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봉 가는 길에 만난 천남성
요들송을 불러 준 그 생생함을 상큼하게 기억하면서 산길 걷는데
이번에는 또 산딸나무꽃이 반기네요
아 이렇게 하얀 싱그러움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하얀 나비가 꽃 되어 피어난듯...
산소같은 비타민이 마구 번져나는 기분입니다.
팔랑거리는 나비가 살폿 내려앉은
그러니까 나비꽃이라고 불러주렵니다.
하얀 순백의 미
초록과 어울리다.
우리는 대기봉으로 가야죠.
언제나 앞만 보고 걷던 남자 ...그래서 '검프족'이었다가
산행을 부지런히 한 덕택에 살이 더욱 더 둥둥 찐 관계로
얼마전에는 친구로부터 새로운 별명 ' 슈렉'을 선물로 받았으니
천황봉에 오르면 새로운 각오를 다짐할지어다.
여기가 대기봉이런가?
기억하기 좋은 풍경이 아닌가?
오잉 이건 욕지도 부두에서 본 불판으로 의심되었던?
그 정체가 바로 섹스폰이었군요.
어떻게 불판을 지고 산길 가시려나 했지요.
멋진 산님, 오늘 세번째 만남입니다
하루에 세번씩이나 만남이... 이건 보통 인연이 아니겠지요
들머리 혼곡에 오를때도 엉뚱한 곳으로 가는 우리를 멀리서 보고 소리쳐
자신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오게 도와주셨던 ...
세번째 만남에서는 가져 온 술로 폼나게 따라 주시는군요
그런데 이 병 뚜껑이 예사롭지 않네요
가만보니 한쪽은 남자들의 무기요
다른 한쪽은 여자들의 무기가 아닌가요?
첫만남부터 재미를 주시더니...
죽은 소나무에 장승을 새기시네요
멀리 창원에서 그럼 일부러? 조각을 하려고?
궁금하여 여쭈어 보니
죽은 나무에 조각을 하여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중이라고
산행도 겸하고 ...
그늘도 없는 곳에서 땡볕을 정면으로 받으며
조각하는 일은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장승을 조각하는데1시간 20분 걸린다고 하니 우리부부는 정상을
다녀 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얼마나 힘이 들까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처하여.
천황봉이 저기로군요.
약20분 정도 가면 될것같아
혼자 먼저 걸어갑니다.
가끔씩은 그럽니다
남편은 혼자 다녀오라고 ,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통제구역이라네요.
계단을 따라 올라 가 보는데 곧 길은 끝나버릴 모양입니다.
지나가던 노 부부께 부탁하여 계단 위에서 사진을 찍고
철조망을 둘러 놓은 너머로 바다에 떠 있는 '양피마을'도 찍어 봅니다.
군사시설의 일부인 레이다망이 돌아가는지 ?
돌계단으로는 올라 갈 수 없습니다.
낭떠러지 위의 놀라운 모습하나
바위에 암각문이 새겨져 있는데
자연풍화에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사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네요 .
놀라운 사실 하나 발견
무심코 찍은 사진속에 남편이 계단 위로 올라 오는 모습이 잡혔네요
혼자 다녀오라고 하더니 ...
이 세선 통제사의 암각문을 정확하게 찍었습니다
더 이상 자연풍화에 노출되면 사라질것을 우려하여
유리로 막은 모습을 하였지만 조심조심 찍었습니다.
직접 찍었지만 여전히 알아보기는 쉽지 않네요.
항상 우리는 두대 혹은 세대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지라
언제나 찍는다고 여념이 없지요.
양피마을
죽은 소나무가 장승의 해학적인 웃음으로 되살아 납니다
조각을 하는 곁에서 아내는 섹스폰으로
'허공'을 불어줍니다
지나가던 산님들도 멋진 섹스폰연주에 박수를 보내 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속의 음악회 혹시 보신적이라도 있으신지?
남편은 장승을 새기고 아내는 섹스폰을 불어 준다?
저 분이 조각하는 장승의 코를 한번 보세요
신기하게도 저 코가 정말 매력적인 물건입니다
코는 남성(남근)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남편에게 들려 주는 노래로 '칠갑산'을 불어 주네요 .
" 죽은 소나무의 노래"
아주 멋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품과 함께 기년사진도 한장 ~~
언제나 한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
행복한 한 때를 담아 드렸습니다.
장승이 완성되자
이번에는 자신이 조각한 장승앞에서
멋드러지게 한곡 부시네요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니며 이렇게
죽은 나무의 노래를 새기신다네요
"죽은 나무의 노래" 는 앤이 작명하였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산이 더 밝아졌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겠지요.
'숲속의 작은 음악회'가 이렇게 빛이 나는군요 .
지나가던 산님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노래를 감상합니다
욕지도 천황봉 가는 길에 ...
산님들은 마냥 즐겁습니다.
잘못 든 길이 길을 만든다고 하였듯
사량도 옥녀봉으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남겨 주었네요
알고 보니 그 분은 이런 작품을 정말 많이 남기신 분이라네요.
앤도 죽은 나무의 노래를 듣습니다.
둘이서도 들어 보고.
누군가를 위한 그 누군가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더위를 느낀 산이지만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칠갑산도 좋고
허공도 좋고 또 다른 노래도 좋습니다
숲속 작은 음악회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
연주는 끝이 났습니다
산을 찾은 날, 뜻밖에도 두번씩이나 멋진 음악을 선물로 받다니
앤, 전생에 그리 나쁜짓 하지 않고 살았나 봅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