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거제 옥녀봉

이바구아지매 2009. 4. 19. 15:57

2009년 4월19일 (일)날씨 맑음

 

어젠 참 난감한 일이 있었다.

정말 좋은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 ".를 보던 중.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조용한 시간에 남편의 휴대폰이 삐리리  울리고 ...

어둠속에서 전화번호를 확인하더니   엎디어서  조심조심 전화를 받던 남편 ...

도대체 왜  그랬는지.....

옆좌석에는 아는   교수님도  앉아 계셨는데 .. 고개 꾸벅하였지만  졸지에 예의없는 사람으로 전락,

그 정도로 급한 일이었나 ?어쩔 수 없는...

통화가 길어질것 같은지 결국엔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리던 남편의 뒷모습...사람들은 남편의 등뒤에다

소리없는 화살을 마구 쏘아대었겠지... 악몽이었다. 어제는 정말 ...

 

 오늘은 일요일, 남편은  정상   출근을 하였고 ...

어제 극장에서 받은 전화는  급히 출근하라는 긴급 전화...

 

휴일이면 함께 산행을 하였던터라  산에 갈 시간에 집에 있으니  일은 손에 잘 안잡히고  그냥저냥 시간만 뭉갠다.

그렇다고  할일없이   뭉개기로 하루를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 

그래 가는 거야..  혼자면 어떤가  하고   급히  일어섰다.

입은 옷에 얼음물과 건빵 한봉지 챙겨넣고    버스 타고 10여분  달려  가서  

  대우조선 정문앞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  도로옆    '양떼교회' 의 입간판을 확인하고   예비군 훈련장쪽으로 들머리를 잡고  옥녀봉으로 가려는데

앗 이런 민망스러울데가? 

 눈 앞에 펼쳐진 야릇한 풍경하나..

멀리서 온듯한 관광버스가  조선소 앞에 주차 해 있고  

남자들이  무리지어 곳곳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그 옆을  지나가야할지  곤란하고  난감하다.

 그들은 시끌벅적 떠들어대며  당당하게  두 다리 쩍 벌리고 사람 " 人"자  형태로    멋지게 버티고 서서

나무와 풀섶에다 노란 물을 뿌려 주고 있었다.... 그 동안 너무 가물었나? 노란물을 주어야 할만큼 ?

지나가는 내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모른척  눈 가리며 간신히 지나가려니   먼저 볼일끝낸  한 아저씨가 나를 보고는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와 저 여자 간도 크네 ...큰일났다 저 봐라 카메라까지 들었다  볼것 다 보고 사진까지 찍어가면 우리 이제 죽었다

참말로 저 여자 웃기네   다  들킸다  하나,둘,셋,넷,다섯 ,여섯  ... 돈 한푼 안 내고 생비디오 보고 ...우짜모 좋노...아이고 부끄러바라... "

이런다  참말로 어처구니 없다 .

 

오늘 옥녀봉 가는 길은 만만치 않을 모양이다.

혼자서  조용히 명상하며 다녀  오려고 했는데..

들머리에서 본 야한 남자들땜에 ...마음 싱숭생숭하여   길을 잘못 접어들지도 모르겠다.

 

 

대우조선소 앞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가는 가로수가 아주 멋지게 일렬로 서 있고

건너편에는 막 져버린 벚꽃나무가 푸르게 물들어 가고...

 

 

 

 

 

 가던 길 멈추고,   예비군 사격훈련장에서 ,등꽃이 하도  아름다워서 찍어 보고..

 

 

 

 

 

산의 초입에서 만난 각시붓꽃 ...

 

 

 병곷나무

 

 

멀리로 보이는 옥녀봉을 미리 담아 보고.

 

 

청미래덩굴  {Smilax china]

 

 

 

 

 

 

 

 

 

 병꽃나무가  어찌나 예쁜지 산이 훤하다.

병꽃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는 나무다.

     나팔을 닮은 꽃잎으로 잠든 숲을  흔들어 깨운다.

 

 

 

 

 

 

연두빛 고운 숲

 

 

 

  

 

곰솔길 천천히 걸어 오르니 아버지와 아들,딸이 지나간다  반갑다며 인사하니 아버지는 그냥 홱 지나치고

 초등학교 4~5학년 쯤 되는 아들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다

어찌나 착한  아들인지 기억 해 두려고...

 

 

 

 

 

 

노닥거리며 올라도 이젠 이력이 붙어서 그런지 제법 빨리 오른다.

소동과 지세포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고...

 

 

 

 

 

굴참나무

 

 

옥림과 하촌마을 ...해파리를 닮은 거제도의 동쪽  꼬랑지가 야무지게 찍힌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바다와 산을 조망하며 여행가듯 ...소동과 지세포 ...섬들이 마치 물감으로 그리는 중인것 같이

누가 그렸는지 아주 잘 그린 동양화처럼...

