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화장실에서 웃은 죄

이바구아지매 2008. 12. 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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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떵집 ...>

 

"나 이대로 죽으면 어떡해?"

"죽긴 왜 죽어 ...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거야  빨리  병원에  가 봐

그리고  병원가서 결과 알고나면 전화 꼭 해"

 

11월 어느날부터  오른쪽 다리  무릎에 작은 물집하나가 생기더니

터뜨리니 그길로 무릎주위가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넓어지고   가려워서

손톱으로 자꾸 긁었더니  긁을수록  500원짜리 동전만해져 가고,

미련을 들이대고   며칠 그러다가 낫겠지 하고 일요일엔 산에 가고   밤에는

해안도로를 쓰데댕겼다

 

왜 이런 요상한 부스럼같은것이 생길까?

며칠 지나니    발목 위쪽으로 또  모기가 콕 하고 문 흔적을 한  10원짜리만한 

 동그랑땡이  생겨서 또 가렵기 시작하고

  이틀쯤  지나니 이번에는 왼쪽 다리의 장딴지까지도  몇곳이 똑 같은 증세를 보였다 ...

그래서 그런지 허벅지가 땡기고 아프며 몽오리가 생기고  걸으면 뻣절려서 힘이 들었다.

옷을 벗어 보면  염증이 생긴 부위에서 진물이 줄줄 흘러 내리고 옷이 올라붙고...

목욕탕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

별게 아닌줄 알고 있다가 낭패를 본 뭉기적거림의  결과...

자가진단으로 '쯔쯔가무시병'이 아닐까?

시간이 지남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고..

 

병원에 가 볼까?  하다가 곧 낫겠지 하고  다시 뭉기적대기를  황소고집처럼  내밀다가

그러기를 보름정도  끌었나?

그래도 한솥 밥 먹고 한이불 덮고 자는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 놓았다

"여보, 내 다리에 종기가 오글오글 해 ... 무슨 병일까? 아파서 견디기 힘들어 "

"혹시 암??? 암이란 원래 부스럼덩어리잖아 ... 병원 가 봐  괜찮아질거야"

암이란 소리를 들으니 순간부터 기분이 야릇해지고...

혹시 내가 암에 걸렸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까?

어둠속에 깨어나서 그만 뒤척이며 아침을 맞고 ...

 시간에 쫓기듯

남편이 화장실로 갔는데 ~~~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나오질 않아서  빨리 나오라고  놀부마누라처럼 소리를 괙꽥질러댔다

"빨리 나와 출근해야지   자기가 늦게 나오면 흥부집아이들 줄줄히 지각한단 말이야"

"킥킥킥 "

"아니 왜 킥킥거려?"

"에이 한 참 기분좋단 말이야 지금..."

"이게 무슨소리야 ... 하긴 떵을 훑어내니 시원하고 기분 좋겠지 ..."

한 참 만에 나온 남편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뭐가 그리 기분좋아???"

"뭐 아무것도 아니야 "

"참 싱겁게 .."

 

 

낮에 병원엘 갔다

의사선생님

" 습진입니다   처방전 해 드릴테니 약국 가셔서 ... 약 드시고 또 그러면

한번더 병원 나오세요 잘 생긴 저도 한번 더 보고..."

하고 농담마저 건네었다

 휴 하고   남편한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순간적으로  장난이 발동하여 엉뚱하게

(@#$%^&~~) 아주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말았는데~~~

 

 그날 밤 잠 자려고 누웠더니  남편이 이불을 덮어주며 

" 내일은 맛있는 것 사 먹고 옷도 한벌 사, 친구들이랑 여행도 댕겨 오고... "

이런다  속으로 ㅋㅋㅋㅎㅎㅎ 하면서도 꾹 참았다

 

다음 날   다시  남편을 놀려 먹는 재미도 쏠쏠하여

한낮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니 괜히 그랬다는 생각에  겁이 덜컹 나서 남편한테  전화를  하여

내가 지어낸이야기라 이실직고 하였더니...

"괜찮아  ... 사실은 나 화장실에서 왜 웃은 줄 알아?"

"몰라"

"아 드디어 나도 장가한번 더 갈 기회가 왔구나 ..라고 ㅎㅎㅎ 그런 상상을 하니 신이나서

 우하하하하~~"

"아니 뭐라고!!! 그런 흉칙발랄한 생각을 하였다고 ... 그래 장가 새로 가봐

누가 나처럼 다섯이나 낳아 줄 여자  있음 나와보라고 해 요 착각쟁이야   에구  츠암 나쁘다

그래서 희생하고 살 필요없다구 알뜰하게 살 필요도 없고 나도 이제 바람도 실컷 피울거다

알았어 이젠 밥도 안할거고 집 청소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안 돌보고 ...내 마음대로 할거야 알았어?대답 해 보라구 ?"

하고폰으로 고래고함을 질러댔는데

멍멍멍  벌써 전화가 끊어져있고 뺑덕어멈소리만 하늘로 퍼져 나가고...

심수봉이가 노래 하더라

"남자는 다그래"

라고 ...  엉큼하긴...

  화장실에서 너무 신이나서 킥킥킥  ??? 그렇게 안 봤는데 ...

에나 저 얄궂은 중국 화장실에나  골로  가라  그기서  하루종일 웃어보시지  중국떵들과

노래하며 춤춰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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