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아침부터 정말 바쁘다 .
"오늘 고추 뭉끼로 오끼제? 쎄기쎄기 오이라 집 치우지 말고 그냥 두고 오거라 알았제..."
꼭 이렇게 전화로 몇번씩이나 확인을 하시네 ...어무이도 차암~~ 미워라...
사실은 오늘 낮에 00랑 00랑 만나서 멋진 데이트를 하기로 몇일전부터 약속 해 두었는데 ...
분위기가 울컥하게 돌아가네...오늘도 시금치는 절대로 안 먹고 안 쳐다봐야지. 싫어 시금치는 ..
툴툴대며 억지로 간 송정리 ..
.이게 뭐야 어무이집에 채 도착하기도 전 밭일이 나를 딱 기다리고 버티고 서서 왜 이리 늦느냐고 따진다. 참말로 염병할 ...
밭은 또 지나가는 길목에 붙어가지고... 잔망도 떨지 못하게 망 보는 파수꾼 역활을 하지 않나...원 @#$%&...
눈물이 먼저 난다
자발적으로 일해야 능률이 오르는데...
"그냥 입은 옷에 일하모 되것나? ... 안되것다 집에 가서 몸빼 옷 갈아입고 와서 제대로 일해야제 동작이 빠리모 일찍 끝내고
잔망떨고 앉았으모 오늘 해 꼬박 다 채우는기고 ..."
그래서 나는 시금치를 잘 안 먹는다.
"그래가이고는 안되것다 집에 가서 몸빼 갈아입고 단도리하고 온나 어서 "
한번 더 어무이가 재촉하시넹
"휴~~ 살았다 몸빼 갈아입을 시간도 자유다 ㅎㅎ 날자 날아 ~~"
이렇게 묶어주는데 ...고추모를 ... 넘어지지 않고 잘 자라도록 기둥세워서 붙들어 메어준다 태풍에도 넘어지지 않게...
할일도 참 많다. 그냥 돈 주고 시장에 가서 사 먹으면 얼마나 편한데...
"야무지게 묶었네 잘 했다 그리 하모 된다"
어라 칭찬씩이나 ? 어무이는 내가 한일은 반눈에도 안차시는데 오늘은 어인일로?
모델 김말연 여사님 ... 올해로 농사경력이 60년도 넘었다구요. 아니 70년도 되어가겠네 ㅎㅎ
요게 다 소지맘이 묶어야 할 오늘의 과제...@#$%^&
소지맘이 고추모를 묶어주면 어무이는 흙으로 북을 돋우어주고
물도 주고... 언제 일이 끝이 날까?
"인자 시작이다 잘 하네 그리하모 되는기라..."
어무이는 칭찬을 자주도 하신다.... 열심히 일하라고...
간간히 잘못 묶은것 다시 손도 보시고...
"그래도 연관네는 며누리가 오라쿠모 오고 가라쿠모 가고 얼매나 좋노 며느리랑 시어메가 같이 일하니 얼매나 보기 좋노?"
"어디 가십니까? "
"아이다 니 일 잘하는가 보로 안 왔나"
"일 다 해 간다 집에 밥해놨다 가자 정혜네야"
"무신 밥을 다 했노 "
"며누리 온다고 찰밥하고 자반고기 굽고 안했나 같이 가서 묵자"
생각보다 빨리 일 끝내고 어무이가 한상가득 차려주는 밥상을 받으니
"며느님, 상 받으시소 자반고기 굽고 돌나물물김치랑 마늘쫑찜도 차렸습니다 식기전에 마이 드이소"
"ㅎㅎ 무슨 말씀이 그러세요?"
"요새는 그렇다쿠던데 ... 봐라 너그 어무이 며느리 온다고 오곡밥에다 대접한다고 진수성찬을 ...언제 저리 다 했을꼬?"
"그냥 있던 밥 먹으면 되는데..."
"식은 밥 덩어리 주모 다시 안올끼라쿠모 우짤라꼬 마이 묵어라 한솥 해났다."
"그라지말고 솥채로 집에 가져가라 아들이랑 갈라묵으모 얼마나 맛있것노 ...
요새는 며느님이 상전아라쿠더라 잘 모시라 연관네야"
밥상앞에서 주거니받거니 세상을 풍자하는 어르신들 ...
"세상이 바뀌긴 참 많이 바뀌었제..."
"배도 안 짜고, 새복부터 보리방아 안 찧어도 되고...츠암내 우리들은 지지리도 세상복이 없어
숭악한 일복만 가득타고 배 촐촐 골고 은성시러버라 생각하모 악몽인기라..."
"하모하모 .. 시어매는 또 우떻고 시누란년도 또 얼매나 시누값을 해대는지..."
이러다가 오늘 또 신라시대,조선시대 ,6,25 까지 다 나오겠다 어서 집에 가야하는데...
재빠르게 눈치채신 어무이
집에 어서 가라시네
"가나 유치원 마칠 시간 다 되어가제 ..."
"네 빨리 가 봐야 ..."
"내가 누고 니 꼭대위에 앉았제 이마빡에 다 안 써 났나 얼른 가고 싶다고 ... 오늘 욕 마이 봤다"
ㅎㅎ 집에 갈 때는 어깨에 날개가 솟아 나 훨훨 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들판에서 다시 찍찍 ~~
영혜네도 고추모를 묶고 있네 ...
찍사로 돌아가서 ...
영혜네 아지매는 고추모를 묶는것도 예술이다.
매듭을 맺어 묶는것이 꽃같다.
일도 어찌그리 잘하시는지 조금전에 못자리 끝내놓고 밭에 와서 또 이렇게 한참도 쉬지 않고 ...
영혜네아저씨도 정말 부지런하시고...
이씨아저씨네 아지매도 오시네 ...다리가 아파서 침 맞으러 가신다고 ...
멋지게 찍어주야 해 ... V 하고 ...멋진가?
"네 아주 멋진 폼이세요 ..."
자연스럽게 ㅎㅎㅎ
이 폼은 우떻노???
아름다운 전원 ...고추모를 묶는 풍경
모두가 그림이다
한낮의 전원일기 끝... 고추모를 묶으면서 ...
2009/4/23((수)연초면 송정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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