 

 

병꽃나무 너머로 대우조선소 도크속에 배들이 차 있다 

저 도크속에 정박 한 배는 자그마치 25척이나 된다고?

 

 

옥녀봉 정상에서 멋진 조망을 보노라면 옥에 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쭉 늘어선  전선들 ... 왜 이곳을 지나가게 하였는지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

옥녀봉에 오르면  아름다운 조망이  전선과 철탑들로 엉긴 풍경에 이 곳을 찾는 산님들을  속상하게 한다.

오늘도 거제지맥을  종주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역시 그런  불만을 쏟아내셨다

 유부 초밥을 가득 싸와서 펼치며  내게 먹어보라고 권하셔서  사양하다가 먹어보니

  어찌나 맛있던지...

요리솜씨를 칭찬하니 부인이 싸 주셨단다.

 아침 9시부터 북병산에서  출발하여 거제지맥의   능선따라 걸어 막 옥녀봉에  도착하였고

다시 국사봉으로 갈거라며

나 더러 거제지맥을 따라서 종주 해 보라고  권하시기도 ..

조만간 나도   도전 해 볼 생각이다.

 

 

 

 

고압전선들이 빨래줄처럼 지나간다.보기가 참 흉하다.

하지만 저멀리로 넘실대는  산봉우리는   걸어가서  만나 보고 싶다. .

 

 

병꽃나무 사이로 아주동을 내려 다 보며 ...

 

 

하산길에 만난  으름덩굴 ... 햇빛 쏟아지는 으름덩굴 아래서니  나도 꽃이 된다.

 

 

이렇게 좋은 날에 ...

 

 

이렇게 좋은 날에 ...

 

 

그 님이 오신다면 ...

 

 

얼마나 좋을까?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으름덩굴 아래에 서니 갑자기 "꽃밭에서" 라는 노래가 중얼중얼 나온다

이 노래는 가수 정훈희가 불러 크게 히트한 노래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다.

그녀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으름덩굴 아래서 "꽃밭에서 " 를 부른다면 이 봄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서" ...라는 노랫말은

조선 세종 때 성균관 유생  '최한경'이 일생을 기록한 "반중일기"에 수록되어 있는

'화원' 이란  한시라고 한다 .

젊은 날 혼담이 오갔던 한 여인, 박소저를  그리워하며 지은 연시 한편이 오늘날까지 멋드러지게 불리고 있는 것

최한경이 어느  봄날 , 으름덩굴 아래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루지 못한 사랑의 맹세를 연애시로 남기지는 않았는지?  

 

 

 

 

10월쯤이면  약간 구부러진 자갈색 열매가 익으며

6~10cm 정도인  크기로  '한국산 바나나', 혹은 '임하부인'이라고도 부른다.

 어린시절 소를 찾으러 산에 가면

으름열매를  찾아 헤메기도 하였다.

 

 

 

 

 

  

 4월의 소나무 ...소나무도 꽃이 핀다는 사실.

 

 

 

잎새가 마치 단풍이 든  모양을 한 이 나무는 옻나무?

나무가지는 매끈하더라.

 

 

 

다시 한 번 가까이로 ...

 

 

옻나무가 아닐지도 몰라...

 

 

 

혼자 간 옥녀봉 그래도 정말 좋았다.

이제  산에 가면 나무이름도 궁금하고

꽃이며 풀이름까지  궁금하다 .  산에 가는 재미가  배가 되는 요즘

별로 빨리 걷지 않았는데도 하산길 날머리인 거제애광원까지 금방  도착하는 느낌이다.

가끔씩  지나다니는 애광원에도 푸른빛이 천천히  스며 들고 있다.

 

 

 

애광원 뒷 뜰 풍경

 

 

 

 이곳 거제 애광원은  역사가 오래 된 사회복지시설이다.

6,25때 김임순원장이 고아 몇명으로 시작한 시설이었고  

현재는  거제애광학교(지체장애자가 다니는 특수학교) 와 딸린 부속시설  몇개가 더 있다.

 

 

 

빨래 너는 총각 ...거제애광학교 학생인듯 .

 

 

맑고 눈 부신 4월의 햇살에 빨래를 널어 말리는 총각의 뒷모습이   따뜻해 보인다.

참 다행한 일이다  총각은 누워서 오줌 싸고 똥사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 비한다면 ...

저번에는  빨래줄에 기저구기가 어찌나 많이  널렸던지  놀라서 물어보니 누워서 똥오줌을 싸고 딩구는 장애우들이 많다고 하였다.

민들레동산을 지나가니  울부짖는 장애우의 목소리가 귓전에  크게 들린다.

늑대의 울음소리처럼...

얼마나 울부짖던지  민들레동산을 지나 애광원을 벗어날 즈음까지도   귓전에 늑대울음소리가 쟁쟁하여 헛헛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애광원을 지날때는 언제나 기분이  짠해진다 .

 

오늘 산행소요시간  약4시간  걸렸다 .

으름덩굴 아래서 논다고 늑장을 부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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