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11.23(화)
동부면 학동리 망치해변으로 겨울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길에
사곡삼거리를 지나 두동마을에서 잠깐 차를 세워놓고 ...
아직은 예쁜 색깔을 간직한 채 따뜻한 양지쪽에서 담쟁이넝쿨들이 담을 타고 뻗어 나간다.
누군가가 심어 놓은 시금치가 물기없는 건조한 땅속을 헤집고 올라오는 용기를 보며.
척박한 땅에서도 파랗게 싹을 틔우더니 이렇게 나풀나풀
거린다
뽀빠이는 시금치를 많이 먹어서 힘이 세어졌다는데 ?
척박한 땅에 종선씨가 씨 뿌리고 가꾼 노력이
돌틈사이로 파릇파릇 돋아 나 있는 모습은
생명체의 싹틔움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고.
남도의 하늘빛은 파랗고
하얗다 .
햇살 한 줌도 그리운 날
키 작은 배추들이 추운가보다 파르르 떨고 있는 듯...
담쟁이가 그린 그림 ' 마지막 잎새 '
망치바다와 만나다
" 망치라는 동네가 있다 없다 ?"
라는 '스펀지'에 출연하였던 그 바다 .
윤돌섬이 코 앞에 보인다
오늘이 아홉물이라는데
3시 50분경이면 저 멀리까지 물이 난다는데
개발(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해물체취)을 시작 해 볼까?
겨울바다는 옴팡지게 추운데
바다로 들어서려니 조금 망서려진다
겨울바다로 들어서려는 망설임
영화 '타이타닉' 이 생각난다
잭(디카프리오)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간절한 사랑이 바다에서 쓰러지던
모습이 실제처럼 바다에서 그려진다
사랑했던 사람들, 얼마나 아팠을까? 고통스러웠을까?
죽음이 둘을 갈라 놓던 순간이 바다위로 오버랩되며
겨울바다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물때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철썩철썩 파도가 몰려와서 때리고 부수고
모난 돌 깎아준다
몽돌몽돌하게 .
우뭇가사리 , 물속에서 건져 올린 해초류
바위에 헛뿌리를 내린 해초류는 칼로 잘라 내기도 하는데 고둥,해삼,우릉쉥이,게 ,톳나물,모자반 굴따기 등
바다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개발은 재미도 있지만 오래하게 되면 허리도 아프고
바닷바람에 노출되어 몸살이 곧 따라 붙을거라며 오래 전 섬여자가 되어버린 종선씨가
염려를 해 준다.
바닷물이 표나게 빠지는것 같지를 않다
물이 싹 빠지면 윤돌섬까지 나아갈 수 있으려나?
물때를 가늠하기란 정말이지 어렵다.
아름다운 섬 외도가 눈 앞에 보인다 .
헤엄쳐 가도 곧 도착할듯.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 까망비닐봉지 가득 겨울바람으로 가득찼다.
맵사리고둥이 제법 많다
집게들이 돌틈사이로 돌돌돌 기어 다닌다
찍찍, 픽픽. 꼬물꼬물 소리를 내는 바다 생명체들의 살아가는 풍경들이 정겹다 .
칼로 바위에 붙은 굴도 따고
껑충 건넌 바위에 걸터앉아 고향 대구도 생각하며.
이제 조금 더 씩씩 해 졌다
미끌미끌한 바위도 제법 익숙하게 타고 다닌다.
윤돌섬과 외도
그만 바닷물로 미끄러졌다
물이끼가 매서운 본때를 단단히 보이네.
사람은 환경에 적응도 참 잘한다
미끄러져 물에 빠지자
용감해진다
그래 한번 맞서보는거야
더 멀리로 더 앞으로 바다속으로 전진하여 소라, 전복도 따야지 ...
물이끼는 돌옷을 입힌듯
너무 미끄러워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바다
긴장하며 정면 도전하는 용감한 세여자.
밀물과 썰물이 겁을 주지만
저 건너 바위에 가득 붙은 굴이 유혹하니 건너고 싶다
드디어 싱싱한 톳나물 발견
톳나물 군락지 ㅎㅎ
칼로 베어야지.
싹뚝싹둑 돌에 붙어 자란 톳나물을 베어냈다
몇줄 떼어 먹어 보니 짭쪼롬하다
오늘 저녁반찬으로 톳나물 데쳐 조물조물
무쳐 바다냄새 맡으며 맛있게 비벼 먹어야지.
물속 바윗돌에 붙은 고둥이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
톡 떨어질까봐 간이 콩알만해지고 오마조마 조바심이 난다
혹여 떨어져도 다른 돌에 가서 딱 붙어서 꼬물대며 살아가겠지만 ...
내륙지방에서 시집 온 그녀 이제 섬여자가 되어
싱싱한 톳나물도 베어내 갈라주고 따개비도 따며 열심히 개발하는 그녀가 너무 예쁘다
찬 바람 맞으며 옷밖으로 쫓겨난 그녀의 맨허리까지도...
바윗돌은 온통 파래가 접수하였다
파래천국이다 .
그런데 바닷물이 지금 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지켜봐도 물때는 모르겠다.
밀물과 썰물의 구분도 쉽지 않고...
우리도 바다가 되었다.
몽돌이야기
지난 여름 와글와글 시끄러웠던 바다가 이제 심심하다
우리가 찾아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그 때
한 통의 전화가 결려 왔다
"전쟁이 났어 연평도에 북한군이 포격을 해 왔어 빨리 바다밑으로 숨어 "
종선씨의 사부님이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정말 크 큰일났어? 우린 이제 어쩌지 여긴 망치바단데 어디로 가?"
"에쿠 또 거짓말일걸 이젠 안 속는다 절대로 안 속아 어디 한두번 이런 장난질을 했어야...
장난치는거야 개구쟁이 남표니라서 설마..."
"그럼 늑대가 나타났다 하고 심심해서 장난질치던 그 양치기소년 흉내를?"
결국 양치기소년의 마지막 말이 사실이엇듯
종선씨의 사부님이 전해준 소식도 사실이었다
얼른 차로 달려 가서 네비뉴스로 확인 해 보니 .
*뉴스속보입니다 *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부터 3시 사이에 북한이 연평도를 타깃으로 해안포 수십발을 발사한 ...
"엄마야, 인자 우리는 우짜노?"
우리가 삶아 간 고구마는 해변가 몽돌위에 두었다가 고양이한테 다 빼앗기고
북한은 연평도를 포격하여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바다는 우리를 사정없이 물에 미끄러지게 하고 나자빠지게 하더니 ...
우째 이런 일이...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수분이 있던 자리 (0) | 2011.01.14 |
---|---|
Tom love님을 떠나 보내며 드리는 추모의 글 (0) | 2011.01.10 |
12월, 달동네는 점점 더 추워지겠죠? (0) | 2010.11.27 |
죽음도 밀쳐 낸 귀염아, 내일도 활짝 웃는 날 되기를 (0) | 2010.11.17 |
계룡산에서 (0) | 201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