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하기

 

 

어머니의 밭에서 고추를 묶다가 목이 아파서 고개 들어 먼산 바라보니

거제대로길 언덕아래  논가에 아지매들이  줄줄이... 뭐하고 계실까?

궁금하면 못 참지 ... 이미 고추묶기보다 더 호기심이 발동한 곳 ..어머니가 눈치채시고...

"야야 고마 저기 가봐라 못자리 하는갑다

사진도 찍고 니 하고 싶은대로 하다 온나"

"알았어예 가서  어무이가 사진 찍어 오라캤다고  말씀드리고...ㅎㅎㅎ!!!"

해방이다 날아라 슈웅~~

 

 

 

멀리서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영혜네 아저씨네 논이고

백령도 아지매 목소리도 들리고 ...혹시  못자리를 하시나?

 

 

 

꼬불꼬불 논길을 비틀거리며 달려서 간다

농로길로  ...

 

 

못자리를 하는구나

ㅎㅎ 나도 몇년전에 해봤는데 ...

 

 

 

 

"아지매 못자리 하십니까  수고하시네예"

"하 ,연광이각시  왔나 뻘구덕이라서 들오라고도 몬하것다 바빠서 고개 돌릴시간도 엄따

까딱잘못하모 뻘구덕에 발라당 꽂이고  그라모 오늘 일 낭패제 ... 뭐 주꼬   묵을것도 없네 ..."

"괜찮아예 사진 찍으러 왔어예.   우리 어무이가 빨리 가서 찍어 오라켔어예 하하하 "

" 하하하 문디, 저거 시어매를 가지고 논다아이가 ...이기 뭐 별기라고 ...옷도 얄궂은데..."

송정마실 사람들은 이제  다 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를 ...

 

 

 

 

"상자가 모두 몇개나 됩니까?"

"총150판이제 "

"그럼 몇마지기나 심을 수 있어요?"

"7~8마지기  심제"

볍씨 담궈 싹 튀워 고운 흙으로 덮은 다음  무논으로 간 볍씨가 이런 풍경으로 ...

 

 

 

28359

 

 

 

볍씨담은 상자가 논으로 가기 전

 

 

 

 

 

이렇게 상자속에 담긴 볍씨가 무논에서 싹을 튀우고 곱게 자라서 시집을 간다.

 

 

 

볍씨를 상자에  골고루 펴  담은 다음 채에 친 고운 흙으로 다시 덮어준다.

몇년전에 나도 해봤는데 막걸리 그르는 채에다 흙을 내리는데 무지 재미있었다는...

 

 

새참은 자장면으로 ...

 

 

 

 

영혜네 아지매는 아저씨가 남양 배 탈 때 돈도 잘 벌었는데

농사일은 취미생활쯤이었고...

 

 

.

논으로 기기 전  , 볍씨가 고운 흙속에 들어 있다.

 

 

 

 

논으로 가려고 대기중인 볍씨판

 

 

죽으라고 일하는데 나같은 사람 있으면 제일 밉다

내가 일해보니 그랬다

"아지매 제가 도와드릴까요?"

"개안타 말만 들어도 되었는기라"

"ㅎㅎ 담에 일할사람 없으면 저 부르면 도와드릴게요"

'언냐 고맙다"

이젠 사진도 마음놓고 찍어야지  찍찍이가 끝날때까지...

 

 

 

 

패스 ...이렇게 하면 일이 더 재미있겠다.

군인들이나 학생들 풀면 딱 좋을텐데...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별로 없다

모두가 도시로 가던지 혹은 조선소 일을 하고 사니 이렇게 바쁜 농번기가 와도 일손이 없어 너른 들녘에

사람이 띄엄띄엄 ...우리의 아버지,어머니 연세들만 일을 한다

이러다가  농촌이 사라지지 않을까?

 

 

 

 

못자리 하려고 줄을 나른 풍경.

이렇게 못자리를 하여 5월 하순경에는 모내기를 한다

농촌의 농번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아저씨,아지매 , 수고하이소"

" 잘 가래이  아무것도 묵도 몬하고 가네..."

"아니예 제가 사 드려야 하는데... 다음에 맛있는 것 사올게요"

 

 

 

순전히 우연히 " 못자리하기" 를 사진에 담게 된 흐뭇한 날

어머니가 오라고 재촉하여  헉헉대며 달려왔더니

요렇게 멋진 풍경을 담게 되었다

어른의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2009/4/23(수) ...연초면 송정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