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마음속 깊숙한 곳에 섬 하나를 키웠다.
무슨 보물인냥 꺼내 보지도 못하고
내 안의 내밀한 곳에서 꿈틀거리며
열달 뒤 만나 볼 엄마와 아가처럼 속삭이기만 했던 섬 하나 ..
오늘은 그 섬을 찾아 가는 길이다 .
섬을 찾아가는 길에 핸폰이 울린다
받아 보니 어제 어머니가 부탁하신 고장 난 예초기를 가져가서 좀 고쳐오라시던
당부의 말씀을 기억조차 못하고 섬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에구머니나 이런 ...건망증을 총총히 달고 다니는 못난 며느리
어머니는 아침부터 기다리기 시작하여
신작로로 달리는 차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이 빠져라 여태지켜 보셨을터 ,아무일도 하지 못하고..
오후를 넘어서자 며느리는 이 일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전화를 한 것이다.
"아~참 어머니가 예초기 고쳐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
"까마귀 고기를 삶아 묵었나 정신 좀 똑 바로 차리거라...언제까지 정신을 빼고 다닐래"
남편은 버럭 소릴 지른다.
"어떡해 일이 이지경이니 ...그래도 산달도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머니는 분명 우왕좌왕 하실테지..."
내 안의 섬 산달도는 다시 멀어지고 ..
이런 분위기에는 어머니를 마딱드리지 않는 것이 최상 ..
남편은 시댁으로 예초기 가질러 가고
나는 살짝 가까운 친정으로 달려가서 텅 빈 방에서 딩굴다가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달콤하게 잤을까?
핸폰소리에 눈을 떠 받아 보니
"다 잤나? 예초기 고쳐서 갔다 드리고 왔으니 어서 신작로로 나와라 산달도 가야지..."
아, 참 멋진 남표니 ...
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집을 참 잘 간 것 같다. ㅎㅎ
친정으로 도망가기 전 내가 본 풍경 .
연초삼거리 농협 앞
"소형농 기계 사후 수리서비스 봉사실시"
우리집 예초기도 수리서비스를 받아야 할 처지다.
연초면내 예초기들은 다 몰려 온 것 같다.
곧 벌초를 해야 하니 다시 점검 해 놓아야지.
작년에도 예초기가 말을 잘 듣지 않아 힘들었는데...
토요일은 농협이 근무하지 않는 날인데
소형농기구를 고쳐 주는 서비스를 실시하다니 ...고마운 일이다.
안면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한동안 고치려고 줄을 서 있는 농기계들을 둘러 보다 심심하여 멀리 보이는 고현쪽 산을 바라보니
운무가득한 산빛깔이 참 곱다.
구름도...
며칠동안 비가 쏟아져서 강물이 불어 난 죽전천이 큰 소리를 내지르며 바다로 흘러 가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비가 많이 내려 이 다리가 넘치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던 관암교
박수덤벙쪽으로도 새 다리가 생겨났고
차가 다닐정도로 넓어서 아주 편리한 뚝길도 폼나게 쭉쭉 뻗어 있다.
많은양의 비가 내린 강물이 참 맑고 시원해 보인다
쓰레기며 오염되는것들은 물속에 다 숨어버렸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비 온 뒤의 깨끗함이 마음까지 기어든다.
뚝방길로 걸어오던 여인들의 뒷모습
참 세상 좋아졌다
한가하게 자연을 느끼며 느릿느릿 걸어보는 여유도 부려 볼 수 있게 넉넉해진 시골길의 운치도 그만이고...
여인들이 지나간 그 자리로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폐달을 열심히 저으며 달려 오는 농부아저씨...
아저씨도 농기구를 고치려고 맡겨놓으셨나?
연초면 죽토마을과 들녘 ...나락이 비를 실컷 받아먹고 키를 쑥쑥 키운다.
나 어린시절 이 강에는 송사리떼 몰려다니고 배가 하얗고 날씬한 은빛의 은어가 줄 지어 몰려 다녔으며
천어,붕어,탱바리,다슬기가 넘쳐났었는데
지금도 저 물속에는 피라미가 헤엄을 치고 다닐까?
... 그랬으면 참 좋겠다.
시골풍경 ...비를 맞고 깨끗해진 ...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나도 이 길을 느릿느릿 걸어다닐 날이 오겠지
적당히 늙은 모습인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살짝 든다.
송정천???
송정에는 강이란것이 없는데?
실개천이 흘러드는것을 보고 그러는지?
아이러니다.
이 노란 꽃은 달맞이꽃?
잘 모르겠다.
강가에 핀 개망초꽃
조상들의 산소를 벌초하려고 예초기들을 점검하는 연초면내사람들
플랜카드에 보니 즐거운 노래교실도 운영 해 준다.
농협은 하는 일도 참 많다.
이렇게 예초기와 분무기를 고치는 풍경도 보고 ...
어린시절에 본 어른들의 모습도 알아보고 인사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건망증으로 사고를 치긴 했지만 고향마을에서 정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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