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거제 독봉산

이바구아지매 2009. 4. 19. 06:19

느릿느릿하다가 토요일 오전이 번개같이  지나가버리고

 오후 시간 느즈막히  빨래를 하려고  세탁기를 막  돌리기 시작하니

전화벨이 울린다

"나올래 고현으로  영화 한편 보자 3시표 예매할게  지금 출발해서 오면 되겠네 "

"이제 막 빨래 시작했는데?"

"그냥 담궈놓고 와 좋은 영화야 "책 읽어 주는 남자"  명작이다   남편이 좋은영화 보여줄려고 하면 금방 달려와야지..."

한통의 전화로 마음이 바빠지는 순간에도  세탁기는 빨래를 안고 부지런히 돌아간다

 세수도 안 했고 머리도 엉망이고 준비하고 나가려면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서  도착하면 이미 영화는 끝나버리겠고 ... 

순간 스치는 멋진 생각 ...

"@#$%^..."

나의  멋진 계획에  적극 동의를 하는 남편... 

 전화를 끊고는 바로 원드우먼처럼 행동이 빨라져서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듯  일을 끝내놓고 헐레벌떡 고현으로 달려갔다.

 영화는 분위기 좋은 밤에  보기로   멀찌감찌로 밀어놓고...

계획대로 산으로 출발 ~~

오늘은 거제시  중곡동에 있는 야트막한  독봉산에 올라 보기로  한다.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간,      독봉산의 산책로에 올라서니  손 잡고 데이트 하는 젊은연인들이  간간히 보일 뿐 산은 텅텅 비었다.

들머리는 거제시  중곡동  고려아파트 건너  육교 옆으로 ...

 

 

중곡동 육교위에서

35년정도 되었나? 이 곳은 바다였는데 삼성조선소가 들어오면서

매립하여 아파트 숲이 되었고  아직도 사람들은 매립지라는 말버릇이 고쳐지지 않아" 매립지매립지 "하니   무심코 쓰는 말이  버릇이 된 듯...

고현의 신시가지로 발돋음한지도 제법 되었다.

 

 

좋은영화는 꼭 보고야 마는 영화광  남편이  독봉산으로 오른다.

계획 수정으로  멋진 산행이 시작된 것 ...

 

 

 

 

독봉산 초입으로 들어서니   아파트 사람들이  너도나도 일군 밭고랑이 먼저 반긴다.

치렁한 그물들이 밭과 밭을 경계로 나뉘고  밭머리를 지나가니 심심하게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는데  맡아보니

지독한 거름냄새가  난다.  오래전 그 냄새 비슷한것이...?

 

 

해가 그림자를 보이는 시간에 하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산으로  가는데...

 

 

스틱으로 가리키며 소나무에 달린 '수꽃(정자)'과 '암꽃(난자)'가  수정하는 풍경을 설명하는 남편

요즘 우리동네는 송홧가루가 날려서 노란 가루가 우루루 몰려 다닌다.

스틱으로 소나무를  툭툭 치니 송홧가루가 마구 날린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분들 조심하시고...

 

 

각시붓꽃도 만나고...

 

 

독봉산 정상을 약 100m 남겨 둔 지점 , 너륵바위에서 고현 용산과 문동을 내려 다 보며 ...

 

 

작년  초가을에 한번 올라본 산 오늘 남편과 함께 오르니 기분은 또 up 되고...

집에 있었으면 저녁밥 지을 시간에 ... 밥 안해도 되니  그 기분 말이 필요없다.^^*

 

 

 

상전벽해 [桑田碧海] 란 말이 딱 알맞은 표현이라는 ...

급속하게 도시화  되어  가는 모습을 좋아해야할지...정말 시골이었는데 .

 

 

 

싸리꽃?

 

 

 독봉산의 정상에 서서 

해가 떨어지는 바다에 떠 있는 삼성조선소를 바라보며

그 너머로 펼쳐지는 남해의 다도해를 동양화보듯 감상도 하고...

 

 

삼성조선소는 지금부터 약35년전에 거제시 고현읍(장평,진들,댓섬 )과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 소오비,한내리등을 포함하여

그 면적을 날로  확대해 나가 오늘의 삼성조선소가 되었다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오염되어   죽어가는 고현만을    독봉산의 흙으로 매립하여  특별한 문화공간의 인공섬을

만든겠다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죽여놓고 되살리겠다? 어불성설 ?이 아닌가...)

그 때문에 환경단체들과 맞서기도 하는 곳

기존의 바다를 매립하여 인공섬으로 만든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현재의  바다를  되살려  주면  좋지 않을까?  원래 이 곳은 청정해역의 아름다운 바다였으니...

독봉산도  지금처럼  두었으면 좋겠다는 ...줌마의 생각...

 

 

 

 

지는 햇살속으로 거제시 공설운동장이 보인다.

 

 

소지맘이 선 등 뒤로는 거제시 연초면   연사마을... 숲에 가려서  멀리로 마을이  조금 보인다.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은 거제의 상징인 계룡산인데 ... 철탑이 안 보이는 것을 보니 계룡산 정상이 아니네...

독봉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라서 그런지 정상석이 없다 .

대신 체육시설만 가득하다. 

도심속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산새소리 가득하고 청설모,고라니가 뛰어다는 곳

소나무,측백나무가  빼곡하고, 각시붓꽃,제비꽃,양지꽃,들별꽃,산딸기가 가득한 예쁜 산이다 .

 

 

숲에 해가 진다.

