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언제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순애언니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소나무의 몸뚱아리를
돌돌 말아 멋지게 꼬며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을
덥석 잡아 끌어 내린다
그리고 잎새를 똑똑 따 버리고 줄기는 어디엔가 요긴하게 쓸 모양으로 가지런히 모은다.
무엇에 쓰려고 그럴까? 궁금하여 물어보니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만...
"찍어찍어 어서 사진 찍어 ...
봐라 요게 뭐게
눈튕기놀이아이가 ㅎㅎㅎ"
순애언니는 언제나 맑고 밝은 덩치 큰 어린이같다.
"봐라봐라 눈튕기기,코튕기기아이가
우떻노
맹수기니 요런것 모르제"
아이쿠야
순애언니는 지금 10살 어린시절로 돌아갔다.
그리고 꿈 꾸는 소녀가 되어...
"요번에는 입튕기기다.
우아 힘들다
순애언니 어릴적에는 요런 놀이도 마이 했다
산에 소 풀뜯기러 가서 소를 풀어놓아 두고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앉아
담쟁이 줄기로 요런 튕기기놀이에 혼이 빠져서 해가 저무는줄도 몰랐제
얼마나 재미있었다꼬
마주보고 요렇게 담쟁이줄기로 눈,코,잎을 튕기게 해 놓고 숨이 넘어갈듯 깔깔대며 웃었제
아이구야 힘들다 순애 눈깔에 힘이 들어간다."
나이 일흔으로 다가가는 순애언니가 꼭 어린이같다.
노래,춤,개그,옛날이야기며 못하는것이 없는 팔방미인 순애언니...
"
"눈튕기기,코튕기기,입튕기기 놀이 참 오랜만에 해 본다. 이런 놀이 해 본지가 50년도 훨씬 넘었네
정자씨, 단디단디 꽂아보소"
"잘 안되네 정자도 손이 다 떨리네 나는 60년만에 해 보는거 같은데? "
순애언니의 눈튕기기에 담쟁이줄기로 다시 끼워주는 정자언니
"코튕기기는 콧구멍이 간질거려 재채기가 나려네 에~~취 "
자 맹수가 어서 사진 찍어봐라 ..."
우하하 넘 웃긴다.
어른들이 꼭 아이들처럼....
"자 다 되었다 멋진 사진 찍어 대박내봐라
ㅎㅎ 모델이 이만히면 안되것나...
우리 어린시절에는 요렇게 튕기기놀이를 하면서 놀았제
순애언니 어린시절에 말이다 ㅎㅎㅎ"
그러고 보니 순애언니,정자언니 다 어린시절이 있긴 있었구나.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이번에는 순애언니 우아하게 웃어볼까?
스마일~~~
모델이 좀 괜찮나?
오잉 너무 주름이 많다고???
주름은 뽀샵처리하면 안되것나?
아이다 보톡스주사를 맞아 볼까?"
순애언니의 개구지고 천진난만한 웃음이 우리를 웃게 한다.
튕기기놀이의 재료는 바로 요것
담쟁이넝쿨 의 줄기로...
꽃씨를 심던 언니들이 순애언니의 튕기기놀이에 박장대소하며. 좋아한다.
다시 열심히 꽃씨를 심는다.
열심히 가을을 심는 사람들은 잠깐의 웃움으로 즐거워하며
또 다시 호미질을 한다.
연초면 송정리 송정초등학교 부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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