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봄을 그리는 사람들...

이바구아지매 2011. 3. 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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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머니의   시골집에 가  보았습니다  

열여덟살 봄같은 나이에  가마 타고 시집와서 

 평생을 사셨던  그 터에...

 

 

 

 

 

바삭거리는  소리를 따라 장독 뒤의    언덕으로 올라 가 보니

이웃집 만상이아지매가  엎디어 쑥을 캐고 있습니다.

 

 

 

 

엎디어 쑥을 캐다가 인기척이 나자 아픈 허리를 간신히 일으켜 세우며

반갑다고 안부를 묻습니다

"안 죽고 살아  있으니 연광이  각시도  보고... "

"무슨 말씀 하세요 내년이랑    그 다음해 이맘때도   여기서  계속 쑥 캐셔야죠"

"고맙네  그러나저러나 악몽같은 지진을 만난  

 일본을 보모 한치앞도 알 수 없는기라 우리가  이 땅에 사는것도  한바탕 봄꿈 아니것나?"

 

 

 

 

그러다가 아지매는  다시 엎디어  쑥을 캡니다

'봄도다리쑥국'을  끓여서 입맛 잃은 할아버지 저녁밥상에

 봄냄새로 입맛을 찾아 드리겠노라시며...

 

 

 

 

 

이번에는 막내가 다니는   능포초등학교로 갔습니다

2학년 1반 교실에서 만난 '친구얼굴그리기'

하필이면 가나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기 시간이었습니다.

그림속 친구들을 세어 보니 15명

모두가 동화속아이들 같습니다.

 

 

 

 

 

 

오늘은 3월23일

언젠가 가나가 말해 준

"우리 선생님 우리 아빠랑 똑 같다  머리도 빛나리고 배도 볼록하고  .."

"그렇구나 그럼 아빠처럼 훌륭한 분이시겠네  가나는 좋겠다  멋진 선생님을 만나서 "

그리고 처음 만난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활짝 웃으시는 선생님의 입가와 눈가에서도 봄이 묻어 납니다.

 

 

 

 

 

정혁이도 친구들을 그립니다 .

 

 

 

 

 

 

 

 

지훈이가 그린 그림속 친구들도 봄처럼 방글거립니다.

 

 

 

 

 

 

 

 방가후 그리기 시간에 쓸 준비물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챙겨들고  갑자기   나타난 

 엄마앞이니 더 열심히 그려야겠죠 ?

하필이면 엄마는 가나가 가장 자신있는  그림그리기 시간에 오셨습니다.

그럴수록 의기양양한 모습 아무한테도 들키기 싫습니다.

 가나의 앙다문 입가는 날아갈것 같은 기분을 참느라 연신  실룩거립니다

발그레한  볼우물에는  어느새 봄빛이 활짝  퍼져나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거리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1인 시위로 또 그림을 그리네요

대우조선소 앞과 고현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본 침묵의 1인 시위

그들도  봄을   그리는 거리의 열정적인  화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