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도서관으로 가는 길

이바구아지매 2009. 8. 1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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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맘이 도서관으로 간다 ?

츠암 내  천지가 개벽할일이다  소지맘이 도서관씩이나 놀래라 ...???

 

일요일 아침 ,

"고마 도서관으로 가시지 집에서 안 된다  밤까지만이라도  쳐박혀 공부 좀 하고 오시지..."

"그럴까? 그럼 학구파스타일로  하루쯤 고수하고 올테니 오늘 우리집 살림 잘 살아 줘  ,

아이들 밥 잘 챙겨 먹이고..."

 남편한테  이렇게 명령하고 대장노릇 해 보는 재미가 맛난 곶감 빼 먹는 맛처럼  달짝지근하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래 가는거야 가서 종일 땡땡거리고 놀아때려야지 ㅋ ...'

그렇다고  밋밋하게 나설수야 없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집을 나선다. 순간 야릇한 생각이 살짝 찾아든다.

이렇게 좋은 날에... 왜 하필이면 도서관에 쳐박혀 남들에게 폐를 끼칠건 또 뭐냐고 . 

 소지맘의 생명줄인 낮은  숨소리까지도 살인을 저질러서야 되겠느냐고...

흠 ,이럴 땐 또  다른 방법으로  일요일을 아주 멋지게 보내야 더욱 빛이 나겠다.

 뭐 따분하고 눈 나빠지게 작은 활자에 매달려서 시력까지  죽여서야  되겠어?

그냥 친구 두서넛  불러내서  몇 시간 놀다오는거  고것이야말로  백배 멋질거야

 소지맘에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제격이지.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도서관에서 온 종일 쳐박혀 공부하느라고 온 몸이 다 뻐근하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하는거야... 그러다가 조작된 알리바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들통이라도 나면  ? 그 땐 혼이 나는거지 뭐 ...손 들고 한시간 벌 쓰라면 ...쓰면 되고...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면되지 ㅋ그것도 부족하여 혈압오르면  남표니 간은 배밖으로 나와서 아예 터져버릴걸?

 

 그렇지만 생각만으로도 상상력의 대가인 소지맘 홀로 즐겁다. 

게다가   소지맘한테는 두개의 폰이 있단 말씀,  요것도 잘 이용하면 멋진 알리바이 조작은 식은 죽먹기 .. 

무진장 재미있겠다..생각만 해도 ㅠㅠ

갑자기  굴러들어온 자유한덩어리...

그 자유가 넘 좋아서 어떻게 쓰야할지 허둥댄다.

온하루 가득한 자유를 즐기려고 별별 죽을깨를 다 짜 내는 소지맘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양쪽 포켓에 든  핸드폰 두개를 꺼내서  만지작거린다.

곧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찾아 찍어보다가 이내 지워버린다.(일요일에 소지맘과 놀아줄 친구가 어디 있을라고 헉 불쌍하다 내 신세야...누구도 좋아요  놀아주세요 부탁해요 ...)

날마다 놀 생각만 하는   부질없음을 떨쳐내어  훠이훠이  쫓아버린다.

그래 하루만이라도  도서관에서 '콕'처박혀서 공부 하는'척'하자

생각 해 보니 그 놀이도 나름 재미있을것 같고..그것이 남표니의 간절한 바램이라면 ...

도서관에서 풍기는  책향기라도  살짝  맡아보라고 보낸  남편의 고마운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하루를 엉뚱하게 보내서는 안될 말 .

이내 착한 소지맘이 되자고 생각을 바꾸어 길을 걷는다 .

 

가방속에는 웃기게도 책이 서너권이나 들어서 제법 공부하는 아지매티가 나겠지 요런 착각을 하며

옥수동시장을 지나   탑 마트쪽으로 건너간다. 

마침 , 마트에서는  10초간 수박을 세일한다며  요란하게 소리를 질러댄다.

그 세일에 흥분한 아지매들이 수박을 들고 기를 쓰고 달리는 대한민국아지매들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삶의 현장을 스쳐 지나니 이번에는

코앞으로  나타난 마트  바로 아랫집인 '낮은울타리'가 나타난다.

장애우들이 모여사는 낮은울타리...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찡해오는 곳 ,

터벅이며 몇발짝 더 가다 만난 곳은 동백꽃으로 파묻힌 누군가의 집.

동백나무.로 가리워진 그 집은 지붕만 살짝 드러나 있다 .오래 전 이미   동백숲이 되어버린  그 집 정원에는  팔색조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호오이호오이'(팔색조 수컷의 울음소리)  울음 울며 동백꽃숲을 푸드득거리며  날아오를듯한 

   느낌이 들었던 지난 겨울의 그 집 뜨락의 풍경을 기억해 준다. 

 오늘은 동글한 동백열매가 반질거리며 잎무성하여 조금 미련스런 모양을 하고 선 나무에 

 오글거리며 매달린  모습을 본다.

동백의 열매는 여름햇살에 야무지게 단단해졌다..

  8살 유년의 뜰에서 본 반질반질한 기억속  장지문을 여니 동백기름을 잔뜩 바르고 남정네를 유혹하며 길 위를 분내 날리며 왔다갔다하던   옛날기생의 모습을 한 여인이 떡하니 버티고 선다.  

누구냐고 물으니 말이 없다 오호라~~ 연초삼거리 연일식당 마루끝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시종 볼우물을 파대던 그 기생 아닌가?

 

연하의 남자, 소설가  김유정의 마음을 홀린 기생 박녹주의 머리에도 아마 동백기름이

 반지르르 흘렀을지도 몰라 ..

곧 다가오는 가을이면  익은 동백열매를  따서  기름을 짜겠지 ...

이렇게 별난 생각속으로 유영하는 것도 퍽이나 상쾌하다.

집을 나선 뒤 ..  30분쯤  걸었을까?

 곧 바다가 시작되는 장승포 신부동쪽에서 바다소리가 칼칼하게  달려온다.

짭쪼롬한 갯내음을 맡으며 도서관에 도착하고 후덥지근한  길을 걸었더니 목이 타서

얼른 정수기로 달려가서 종이컵으로 서너번 물을 받아 목을 축인 뒤 창너머 행길로 더위에

 지친듯한 모습으로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다시한번 흘깃  바라보다 '휴' 하고

침착하게 숨고르기를 한다.

 

 행여나 길 건너 수협어판장쪽에서 내지르는 장사꾼들의 소리와 파도에 마음 빼앗겨서

팔색조가 깃든  '지심도'로 가는 유람선을 타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열람실의 문에 손을 갖다대자 문이 스르르 열리고, 책향기가 번지는 도서관 속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고 ...

 

 

도서관으로 가는  날 ..소지맘의 mdrma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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