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1960년생 향우다방에서 성포항을 내다 보다 .

이바구아지매 2011. 5.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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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글에  반응을 보이는 어떤 분이 계셨다

그 분은 특히 '거제도 한 바퀴 '라는  카테고리에 달리는 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셨다.

그리고  글에 대한 반응을  최대한 고마운 댓글로 남겨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사근마을)가 고향이라 하셨고 지금도

고향동네와 그리 멀지 않은 통영에 살고 있으며 조선소에 근무한다고 알려 주셨다

모교인 성포중학교  학교 카페에도 명예회원으로 가입시켜 주신 고마운 분이다. 

같은학교 졸업생은 아니지만  몇회 선배님이 되시는  분으로

고향 거제도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자

그 뜻을 알고 현재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오늘은  이웃학교 선배님께서 알려 주신 신문기사 중   성포 마을의 역사가 된' 향우다방'과 

해상교통 수단이었던  뱃길이  화려했던 시절의  '성포항'이 궁금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후배와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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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에서 통영 방향으로 15분 정도 달렸을까?

사등면 성포항이 눈 앞에 나타난다

빨간색  아치형가조도 연륙교(가조도와 성포를 잇는)도 보이고.

오늘은 며칠전 신문기사로 본 '향우다방'이 못견디게 궁금하여

도시에서는 이미 사라져가는 옛이름으로  커피를 파는 다방을 찾으려고 두리번대자

이름값을 하는 다방이 금방 눈에 들어 온다 .

1960년생 향우다방...

그러고 보니 작은 포구에 50년이 넘은  시간을 한자리에서 떡하니 버티고 서서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니  기분 한번 묘하다

요즘처럼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우기며 두서너해가 지나지 않아 업종을 바꾸며

시시각각 갈아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에 ...내 고향에도 고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 있었다니...

 

 

 

 

 

 

 

 

 

성포항은 바다가 참 조용하다

작은 배들은 할일이 없는  건달처럼  바다에서 빈둥대고...

여기가 예전의 그 화려했던 명성의 성포항인가???

항구라기 보다 차라리  작은 포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듯한 바닷가 마을...

 

 

 

 

 

한낮의 성포는 조용하여 업은 아기가 곤히 잠들기도 좋겠다

바라다 보이는 여섯개의 횟집에는 누가  가서 매상을 다 올려 주는지?

별고생 않고도  쉽게 찾아버린  '향우다방' ...노란글 간판이 개나리색이라 금방 눈에  띈다.

 

 

 

 

 

 

 

 

1960년생 향우다방 전화번호 632- 5033

이 다방하나가 성포항의 역사를 말해준다니 ...좀궁금할까?

 

 

 

 

 

 

 

향우다방에 들어서기 전 조금 오래 된 역사의 흔적 하나를   발견한다

전화번호 32- 5033

이 전화번호를 달기전에는  그냥 503번   ~ 이런식이었는데

소소한 풍경이 전하는 작은 역사 하나를 발견하는 재미도 괜찮다.

 

 

 

 

 

 

 

향우다방에서 가장 맛있다는 대추차를 마셔야 하는데 갑자기 이 다방에서

가장 맛있는 차가 무슨차인지  묻지도 않고

그냥 커피를 덜컥 시켜 버렸으니 취소하기엔 이미 커피가 토라질것 같은 분위기라  ...

오래된 다방에서 유행 지난 노래가 흘러 나올까 기대도 하였지만  완전한 침묵이다 .

성포항이 화려했던 전성기에는  혹시 이다방에도 멋진 DJ가 있어 항구에 어울리는 음악을 흐르게 해 주고

분위기에  취하는 썩 폼나는   선창가였을지도 모르는데...

 고스란히 옛풍경을 기대하고 왔다가 마주한

 밋밋한 풍경,

그렇다고 현대도 아닌, 과거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  향우다방의 매력일까?

시간이 잠자는듯   심심한 풍경속에서도 갈증난 사람처럼   다방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피다가

기어코

아주 멋진 액자틀 같은 창가의  매력을 발견하고  그만 풍덩하여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창가로 내다 보는 조망속은   가조도로 건너가는 빨강색 다리가 보이고

5월의 나무가 창밖에 서서  창가로 바람을 보내 주니 바다맛이 짭쪼롬하니 좋다.

나 아닌 다른 손님들도 저 창가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탄성을 내지르더냐고 여주인에게 물으니

도시에서 오는 손님들은 더 큰소리로 떠나갈듯 고함을  내지른단다...

