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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전화 호출로 ~~~ 달려간 곳 ~~ 나의 분신인 디카도 같이 갔습니다
12월의 시골풍경이 참으로 고즈녁합니다.
어머니댁에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도 아낌없이 담아봅니다 .
동네 어느 집 논에 황토흙으로 매립을 하네요
저렇게 매립을 하고나면 논가격이 껑충 뛰지요 자식들이 참 좋아하겠습니다.
날씨가 정말 포근하여 봄인줄 알았습니다.
이제 시골에는 심심한 계절이 왔습니다.
얼마전에 왔을때는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렸더니 이제 까치 밥 하나만 달랑 달려 있습니다.
어머니댁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머니가 챙겨 준 몸빼옷 갈아 입고 장갑끼고 모자도 갈아쓰고 밭으로 올라갑니다
오늘은 제가 힘센 장사가 되어 배추뽑고 무 뽑아 마당까지 가져다 날라야 합니다
우리집에 힘쓰는 사람이라곤 저 밖에 없으니...
도대체 몇번이나 이고 날라야 할지 앞이 다 캄캄해옵니다
어머니는 이제 힘이 없어서 언덕배기를 배추며 무를 가져다 나를 수가 없으니 ... 다행한 것은
오늘 날씨가 무지 포근하다는 것 ...
우리집 풍경입니다
배추밭에 배추가 가득입니다
이 많은 배추를 언제 가져다 나를는지요?
각오는 단단히 하였지만 그래도 눈물이 납니다
농촌의 일이란 건 정말 순식간에 힘이 들고 흙먼지가 묻어서 놀랄정도로 시골티가 팍팍 납니다
셀카로 소지맘의 몸빼입은 모습을 담아야하는데 거울이 없어서...
저 많은 배추들을 언제 다 캐서 옮기나?
누가 ??? 천하장사 강호동이도 저 배추 보면 놀라서 뒤로 자빠지겠다 ... 에공 일 하기 싫어라...
호랭이보다 더 무서운 울어머니... 덩치는 작아도 매사에 너무 야무져서 오히려 이럴 때는 마음속으로 화가 가득납니다 요 배추들을 옮겨서 김치 담그면 우리가족이 다 먹느냐? 아니지요
사촌조카네들까지도 김장을 울 어머니한테서 해가요 그러니 이 많은 배추를 언제 다 갔다 내리느냐구요.?
"왜 나만 용을 쓰고 힘들어야 하냐고요(배용만버전)???"
만져보니 배추통이 얇고 단맛이 가득합니다
김치를 담그면 아주 맛있겠어요 어머니는 배추도 아주 맛있는 씨앗을 12,000원 주고 사다 심었다네요
일반배추씨보다 2,000원 더 비싼 품종의 씨앗이라 맛있을거라고 몇번이나 강조하셨는데...
배추 싱싱하고 좋죠?
저는 다라이에다 이 정도 배추를 8포기씩 담아서 언덕배기를 오르락내리락 이렇게 서너시간 하였습니다
도대체 몇포기를 갖다 날랐는지 속으로 세어 보았는데 자잘해서 그런지 2백포기가 넘더군요
게다가 무까지 다 갖다 나르니...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아침도 굶고 와서 일을 했더니 배가 무지 고파서 장독대로 가서 먹을 게 있나 단지의 뚜껑을 열어 보았습니다 .
다행히 장독속에는 아주 맛있는 연시감이 가득 들어 있어 젤 큰 연시감을 꺼내서 베어먹으니 어찌나
맛있는지 정말 둘이 먹다가 한사람이 죽어도 모를 맛이더라구요
하나로는 성에 안차서 다시 단감도 두개 꺼내서 아그작거리며 베어물고 배추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무이예 제 뱃속에 거지가 들어 앉았나봐예 ㅎㅎ 어무이가 아무리 숨겨 놓아도 금방
찾아내지예 연시감하고 단감요"
" 그래 잘 묵었다 먹으라고 독에 안넣어났나 집에 갈때도 다가져가라 아들하고 갈라묵어라"
큰 연시감을 먹고나니 배가 금방 불룩해지고 힘이 불끈 솟아서 배추다라이를 이고 펄펄 날았습니다.
