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외외가와 외할머니와 남새밭 풍경

이바구아지매 2011. 3. 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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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외가의 외할머니가   남새밭에서  엄마의 일손을 거드신다

 그냥편히 앉아  계시라고 말려도 평생운동처럼  일하던 습관이 남아 가만 못계신다.

아흔을 훌쩍  넘기신  연세에

조카딸네로   다니러 오셨지만  밭일하는 조카딸을 보자 뮤조건 밭으로 나오셨다.

오신김에 한달쯤 머물다가 가실 거라는데 ...

너무도 정정하시다 세월을 비켜 가는 자전거를 타셨는지 ,그도  아니면   놀림보 심술을 부리는 세월이란 

 녀석을  호통쳐서  못오게  쫓아 버리셨는지....

 

 

 

 

 

 

 

 

외외가(엄마의 외가 )의 외할머니(엄마의 외숙모)께서는 꽃을 가꾸는 집의 아낙이라

꽃도 잘 가꾸시더니 밭일도 야무지게  잘하신다 .

 

 

 

 

 

 

 

 

 

 

 

 

 

외외가는 엄마의 외가이다.

꽃을 가꾸던 꽃집의 딸이었던  외할머니께서는  일찍 시집을 갔지만 병약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예쁜 손자소녀들이 차례차례  태어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 

보지도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

 

슬프고도 아름다웠던  들꽃같은   유년의   뜨락으로  한번  되돌아 가  볼까? 

 

어린시절 외가에 가는 날은 무지 행복하였다

 외가에 가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는 큰외숙모님이

계셔서   외할머니의 자리를 대신 채워 주셨다.

 

꽃이 가득한 외가의  마당에 들어서면 큰외숙모는 마치 기다리고 계셨다는듯  

이름 불러 주며 

 " 배고프제 어서  청(마루)으로 올라오이라 뭐좀 주꼬?  "

라시며   감이랑 밤 그리고 귀한  사탕까지   꺼내

 입에 넣어주시며  큰시누이의 일곱번째 질녀를 귀여워  해 주셨다.

제법 컸을때까지도 그런 큰외숙모님이  외할머니인줄 알았던  바부탱이였다.

사진속에서 만나 본 외할머니께서는  고개조차  무거워 가누기 힘들었는지  한쪽으로 귀울인 채

 힘이 없어 보였지만  꽃집 딸답게   꽃을 좋아하여  시집올 때도 꽃을 가득 가져와서 심고 가꾼 덕택으로   외가로 가는 마을의

초입부터 온통 꽃길이 시작되어  외가의    대문 위   작은 공간까지도  온통 꽃천지였다

 몸은 아팠지만 꽃을 사랑한 여인이 저질렀던 꽃같은 이야기들...

 

외할머니께서도 조금 더 오래 사셨더라면 분명  행복한 꽃할머니가 되셨을지 모른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 '타샤 튜더' 처럼  꽃을 가꾸며  소소한 일상을 꽃향기로 버무린 동화를 써내려 갔을법한.

 .

 외가에 가는 날은   언제나 꽃내가 나비처럼 펄펄 날아 올라  어린 계집아이의 마음은    싱그럽고 설레었다.

 

 

 

 

 

 

 

 

 

 

 

 

밭일 하다 보니  성질급한  해는 서산으로 도망을 쳐 달아난다

엄마는 저녁상에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씨락국과 시금치를 무치고  조기한마리 구우실거란다. 

 이번 만남이  혹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외할머니께 용돈을 드리려고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사각거리는 댓잎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들려 달라신다.

 

 

 

 

 

 

 

밭에는 마늘이 먹기 좋게 자랐다.

  낡고 오래 된 집을 뜯어버린 흔적이  엉성한 채   제멋대로   이웃집터와   경계선이 되어버린 돌감낭개,

 이  감낭개는 너무 큰 그늘을 만들어   밭작물이 잘자라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계획적으로 쓰러뜨렸다

 나무는  몇백년동안  끈끈한 생명력으로    조선 오백년사처럼 역사를 함께  한  대단한  나무였지만, 세상을 차지한 공간만으로도

풍성하여 까치집도   서너채씩 분양하여 고목으로 유명세를 드날렸지만,   새마을 운동 한창이던  시절

 초봄에 작심한  대여섯 장정들의  빛나는  톱날끝에 그만... 

그 꼴을 지켜 보고 섰던 단발머리 작은아이는 ' 펑펑 ' 울어버렸고  장정둘이  마주서서 아름드리 안아도 차고 넘치던 돌감낭개가

쓰러지던 날의  충격을 가슴에 묻었다. 

 

  그 후  그루터기에서  연두빛 작은 새싹이 움터    잔가지로 자라나  세월을 콕콕 쪼아먹더니  제법  굵어졌고  예전처럼

 다시 돌감을 총총하게  달기 시작하였다.  시린 겨울내도록  까치밥을 대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되어  남새밭을

지키며 도란거리는   예전의 .그리운 빛깔로 얼추  되돌아갔다. 

 

 밭고랑에 앉은 외외가의 외할머니와, 마늘과, 돌감낭개가  참 잘 어울리는 3월이 하순으로 달리는 하루,

엄마의 남새밭은 오랜만에 나타난  중년이 된   그녀에게    엄마의 투박한  발길질에  튕겨 나온 조각 난 손거울 반쪽이

 그 터에 살았던  작은아이의 흔적으로  자잘했던  추억의  편린들을  나란히  일깨워 줄세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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