다방여주인은 그럴때마다 보람을 느끼겠지...

 

 

 

 

다방의 여주인한테 언제부터 이다방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3년전에 우연히 인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산에서 아는 동생을 찾아왔다가 덜컥 다방을 인수하게 되었고 그만  눌러 앉게 되었단다.

이 다방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1960년생이라고  정확하게 말해주지만

그전에 누가 주인이었는지는 알지 못하며  이미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오늘까지 온것만은  분명하다 

 향우다방

사라지지 않고 오늘까지 있어 준 끈질김   정말 대단하다 .

살아온 연륜이 제법 되어  보이는  여주인한테 나이를 묻는것은 실례일것 같아서

70세까지는 꼭 하시라고 덕담을 선물로 내려 놓으니   씨익 웃는다.

 

만남과 이별의 숱한 애환이 서려 있을법한 향유다방의 그 많은 이야기는 그럼 누가 다 기억하고 있을까 ?

 

 

 

 

 

직접 갈아서 맛있게 끓이는 대추차맛  유명하다는데

맛도 못 보고  입맛만 쩝쩝다신다

대추즙차는  5,000원이라고  메뉴판에 적혀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이라 또 달려가야 하므로  바삐 나온다

 

다음에는 꼭 혼자서 온 하루를 다 안고 다시 찾아오리라 ..

 

 

 

 

성포 앞 바다에 얌전하게 엎디어 있는 노루섬과

가조도로 건너가는 가조도연륙교가 빨강등대와 함께 어우러진다.

이 곳에서  일몰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성포바다로 지는 해의 빛깔이   피빛으로 물이 드는 찰나가

 너무도 아름다워  그만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만단다.

 

 

 

 

 

참 기억하기 좋은 날에 향우다방이야기에서 빠진  액자이야기 하나 더 하고 가야겠다

여주인이 전해주는 이야기로는  저 액자가 향유다방의 가장 오래 된 보물이라는데

적어도 몇십년 되지 않았을까  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액자속의 그림은  농악놀이를 신나게 하는  그림으로  누구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오래 전 근처의 성포중학교 미술선생님께서 그려 준 작품일까?

 

향우다방 옆으로 난 집의 문패도 보이고...

 

 

 

 

 

 

 

멀리 전봇대 뒤로 '우리 미용실'이 보인다

 수십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우리미용실도   다시 성포를   찾는 날에는  꼭  한번 들려봐야겠다.

육상 교통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거제의 해상교통의 관문 역활을 하며  꽤나 번창한 곳이었던 성포항

하지만 거제대교(1971)와 거가대교(2010)가 개통되면서 해상교통이 사라지는 바람에  화려했던 뱃길의 명성은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마을은 한적한 어촌의 나른한 오후가 되어 버렸다.

 

부산에서 성포를 지나 통영,남해,여수로 가는 뱃길에는 금양호,복운호,한양호,천신호,갑성호,경복호가

밤낮으로 다녔으며 성포항은 여객선으로 오르내리는 손님들로 넘쳐났으며

만남과 이별의 장소가 되어 주기도 한 서민들의 애환이 함께 한 곳.

 

 

 

 

 

 

거제시 사등면

 

 

오래 전 ,

성포에서는 아침 장이 섰는데 어판장에서 나온 생선이며 나물새 나무등을 팔러 나왔다.

특히 나무는 장작이나 솔갈비를 아침 일찍 지고 가서 좋은자리에 나무를 쌓아놓고 있으면

성포 사람들이 사러와서 흥정이 되면 집에까지 져다 주었다.

당시에 성포 사람들은 나무도 사다 때었으며 상당히 잘 살았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도가집이며 신문기자, 김의사 ,지서장 ,약방 ,사진관 등등...백세청풍님의 글에서 옮김.

 

 

 

 

 

 

희고 고운 모래가 많았다는 마을 사근리를 지나가며

생각나는 성포김밥이야기가 실렸던

신문기사를 기억 해 낸다.

 

성포마을은 자연산 회가 유명하지만 '성포김밥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먹거리로

예전에 배가 성포항을 경유할 때 승객들을 상대로 상인들이 배에 올라 장사를 했는데 ,

당시 통영 아주머니들이 권현망으로 잡아 올리는 호래기와

가조도 무를 반찬으로 만들어 김밥을 말아 승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며 장사를 했다

여객선 선상에서  성포김밥을 팔기 시작한 것도 이곳에서 출발한것이 시초가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