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바구아지매 2009. 7. 10. 05:05

열심히 일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언제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순애언니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소나무의 몸뚱아리를 

 돌돌 말아 멋지게 꼬며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을

덥석 잡아  끌어 내린다

그리고  잎새를  똑똑 따 버리고 줄기는 어디엔가 요긴하게 쓸 모양으로 가지런히 모은다.

무엇에 쓰려고  그럴까?  궁금하여  물어보니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만...

 

 

"찍어찍어  어서 사진 찍어 ...

봐라 요게 뭐게

눈튕기놀이아이가 ㅎㅎㅎ"

순애언니는 언제나 맑고 밝은 덩치 큰 어린이같다.

 

 

 

"봐라봐라  눈튕기기,코튕기기아이가

우떻노

맹수기니 요런것 모르제"

아이쿠야

순애언니는 지금 10살 어린시절로 돌아갔다.

그리고 꿈 꾸는 소녀가 되어...

 

 

"요번에는 입튕기기다.

우아 힘들다

순애언니 어릴적에는 요런 놀이도 마이 했다

산에 소 풀뜯기러 가서 소를 풀어놓아 두고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앉아

담쟁이 줄기로   요런 튕기기놀이에 혼이 빠져서  해가 저무는줄도 몰랐제

얼마나 재미있었다꼬

마주보고 요렇게 담쟁이줄기로 눈,코,잎을 튕기게 해 놓고 숨이 넘어갈듯  깔깔대며 웃었제

아이구야 힘들다 순애 눈깔에  힘이 들어간다."

나이 일흔으로 다가가는 순애언니가  꼭 어린이같다.

노래,춤,개그,옛날이야기며 못하는것이 없는 팔방미인 순애언니...

" 

 

 

 

"눈튕기기,코튕기기,입튕기기 놀이 참 오랜만에 해 본다. 이런 놀이 해 본지가 50년도 훨씬 넘었네

정자씨, 단디단디 꽂아보소"

"잘 안되네 정자도 손이 다 떨리네 나는 60년만에 해 보는거 같은데?  "

순애언니의 눈튕기기에 담쟁이줄기로 다시 끼워주는 정자언니

"코튕기기는 콧구멍이 간질거려 재채기가 나려네 에~~취 "

자 맹수가 어서 사진 찍어봐라 ..."

우하하 넘 웃긴다.

어른들이  꼭 아이들처럼....

 

 

 

"자 다 되었다 멋진 사진 찍어 대박내봐라

ㅎㅎ 모델이 이만히면 안되것나...

우리 어린시절에는 요렇게 튕기기놀이를 하면서 놀았제

순애언니 어린시절에 말이다 ㅎㅎㅎ"

그러고 보니 순애언니,정자언니 다 어린시절이 있긴 있었구나.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이번에는 순애언니 우아하게 웃어볼까?

스마일~~~

모델이 좀 괜찮나?

오잉 너무 주름이 많다고???

주름은 뽀샵처리하면 안되것나?

아이다 보톡스주사를 맞아 볼까?"

순애언니의 개구지고 천진난만한 웃음이 우리를 웃게 한다.

 

 

 

튕기기놀이의 재료는 바로 요것

담쟁이넝쿨 의 줄기로...

 

 

 

 

 

 

 

 

 

 

꽃씨를 심던 언니들이 순애언니의 튕기기놀이에 박장대소하며. 좋아한다.

 

 

 

 

 다시 열심히 꽃씨를 심는다. 

 

 

 

 열심히 가을을 심는 사람들은 잠깐의 웃움으로 즐거워하며

또 다시 호미질을 한다.

 

연초면 송정리 송정초등학교 부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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