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26(일)
9월의 끝자락에 매달린 일요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느긋하게 비토섬으로 간다.
비 토 섬 (토끼와 거북이야기 ~'별주부전'의 무대가 된 곳?)이 있는 사천시 서포면은
거리상으로는 차로 가는데 1시간20여분 걸리지만 따로 시간 내서 그곳까지 깊숙하게
들어 가 본 적은 없었다.
네비게이션에 비토섬을 치고
달려 가니
사천시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은 들이 펼쳐져 있고 산은 멀찌감치로 물러 나 있다.
십수년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하여 사천시로 다시
태어난 이 곳의 지명은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명이 그러하듯
중국의 사천이란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중국이 한국 지명의 차용했을까?
노랗게 잘 익은 벼들은 얌전하게 고개 숙인 채 들녘을 물들이니
꽃보다 아름답다.
서포면 자혜리 사천대교 앞에 도착하여 사천시 관광안내표지판을 살펴보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위치를 확인 해 본다
먼저 비토섬으로 가서 비토교를 건너 '토끼부부'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월등도까지 가 볼 생각이다.
그녀가 사천의 비토섬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국화향기처럼 그윽한 향기를 날리는 멋진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국석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포스팅한 내용을 보고 잘 몰랐던 섬에 꼭 가 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서포면 자혜리와 용현면 주문리를 연결한 사천대교는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가 아니고 사천만을 이어주는 다리다.
이 곳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 들어 바다는 얌전하고 들풀은 익어 가고 있다
사천대교 아래로' 깔따구'(가을 전어)가 몰려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 깔따구 굽는 고소한 냄새에 혹 집 나간 며느리가 있다면 다시 돌아 올지도...
줄리앙소렐님이 가리키는 곳은 SPP조선소가 들어 선 곳(사천시 사남면 초전리)으로
사천만은 수심이 얕고 , 다리까지 대형선의 항로를 막고있어
조선소가 들어 서기는 부적당한 곳이라는 설명을 해 준다.
사천대교 아래로 내려 가 보니
며칠전 내린 비탓인지 바다는 희뿌옇고
억새풀은 익을 대로 익어 늦은 가을 날 우루루 날아 갈 준비를 서두르는지.
강아지풀도
익어 톡톡 튕기며 약이 오른 가시수염이 콕콕 찌르는 것을 보니 과연 결실의 계절인가보다.
다리 밑에 누군가가 세워 둔 자전거를 한번 빌려 타고
해안도로를 여유롭게 달려 봐도 좋을듯하다
누군가를 등 뒤에 태우고 달리면 멋진 '가을동화' 2편이 만들어 질지도.
우리가 서 있는 자혜리에서 비토섬을 거쳐 월등도로 들어 가려면
바닷길이 열려야 한다는데, 물때사정은 생각지도 못한 숙제가 되었고.
마침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은 아저씨께서
이렇게 조언 해 주신다
"114에 전화 걸어서 비토리 이장님댁 대 달라고 하여 물때를 알고 가면 식은 죽먹기요"
"그렇게 알려 드리면 곤란해요 114 안내원이 비토리이장님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아요
적어도 이장님 성함은 알고 가셔야지 "
"그럼 비토리에 가서 주민에게 물어 보면 될 것을"
하여튼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그들이 고맙다
사천대교 옆에서 포장마차를 하시는 아주머니께 삶은 찰옥수수 두개를 사서 먹었는데
여태까지 먹어 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아주머니께 맛있었다고 , 잘 먹었다고 인사드리지도 못하였으니
이런 ~~~인삿말조차 까 먹는 건망증이 이젠 중증으로 ...
비토섬으로 가다가 길가에서 본 흰색 비닐뭉치? 들길에서 종종 보았는데
속에도 비닐인지? 아닌지? 정말 딱딱하게 만져지는 이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 볼 기회가 오지 않는다
사람이 통 지나가질 않으니.
일찍 벼 타작을 한 농가에서는 길가에다 펴 말리는데
시골길 가다 보면 종종 이런 풍경 만난다.
가을 햇살에 벼말리기
시골에서 나고 자란 환경탓인지
이런 풍경 만나면
햇살에 펴말리는 멍석으로 가서 신발 벗고
두 발로 왔다갔다 골 타며 휘휘 저어 주고 싶어진다
고랑 진 골속으로 햇살과 바람이 기어 들어 까실하니 잘 마르게
햇살이 눈부셨으면 좋겠다.
산밑마을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이 시각에 불 때서 밥할 시각도 아닌데
여기서 우리는 길을 분명코 잘못 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할머니께 여쭈니
" 마침 잘 되었소 우선 나부터 좀 태워주소 나 가는 곳이 비토리 가는 길목인기라요"
하신다.
"저게 경운기 옆 서포면사무소 앞에 내려 주고 길 따라 쭉 가면
비토섬 가는 길이라요."
