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고암을 지나서 마을로 내려 갑니다.
푸른 유월과 붉은 고구마밭이 참 잘 어울리는 욕지도
빨강색 방화사통도 예쁘고.
고구마 저온창고와 작은 집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섬
해풍 맞은 돌담, 누가 쌓았는지 정겹습니다.
전봇대도 만나고
토끼풀꽃도 만납니다.
나그네는 섬을 느끼며 걸어갑니다.
벚꽃이 하얗게 피었던 그 자리에 버찌가 알알이 영글자
섬을 다녀가는 사람들은 결국 그 버찌의 포도주빛깔에 그만 꼴깍 넘어갑니다
입 언저리가 푸르스럼하게 물든 드라큐라를 닮은 모습을 마주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아유 쓰라 몽몽몽 ..."
천황로를 따라 가다가 생긴 일입니다.
손바닥도 드라큐라의 손이 되더군요
곧 저승사자가 들이닥칠지도...
가만가만 길 지나가면 될것을 ...
언덕배기를 종아리에 힘주며 내려서니
야트막한 작은 학교가 나타납니다
아주 작은 학교
이 학교는 친구가 수학선생으로 몇년간 근무했던 학교라는 걸 단박에 알 수가 있습니다
섬마을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섬마을의 기후변화와 학생들의 통학"
이런 제목으로 논문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
욕지중학교 교문앞에도 서 봅니다
언제나 말없이 자신의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사내,
학교 운동장 나무그늘 아래 앉아 명상을 하는 사내
잠깐동안 두 남자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도 그려봅니다.
기억하고 싶은 섬마을
섬마을을 지키는 교회도 만나고.
이끼 낀 골목길 깊숙한 곳에서 누군가가 금방 달려 나올것만 같습니다
중촌길 143번지는 '그 여자네 집' 같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욕지면 동항리의
원량초등학교 입니다
욕지도아이들은 중학교를 끝으로 뭍으로 유학을 가겠죠
통영,거제 혹은 서울,부산으로...
태극기가 내 걸린 어느 길가집
마침
현충일이라서.
무엇을 쌌을까 한보따리 ,한가방 들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찍어봅니다
이런 빛깔들이 모이면 욕지도의 색깔이 되겠죠.
욕지도우체국
편지한장 부치고 떠날까요?
하지만 편지를 보낼 대상도 정하지 못합니다
'나에게로 보내는 편지' 를 한번 써 볼까요?
언제나 빨랫줄에 널린 빨래가 꽃 보다 더 곱다고 생각하는 앤
집 모퉁이에서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할머니도 사진속에 담아 봅니다.
사람냄새 나는 골목길에서
언제까지나 이런 모습이었으면.
아직 다방이란 이름의 간판이 몇개나 눈에 띄네요
물다방 마담은 장사수완이 참 좋은가 봅니다.
어쨋든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는 성격 참 별나지요
하지만 골목길이 시원시원하게 뚫린 큰길보다
친근하니 어쩌겠습니까?
저 골목길에 사람들이 줄 서서 무얼하는지
쫓아 가 볼게요.
아니 욕지도에서 유명한 그 짬뽕집
서울까지 유명세를 타고 누구든 욕지도에 가면
꼭' 한양식당'의 짬뽕맛을 봐야한다고 생각하지요.
너무도 웃기는 줄서기 풍경이라 몇장 찍어 봅니다
그러나저러나 남표니가 사라졌어요
앞만 보고 가는 양반이라 가끔씩 찾느라고 신경 쓰인다는....
염려하는 아내의 마음을 어디선가 눈치채었는지
곧 전화가 울리네요
받아보니
요 맛집앞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 ...
근처에 있는 줄도 모르고 .
아직도 골목길에는 볼거리가 많은데 어쩌지요
욕지도사람들의 진솔한 살림살이가 그리움처럼 발목을 잡네요
그냥 퍼질러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도 편안해보이구요.
꼭 한양식당의 짬뽕을 먹어야 하나요 ?
밥도 싸왔는데 두루두루 둘러 보고 어디 바람맛도
그럴싸한 곳에 앉아 밥 꺼내 먹으면 되겠죠.
