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봉숭아꽃 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9. 8. 27. 18:40

.봉숭아 꽃씨를 땄습니다

길 가 어느 한적한 외딴집앞에서 하얀 봉지 벌리고 꽃씨를 따 담았습니다.

잘 익은 봉숭아꽃씨는 손이 닿자마자 털부숭이 꽃씨주머니를 톡 터뜨리며 또르르 말려 버렸습니다.

반쯤 달아난 봉숭아씨들이 반란을 일으켰죠

다른곳으로 옮겨 가기 싫다고 ...

 

하지만 내년에 또 다른 시골길 한적한 곳에 봉숭아꽃이 피어나면 좋겠다고 결심을 한  사람들이 끝내

요 봉숭아꽃씨를 훑어내리게 하였지요.

봉지속에 갇힌 꽃씨들이 촉촉한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모습을 보니 슬몃 이런 생각이 드네요

꽃다운 17~18세가량의  조선의 딸들이 슬픈 모습을 하고 일본으로 끌려가는 풍경이... 위안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끌려 간  봉숭아꽃을 닮은 처녀들...

생각이 이렇게   미치자 봉숭아꽃씨들을  쏟아  버릴까~~

라는 순간적인 엉뚱함으로 하던 일을 그르치려고 합니다.

봉숭아꽃은 왜 그리 슬픈 꽃으로 기억이 되는지...

 

내 아버지께서 죽을만큼  사랑했던, 그러나 이루지 못한 슬픈사랑도 봉숭아꽃을 닮았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의 학생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일본의 여학생이랑  ...

말도 안되죠 그 당시에...할아버지의 애국적인 반대에 쾅 부딪히고...

다시강제소환으로  현해탄을 건너서 돌아 온 내 아버지 ..가끔씩은 술 힘을 빌어서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하고  구슬피 노래부르시던 모습은  두고두고 가슴 아리게 하였습니다.

"사의 찬미" 를 현해탄에 남겨두고  바다로 떨어져버린 윤심덕을 백번 이해한다시던...

내 아버지의 이루지못한 사랑의 빛깔도...

 

원나라로 끌려간 충선왕이 역시 조선에서 끌려 간 궁녀가 손톱끝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세월을 하염없이 죽이고 살아야했던 그녀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또 얼마나 짠하였을지...

 

봉숭아 꽃씨를 따다보니  별별 생각이 다 기어드네요

고 작은 꽃씨하나로 인하여 생각이 훨씬 복잡해지죠.

시대배열도 두서없이...

 

그렇게 8월이 끝자락을 보이는 날 소지맘이 꽃씨를 가득 닸습니다.

서러운 꽃씨를요...

 

 

 

 

 

 

 

 

 

 잘 익은 봉숭아꽃씨가 손톱 살짝 갖다대면 '톡 '소리내며 씨들은  저 만치 먼  세상밖으로 달아납니다.

슬픈 자유를 찾아서 ...

 

 

 

손톱에 꽃물을 들이면 참 예쁘겠죠. ..

 

 

 

 

 

 

 

 

 봉숭아꽃의 친구 ...백일홍이도 고와서 서럽습니다.

 

 

 

 호박이 대롱대롱 ...심심한 슬픈 꽃의 친구 호박이도 함께랍니다.

 

 

 

 

 역시 봉숭아꽃은 장독대 근처에 있어야   제일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울밑도 좋구요 .

 

사람들은 말하죠 손톱끝에 봉숭아꽃물이 곱게 잘 들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구요

요번참에 소지맘도 봉숭아꽃물 한번곱게  들여 볼랍니다.

그리고 첫눈이 내리는 날에도 변함없이 엷은 빛깔로 고운지도  확인 해 보아야겠지요.

아 참 그런데 거제도에는 하얀눈이란것이 잘 내리지 않습니다.

그럼 그때는 소백산으로 가볼까요 ㅎㅎ

 

고 작은 꽃잎하나가 슬프거나,굳건하거나 ,아릿하거나 하는 자글자글한 이야기를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힘, 정말 대단하죠

그러니 뱀도 놀라서 도망을 가겠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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