차를 태워 주어 편하게 잘 왔다며 사진모델 한번 멋지게 해 주고 가시는 명랑할머니.
비토섬 가는 길목은 어느새 겨울빛이다.
벚꽃나무는 성급하게 잎새 다 털어버린 채 앙상하고
떨어진 잎새들은 바람에 우루루 몰려 다니니
9월부터 이런 빛깔이라면 내년 봄까지 기나긴 겨울의
회색빛깔은 이 곳 사람들에게 몹시 지루하게 느껴질것같다.
가던 길 멈추고 차에서 내려 보니
검섬삼거리란 이정표가 반긴다.
끝물 호박넝쿨과 끝물의 고추가 언덕에서 가을의 깊은 우정을 꽃피우는지...
익은 왕골이 언덕에 가득하다
밭으로 일가는 할머니의 뒷태는 자연이 빚어 낸 조화속의 걸작으로 빛나고.
삽으로 흙을 파 뒤집는 것
혹시 마늘을 심으려고?
너무 힘들어 보인다
젊은이가 사라진지 오래인 시골에선
이렇게 힘든 일도 할머니들 차지
사진을 찍으려니 조금 미안해진다 죄 지은 사람마냥 .
힘들고 고된 일하는데 도와드리지 못하는 우리도 죄인이 아닐까?
언덕 위에 숨어 익은 누러탱탱한 호박
이 곳의 밭들은 다 황토밭이어서 고구마를 심었더라도 정말 맛있었겠다 .
마늘을 심을 거라며 열심히 이랑을 만들어 곱고 정갈하게 다듬으니 곧 마늘밭으로 태어날
황토밭이 공단이불 깔은 듯 곱다.
빠알간 황토밭을 보니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의 고향이 이런 모습일거란 생각이 든다.
빨간 땅에서 자란 큼직한 감자가 맛나다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과 그 섬으로 가려면 차를 타고도 10분이상 가야하는
Confederation bridge도 상상속으로 달려 오고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의 아름다운 다리)
비토섬과 월등도 가는 길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일텐데...
열심히 밭이랑 고르는 할머니
선창마을의 갯벌
곧 할머니가 일하시는 밭으로 내려가서
일하는 거 방해하며 허리를 펴게 해 드리니
힘드셨는지 고마워 하신다
때로는 말벗도 고마운 때가 있는 법
할머니의 부군은
선창마을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셨다가 배가 뒤집혀서 돌아가셨다는
슬픈이야기와 4남1녀 자식들이 모두 객지생활을 하니
혼자 사니 끼니때가 되면 밥 맛이 없어 아침밥조차 굶고 여태 힘든 밭일을 하셨다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각이라
집에 가셔서 식사하고 조금 쉬었다 하시라고
억지를 부렸더니
그러시겠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이런 선량한 표정을 지으시는 걸 놓치지 않고
디카속에 얼른 담았다
선창마을 할머니의 기막힌 표정 쉽게 잊을 수가 있을까?
선창마을과 갯벌과 할머니
선창마을을 돌아 비토섬으로 가는 길에
비토교
이 다리가 놓이자 비토섬은 육지로 연결이 되었고.
비토교에서 바라 본 비토리.
비토교 다리 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비토교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내려 다 보는 풍경도 생경하지 않다.
다리를 건너가자 바람에 몰려 다니던 낙엽이 먼저 반긴다.
코스모스 가득 핀 비토리의 너른 공터
코스모스 꽃이 좋아서 꽃속으로 달려 갔더니
차에서 내린 아주머니가 뒷트렁크에서 꺼내 드는 것이 있어
궁금하여 가서 보니
그녀가 꺼내 든 바구니속에는
조개를 파려고 호미며 준비물을 단단히 챙겨 들고
부지런히 바다로 걸어간다.
비토교 다리를 건너면 참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게 된다
바다랑 잘 어울리는 가을꽃 코스모스가 만발한 바닷가 마을 비토리
살짝 보이는 비토교가 아름다운 어느 가을 날 .
바다로 가는 그녀의 뒷태도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린다.
그녀가 갯벌을 향해 걸어가니 자꾸만 작아진다.
조금 후면 그녀는 갯벌로 내려 서겠지 그리고 열심히 조개를 캘것이고.
이곳에서부터 토끼와 거북이야기, "별주부전"이 시작 된다.
고대소설 '별주부전"
그 무대가 바로 이곳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비토섬과 월등도로 향한다
거북이가 토끼를 살짝 꼬여 용궁으로 데려 가는 모습의 케릭터상을 보며 작자미상의 고대소설 속
무대를 찾아 가는 흥미로움은 또 다른 맛깔 난 가을여행으로 으뜸이 될것같다.
남해용궁을 다스리던 광리왕이 죽을병에 걸리자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토끼모양 그림 한장 손에 들고 거북이 토끼의 간을
구하러 비토섬으로 향하는데...
별주부전의 고향 ~ 비토섬에서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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