"참 어무이예, 배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안했어예 빨리 포즈를 잡아보이소".
"내 그랄 줄 알았다 자 되었나 ~~배추~~"
아궁이의 장작불로 청어도 구웠습니다
지글지글 타는듯한 고소한 청어가 익어가는 냄새를 맡고 고양이가 금방 달려와서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저 먹을거 준비하는줄 착각하니 얄미워서 부지갱이로 탁 쳐서 쫓아버리고...
점심 때 맛있게 먹을 청어구이가 어찌나 고소한지 고양이가 자꾸만 아궁이 근처를 서성거리며
눈치를 보아 대가리를 떼어 던져주니 좋다고 넙죽받아서 입에 물고 지붕위로 가버렸습니다.
다라이에 배추를 계속 여 나르는데 맛있는 김치 냄새가 솔솔 풍겨서 냄새가 풍기는 곳의 문을 열어보니
정애언냐가 김치를 담고 있더군요 어찌나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지 배추다라를 내려놓고 김치를 쭉 찣어 먹어보니 간도 잘 맞고 양념도 잘 베여 자꾸만 손이 가서 김치를 쭉쭉 찣어 먹었습니다.
선자리에서 작은 포기 하나를 절단내었더니 양념으로 잘 버무린 두포기를 집에 가져가라고 주시네요
오잉 호잉~~ 이런 횡재를 ~오늘 저녁은 요 김치랑 밥 먹을겁니다 ~~너무 좋아서, ~~너무 맛있어서~~
정애언냐의 김치 담그기...큰아들,작은아들,딸네집것 한다고 한 2백포기 하나봅니다
정애언냐는 김치담그는 선수더군요 노래도 잘하고 ... 허리가 아파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김치맛은 일품이엇지요.
절인 배추, 이렇게 배추가 짤막하고 얇아야 고소하고 맛있어요
소금으로 간하는 시간은 8시간이 적당하며 세번정도 뒤벼주는 것 중요해요
물기는 몇시간 빼고 너무 물기를 빼도 말라서 맛이 없어요.
정애언냐가 김치속을 버무립니다
사진이 좀 떨었어요 정애언냐는 언제나 멋쟁이라서 요리연구가처럼 멋진 모습으로 일하시더군요
에궁 좀 잘 찍어드렸어야 하는데...
울 어무이가 독 안에 넣어 둔 연시감 ...한 겨울에 먹으면 정말 맛 있어요.
장독대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서 보니 요렇게 동치미도 한독 가득하네요
한겨울에 국수말아 먹고 냉면만들어 먹어도 맛있지요 동치미국물 시원하고 차거운 걸 먹으면서 첫눈이 오기를
기다려 볼랍니다.
서너시간을 오로지 배추를 혼자서 이고 날랐더니 배추군단이 되었네요.
커다란 독에다 무도 가득 넣었습니다 이렇게 보관하여 겨울에 먹으면 맛있거든요
독 맨아래는 신문지를 가득 깔았습니다 요것도 제가 가파른 언덕길 오르내리면서 이고 나른 ...흐뭇한 결실
집에 가면 몸살이 날것 같습니다
하지만 땀이 흘렀어도 기분이 흐뭇합니다
바지개로 져 날랐으면 더 빨랐겠지만 ...
시골의 12월은 아직도 바쁘기만 합니다
얼음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 온돌방에서 배 깔고 뭉기적거리려면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요.
일요일에는 1차 김장을 하고 다시 12월말경이나 내년1월초에 2차 김장을 할겁니다
조금 번거로워도 여태 김장김치를 담그보니 한 겨울에 배추가 한번 얼고나니 더 아삭아삭하여
맛있었다는 제 경험으로 ... 어머니도 귀신같이 맛을 알아챈다고 너털웃음 웃으시더군요
"가나에미가 이제 김치맛을 제대로 알아가네 안 굶어 죽것네"
어머니가 챙겨 바리바리 싸 주시는 찬거리를 들고 집을 나서니 고양이가 시골집 지붕에서
빙그레 웃고 있더군요.
<08,12,3 연초면 송정리 밭에서 김장준비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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