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아스팔트길로 변하겠지 그런 얄궂은 빛깔로 바뀌지 말기를...
산토끼.다람쥐는 어데가고 도토리만 가득하여라
알밤은 다 까 가고 빈 까시집만 널부러져 겨울내내 바람에 휘휘 쓸려 다닐 터
솔향이 바람에 실려 오는 날 우리는 나의 조상이었을수도 있는 의종왕의 한이
맺힌 성터인 폐왕성지로 가고 있다
슬프디 슬픈 역사속 비운의 주인공 . 그 분의 흔적을 더듬어 보려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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