아 참 욕지도 스포츠카를 대여 하는 곳도 지나가다 마딱드렸습니다
농기계를 변형시킨듯한 스포츠카
실제로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주인없는 차에 무임승차하였으니 곧 경찰이 올까요?
육지에서 여행 온 멋쟁이아가씨는 신기한 듯 바다를 바라보고
해녀들은 바다농장에서 캐 온 먹거리 해삼,멍게(우렁쉥이),전복 등을 펼쳐놓고
육지사람들에게 바다를 팔아 보겠다고 열중입니다.
동쪽바다로 퍼뜩 가보소
통영 강구안쪽에서 괴기떼가 막 몰리오는기라요 쎄기쎄기 가야지
느릿느릿 가모 망구 허빵인기라 .
(동쪽으로 빨리 가보세요 통영 강구안쪽에서 고기떼가 몰려와요 빨리빨리 가야지
늦게 가면 다 놓칩니다)
라며 동상선생이 알려 줍니다.
해녀들의 하루
동상앞에서 싸온 밥을 꺼내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아 그런데 상추쌈이 뭉개져 물탱이가 되어 나오네요
김치하고 상추쌈만 가져왔는데
별수없이 김치한가지로만 ...
한양식당에서 짬뽕맛을 보고 싶어 줄 서서 기다리던 남표니한테 살짝 미안합니다
해산물이 숭숭 떠 다닌다는' 욕지짬뽕 ' 얼마나 맛있었을지.
우리가 앉은 옆, 그늘나무 아래서 식사하던 서울사람들이
잠깐동안 재미난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 중 한 아저씨가
지나가던 아이들을 불러 세우더니
"본이 어디냐 , 성은 무엇이냐, 다니는 학교는..."
그러더니 돈 5,000원을 주면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하네요
욕지도아이들 어떨결에 서울손님들로부터 받은 공돈에 신이나서
'욕지상회' 로 막 달려 갑니다
욕지도에서 본 맑은 인심입니다.
세 아이들의 오늘 일기장에는 똑 같이 서울아저씨께
돈5,000 원 받아 아이스크림 사 먹은 이야기가 등장하겠지요
섬은 섬을 돌아 가니
강호동과 1박2일팀은 욕지도까지 다녀갔다고 플랫카드에 알록달록 사진 찍어
세상에 광고를 해 댑니다 .
섬을 쏙쏙드리 돌아보려 했는데
시간이란 놈에 끌려 다니는지라
이럴 때는 시간을 끌고 다니며 마음대로 요리 하루 수 있다면
유유자적 떠 있는 배들과도 한가로이 놀아보는건데...
통영 ,삼덕항으로 가렵니다
욕지도여객선터미널에 들어서니
오래 된벽시계가 걸려 있네요
여전히 시계는 정확하게 가더라구요
똑딱이면서
할아버지댁 마루 시계처럼...
오후 2시에 우리는 통영 ,삼덕항으로 갑니다.
욕지도여객터미널에서 본 이야기하나
터미널 정중앙 그러니까 승선표를 적는 테이블 가운데 이런 술병이 놓여 있네요
'적하수오 술' 1,8 L 한병에 십오만원?
도대체 어떤 효능이 있길래?
집에 가면 당장 검색하여 효능에 대해 알아봐야겠어요.
놀라운 가격 ..혹시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지?
물반,고기반, 배반인 바다인지...
우리를 태워 갈 배가 들어옵니다.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을 욕지도에 내려주고.
통영 삼덕항으로 가는 뱃전에서
정말 시원 해 보입니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젊은 그들
배를 타고 바닷길을 가노라면 종종 만나게 되는 등대
보리때모자가 바다랑 어찌그리도 잘 어울릴까요?
멀리로 달아나는 등대도.
통영이 가까워오네요.
아니 뱃전에 학교종이?
하고 깜짝 놀라자
옆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날라댕기는 것들이 종소리를 듣고 얼씬도 하지 않아요 "
날라댕기는 무리란건 모기,하루살이,혹은 똥파리들을 말하나봅니다.
삼덕항까지 무사히 데려 다 준 선장님
그리고 선회창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우리는 삼덕항에 내리고
통영시 산양면 시골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바다 너머에 두고 온 욕지도,
종종 그리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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