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란 녀석과 함께하기는 무지 춥다
손톱만큼의 햇살이라도 더 비춰주면 좋겠다고 궁시렁거리며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머리위에서 펄럭이던 깃발소리 ...칼바람을 가득 베어 문 깃발소리에 고개 들어 보니 ... 어라 머리위에 섬하나가...
배너광고에 홀라당 벗은 알몸의 두 죄수가 시린 엄동설한에 마루타가 되어버릴듯한 ... 강렬한 이미지
연극 "아일랜드" 와 인연은 이렇게 시골길에서 맺어지고...
2008년 12월29,30,31일 나는 온통 연극 아일랜드의 바다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렸다
아무런 지식과 정보가 없어 인터넷으로 검색 한다고 저녁밥을 태우고 아이들에게 스스로
챙겨먹으라고 부탁하니 아들놈이 궁시렁대며 한마디 톡 쏜다
" 울 엄마, 아일랜드 바다에 풍덩 빠지셨네 허우적대다가 힘빠져도 건져주지 말아야지..."
"아들, 너도 뭔가에 미칠듯이 빠져들어 봐 무엇이든 열심인것 보기 좋아 "
하고 삐딱선을 탔는데...
내가 본 연극 " 아일랜드"는...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들의 권력에 도전한 흑인 죄수 들의 이야기다
감옥에서 만난 두 장기수 존과 윈스톤 ...
극장은 섬이고 무대는 섬에 있는 감옥이고 객석의 관객들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죄수에 불과하거나
이들을 감시하는 간수이거나 혹근 이들을 감싸주는 시원한 바닷바람,갈매기,또는 들꽃과 바윗돌...
오랜 감옥생활에 찌든 존과 윈스톤은 낮에는 고된 작업을 하고 , 밤에는 감방에서 죄수연예회에서
공연할 안티고네를 연습한다.
안티고네는 그리스 신화속이야기로 ...
Antigone
스핑크스를 처치한 오이디푸스는 여왕과 결혼하고 테베의 왕이 되었다. 어머니이자 아내와
의 사이에서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 그리고 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가
태어났다. 비극, 그후...
오이디푸스가 테베의 왕이 된후 계속 흉년이 들고 전염병이 돌자 델포이 신탁에 묻게
되었는데, 결국 오이디푸스의 출생의 비밀과 그가 저지른 일들이 밝혀졌다.
여왕은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미쳐 자기의 눈을 후벼 빼고 테베를 뒤로하여 방랑의 길을
떠났다. 오이디푸스가 방랑생활을 할 때 끝까지 시중을 들어준 여인은 기가 막히게도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안티고네였다.
프로이드가 학설로 체계화시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학술용어로 친숙한, '근친상간
과 존속살해'라는 비극적 신화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이 '안티고네'이다.
부정한 세상에 홀로 순수한.....
Antigone from `Antigone` by Sophocles(oil on canvas)
Marie Spartali Stillman(1844~1927)
폴류네이케스의 주검을 거두어주는 안티고네
그 옆은 동생 이스메네
안티고네는 운명에게 철저하게 저주받고 두 눈을 도려버린 아버지이자 오라버니, 오이디푸스의 여생을 지켜낸다.
이제 모든건 마무리 지어졌다 생각했었는데, 비린내 나는 역겨운 운명은 아직도 피가 모자랐나보다. 고향 테베로 돌아왔을 때, 그곳은 왕위를 원하는 오이디푸스의 혈육들이 서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난리통에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왕위를 놓고 싸우다 둘다 죽고 만다.
어부지리로 왕위를 얻은 외삼촌 크레온이 하는 짓 역시 가관이다.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를 성대히 치르고 반역이라 생각되는 폴리네이케스는 짐승의 밥이 되게 한다.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짐승의 밥이 된 시체의 주인은 황천으로 갈 수 없이 구천에 떠돌아야 한다.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려 하는 자는 참하리라."
하지만, 안티고네는 하늘의 법도를 따라, 당당히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른다.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땅속 깊이 지하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오래지 않아 굶어 죽으리라.
즈음에서 나라에 갑자기 흑사병이 창궐한다. 크레온은 나라에 덥친 재앙을 멈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받는다.
신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걸까??
신탁을 읽은 크레온은 부디 안티고네가 아직 살아있기를 바라며 서둘러 지하감옥으로 내려가지만, 이미 안티고네는 숨져있다. 세상이 내리는 죽음이 드리우기 전에 이미 스스로 목을 매어 숨을 거둔 것이다.
안티고네는 끝내 비뚤어진 세상에 굴복하지 않았다.
안티고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옳았다. 신탁은 이러했으니,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펌) 작 아돌 후가드
연출 심봉석
출연 김진홍, 이삼우
이 연극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안티고네를 알고 넘어가야 한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윈스톤은 연극 아일랜드에서 안티고네이기 때문이다 연극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
(2편이 계속됩니다)
![]() |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아침 (0) | 2009.01.01 |
---|---|
연극 '아일랜드'의 바다에 빠지다(2) (0) | 2008.12.31 |
아득한 그리운 냄새가... (0) | 2008.12.25 |
나에게 쓰는 편지 (0) | 2008.12.23 |
결혼이야기(2) (0) | 2008.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