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연행마을' 표지석과 1975,80년 봄, 그 찬란했던 기억들의 외출..

이바구아지매 2011. 4. 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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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를  빌어다 종종  인용하기도 ,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봄은 왜 잔인한지...

꽃들은  화려하고  도도하며,  날씨는 포근하고 상쾌하니 

 질투하는  역설적인 표현이렸다?

 

 

 

 

 

 

이렇게 꽃들은 다투어  피어나고

피어나는 꽃을 바라 보는  젊은  희망은  용암처럼 끓어 솟구칠테고 ... 

 

 

 

 

 

횡단보도에서 바라보는 차들마저도

광기어린 질주만 아니라면 밉지 않겠다.

 

 

 

 

 

 

 

연두빛 풀잎 피어나는 소리를  들으며 그림자 앞세우고

쉬엄쉬엄 걸어가면 되는 것을 ..

 

 

 

 

 

땅은 기름지고

보리밭의 4월은 그림같이 평화롭다.

 

 

 

 

 

 

 

 

 

이런 아름다운 봄의 예찬에   찬물 끼얹는 그 무엇 하나를  때려주어야겠다.

 

거가대교를 가로 질러 국도 14호선과 만나는 송정IC를 지나 

 고현쪽으로 달리다 보면 연초면 연사리 국도변에서  무심코 만나는 '연행마을'

이라 새겨진  마을표지석, 이놈이 보는 사람들의 눈에 크게 거슬린다.

사람들은 마을 앞을 스쳐지나가다  마을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이고 무시라 내가 무얼 잘못했지?

당장 경찰이 달려와서 수갑을 채워 잡아 갈라

무 시 라... 겁나네 ....휴우'

하며 표지석을 본 사람이라면  잠깐 가슴을 쓸어

 내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1975년 봄 , 우리를  벌벌 떨게 한  잔인하고 가혹한  사건 하나를 벌컥 떠올린다.

그 유명한 '인혁당사건'..

 

'무얼 꾸물거려 연행 해 당장 ...'

라며 군부가  숨통을 조이며  피를 말리던    유신 독재시절이 있었다  

1975년 봄 , 우리를  벌벌 떨게 한    인혁당사건의 보자기를 펼쳐 보면 ...고문...사형...등 가혹하고

참으로 잔인했다.

 

 

 그 무서웠던  1975년의 봄을 어린 눈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몇년 후 , 오빠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유를 간절히 원하는  

 몸짓으로 캠퍼스를 박차고  거리로 쏟아져 나갔고...

 

찬란했던 봄의 끝에서  ... '연행'...부모님의 긴 한숨소리를 안타깝게 들어야 했고

1980년 ' 광주의 봄'을 지켜 주려는 또 하나의 몸부림으로 화려한 외출을

 시작한 젊은 그들을  시내곳곳에서 보았다.

용기있는 젊음을 본 봄날들,

이제는 서늘한 기억들로 녹아 들었지만...

 

 

거제시 연초면 연사리 연행마을,

물론 이름과는 달리 좋은 뜻을 품고 있긴 하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름만으로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작은  마을의  표지석 하나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어 낸   중요한 역사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억지로 꿰어 맞추기를 하나...허허

 

'2011년 거제시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기분좋은  거제관광이

되도록 작은 배려지만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인것을.

아주 작은 변화가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어 갈 수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