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어머니의 정원

이바구아지매 2009. 4. 17. 15:31

어머니의 호출로 달려갔다.

봄이 기지개를 켜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정원은  겨우내  게으름에 익숙해져 있던  농부를 다구쳐서 밖으로 내몬다.

나긋나긋한 날씨는  푸른들판에 갖가지 꽃무늬로 수를 놓으니  붕붕 뜬 마음으로  어찌   일이 손에 잡힐까?

일에 열중할려면 주위의 풍경이 단순해야 하는데 볼거리가  너무 많아  산만하여 일에 능률이 오를리가 있나?

세상이 온통  꽃천지여서  곁눈질에,흐트러진 심기에   열심히 일할 자세는  애시당초 글렀다

그래도 불러 준 어머니의 그 아름다운 성의를 봐서 "나 죽었소" 하고 일하는  시늉은 내어야지...

오늘따라 왜그리 어머니의 정원은 넓기만 할까?

 

 

어머니의 정원으로 가는 길...

 

 

들판에는 자운영이 가득 피었고 ...나비춤을  추며 날아드는 희고 노란나비들 ...자운영 꽃 위에 앉아서

꽃을 희롱하는지?

 

 

 

자운영,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고 , 소도 좋아하고...

 

 

딩굴어도 좋겠다.

 

 

무논

 

 

논 바닥에 가득한 몰라꽃...

 

 

 

 

 

평식이네 ...

 

 

어머니의 정원 ...

 

 

모란모란모란이...

 

 

초피나무(산초나무,제피나무) 요것도 가득 땄다

살짝 데쳐서 맛있는 젓국에 담그라고 ...그리 해 봐야지 ...그럼 그 맛난 것 누가 먹을까?

연광이가 먹지 ...

 

 

꽃잔디 

 

뽕잎이  연두빛으로 여리디여린것이 ...

 

 

까맣게 오디도 열릴테고...누에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소나기 소리내며 달려들어 뽕잎을 난도질쳐내던 누에의 식성 ,,,

저만치서 소나기 소리가 다시 들린다.  

 

 

 화투장에서도 유혹을 하더니...

 

 

어머니의 정원 ...모델 김말연여사님...올해도 많은 다작을 부탁드리니 돈타령은 마시고  무조건 출연 해 주세요 ...

 

 

아직도 철거하지 않은 허새비...이대로 가을까지 쭈욱 ...

 

 

감낭개 ...

 

 

오늘 할일은 바로 요것 ...돌나물 걷기 ...

 

 

돌나물 걷어서 물김치 담아야하는데 ...언덕에서 뻗어나가는 돌나물 줄기가 어째 꽃 보다 더 예쁜지...우째 걷어낼까?

 

 

시골집은 지붕이 빨갛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림처럼 예쁘다

여러채 서로 어우러지면  예쁜 그림이 된다.

이 중에 몇 채의 빨강 지붕은 어머니의 정원...감나무가 있는 집이...

 

 

며칠째 감기로 구들장 신세를 지다가  억지로 일어나지 않으면 며느리와 손자들 굶어 죽을까봐 일어나셨다고 ...

며느리? 두 며느리가 있는데...?  나라고... 이런 감동...아직도 기침을 콜록이면서 ,네팔여인처럼 옹치싸매고...

 

 

어머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 소담스런 돌나물 무더기를 발견하고 마치

희망봉이나  발견한듯 좋아서 소리 지르시네

"꽃 보다 돌나물..."

"ㅎㅎ 어무이도 참 , 꽃 보다 말연이..."

 

 

올해도 우리집 오래감나무는 감이 주렁주렁 열리겠지...곧 감꽃도 예쁘게  피어날테고...

 

 

감잎차 만들려고 여린 순도 조금 따고...

 

 

감잎 따서 예닐곱번  볶아 두었다가 감잎차를 만들어 먹으면 그 차맛은 ... 고소하고 은은한 비타민덩어리 ...감보다 비타민이 무려

열배나 많다고 ... 감잎차맛은   커피보다 , 녹차보다 ,보이차보다...훨씬 더 ...

 

 

어머니의 정원에서   일하기 싫어 도망치다시피   뒤도 안 돌아보고  멀리로 쭈욱 달려  집으로 가는 길에...

"에고 나는 딸같이 하는데 지는 청상 날 시어매로 대하네..." 이런 소리가 등을 떠민다. 

어머니,  죄송해요 ... 일하기는 정말 싫어요 ...

가만 생각 해 보니 마음보가 심술궂고 나쁘네.

 

 

ㅎㅎ  다시 찍사로 돌아가니 참 좋다 보는것으로만  훨씬 더 매력넘치는 시골풍경.

 

 

 순연이네  집으로 가는 오솔길

 

 

 

단풍나무도 꽃을 피우는 ... 은경이네

 

 

송정리...

 

 

송정리 버스정류장에서 ...아랫마을은 충해공원묘지를 따라서 천곡,주렁으로  가는 길...

주렁에 가면 예쁜 친구 애숙이도 살았고 ...

성옥이,광자,범석이,만석이가  저거동네 놀러오라고 하던  예쁜 시골마을 ...

어라... 버스가 오네  타고 슈웅~~

 오늘도 어머니의 정원에서 일하고 나른하여 또 버스에서 스르르...

"내리세요 종점입니다."

어 또 한참을  걸어야겠네.. 맨날 차만 타면 이러니 집에는 언제 가 ?

또 차 탈까? 그럼 또 자고 ..또  깨워서 내리고... 내가 지군가 돌고 돌게?...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게 다 "어머니의 정원"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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