나무숲 사이로 ...어린 시절에 산에 오르면 저런 풍경이 어찌나 좋던지

해가 더 지면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가 생각나던 ...  산에 가면 주머니속에 빵조각 대신에 콩을  넣어 다니기도 했는데 혹시

길이라도 잃을까봐 ...콩은 새들이 잘도 쪼아 먹는데 ...

 

 

갈수록 숲이 컴컴 해 지네...

 

 

집으로 가던 햇살이 자꾸만 숲속으로 나타나 기웃거린다.

 

 

조선소도 석양에 물이 들고...

 

 

다시 원점회귀 ...ㅎㅎ 독봉산 높이는 300m 나 되는지? 느낌으로는  그 보다  훨씬 더 높은 것 같고...

산이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며

남편이 더 좋아한다 곰솔길로 완만하게  걷다가  조금  가파르게도 걷게 해 준 좋은 산 ...땀도 조금 나고... 

 

 

다시 중곡동의 육교위로  ...저 앞으로 보이는 산봉우리는' 앵산' ㅎㅎ 이름이 웃긴다구요?  

예쁜 산인데 ...조망도 좋고...

 

 

 

영화만 좋은 게 아니라 산행도 겸하면 더욱 좋다는,  멋진 계획 세운 소지맘이도 사진 한장 찰칵 ...

 

 

차들이 너무 많고 도로폭은 좁아서 교통대란이 예고 되는 곳

한낮에도 차가 막히는 시간이 종종 있으니, 푸른 바다는 다  아파트 지하로 혹은 아스팔트 아래로 숨어버린지 오래...

오래전,   이 곳은 중통골이란 이름으로 바닷가를 막아 서너집이 살고 있었고

하동에서 모래를 실어 와서 벽돌 찍어 새마을 운동할 때  엄청나게  팔던 브로크 공장이 있었던  기억이 아직 오롯하니...

공 차면 바다로 풍덩 빠지는 곳이 바로 이곳...(도시 사람들의 섬을 생각하는 상상)

 

 

 

밤이 내린다

우리는 먹자골목으로 가서 춘천닭갈비를 시켜  먹고   롯데시네마  극장으로 향했다

남편이 적극 추천한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 를 만나러...

 

 

 + +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행동의 결과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synopsis
1958년, 서독의 노이슈타트. 전차에서 내린 소년이 구토를 한다.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로 울던 소년(데이비드 크로스)을 지나가던 여인(케이트 윈슬럿)이 집까지 바래다준다. 성홍열에 걸려 3개월을 누워지낸 소년은 감사를 표하러 여인을 찾아간다. 둘은 곧 연인 관계가 된다. 성숙한 손에 이끌려 첫 경험을 한 15살 소년은 36살 여인에게 의식처럼 책을 읽어준다. 그러나 찬란한 여름 한철을 뜨겁게 사랑한 소년을, 여인은 말없이 떠난다. 이유를 모른 채 버림받은 소년은 법대에 진학하고, 전범을 다루는 법정에서 피고로 선 여인을 다시 만난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불친절하다. 시간은 뒤섞였고 역사는 개인사 속에 종종 자취를 감춘다. 영화는 실마리를 주는 것도 주저한다. 마이클과 한나라는 둘의 이름도 몇번의 섹스 뒤에야 알려준다. 한나가 떠난 이유와 마이클이 법정에서 중요한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 역시 서서히 드러난다. 스티븐 달드리, 데이비드 헤어, 케이트 윈슬럿이라는 3박자가 만든 이 수작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원작에 대한 <타임>의 평과 정확히 일치한다. “교묘하다. 냉정하게 도덕적 질문을 들이대면서 30대 여성과 10대 소년의 음란한 장면을 묘사하며, 동시에 우아한 스타일과 문학적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학살의 끔찍한 기억은 고스란히 묻고 답하기에 맡긴 채 영화는 보여주는 것보다 더 직설적인 방법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질문한다. 그리고 그때그때 자신에게 가장 옳다고 판단한 선택을 따른 한나는, 도리어 판사에게 “무엇이 잘못이었냐고” 되묻는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죄인과 법조인으로 나뉜 세계에서 정답없는 질문은 충돌을 계속한다. 과거를 통해 배운 것이 있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진 지금 과거에서 배울 것이 없다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대답과 모든 것을 잃고도 배운 것을 말하는 친위대 경비의 대답은 돌이킬 수 없음을 말하기에 같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논외로 이 영화가 주목받을 확실한 이유는, 소설에서 “짐승 같다”고 지탄받은 한나와 마이클의 관계일 것이다. 요철이 분명한 여인의 몸을 섬세하게 보살피는 마이클에게 한나는 수동적이면서 지배적인 연인이다. 케이트 윈슬럿은 오스카 트로피가 아깝지 않게 훌륭하다. 그 아름다운 연기 덕분에 찌푸린 미간과 앙다문 입술에 드리워진 자괴감과 허망함은 스크린을 너머 실재하는 감정으로 다가온다. 어른이 된 마이클(레이프 파인즈)이 어깨를 들썩일 때 어떤 이는 눈시울을 붉힐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다시 개인에게 바통을 넘긴다. “내가 15살 때”로 시작하는 전후 세대의 부채는 그렇게 구전된다. ( 옮긴 글 : 시네21...)

책 읽어 주는 남자 ... 아주  좋은 영화다. 

내 삶을 살찌우게 할 명작... 법정에서의' 케이트 윈슬럿' ... 눈빛과 앙다문 입술로 자괴감과 허망함을 어찌그리도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는지...

그녀의 명연기는 '타이타닉' 의 그림자를 지우고

기억속에  다시 오랜시간  오버랩  될 것 같다.

명화로 초대 해 준 남편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2009/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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