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꽃의 시인 김춘수와 토영 이야~길

이바구아지매 2011. 5. 3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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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영에 갑니다.

거제사람들은 통영을 토영이라고  부릅니다

통영사람들도 토영이라 부릅니다

아마도 일흔살 이상의  연세드신 분들은 

  '통영'이란 지명을 정확하게 불러본 기억조차 없을겁니다

통영이란 정확한 명칭은  입에 올려 보지  않아 제대로 부르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부를라치면 왠지 쑥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어디 가노 "

라고 누군가가 묻기라도 한다면

"토영 간다 아이가 " 

라고 대답하지요

참으로 친근한 말이기도 합니다.

 경상도식 발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음운탈락현상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편하고 쉬운 발음으로   말을 빨리 하려는 급한 성격을 잘 보여주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통영' 보다는' 토영 '훨씬 더 편하게 들리지 않으세요?

우리말의 편리함과 선진화를 잘 보여 주는  경상도식 발음의 즐거운 음운현상이지요. 

또 한가지 구개음현상을 잘 들여 다 본다면  여간 재미난지 ...

진남 (질남,)기름 (지름)길(질)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경상도사투리라고  절대로 폄하해서는 안될  부분이기도 하지요.

 

거제사람이 통영(토영)가는 길에  생각 해 본 재미난 '토영이야~길'의 한토막입니다.

 

5월이 스러지기전  통영의 봉평동을 물어 찾아 간 곳은

김춘수 유품전시관입니다

 통영 터미널에 도착하자 올려 다 본  하늘은 잿빛으로  비를 머금은 풍경을 하고

있어 택시를  잡아 타고  충무교를 지나 봉평동에 도착할즈음에는

갑자기 비를 뿌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지만  다행히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하고 길 나선 여행자에게    하늘은

넓은 아량을 베풀어  비를 뿌리지 않습니다 .

 

 

 

 

 

.

통영 봉평동 시인의 마을,시인의 길... 김춘수 유품 전시관에서

 

 

 

 김춘수시선 ' 처용'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를 만났습니다.

두 권의 책 표지가 독특합니다

시인이 만든   꽃같은  옷을  입은 시는   더한층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 일러스트=권신아

 

 

 

꽃으로 태어 난 시

 

 

 

 

 

 

 

 

생전의 '대여 김춘수' 시인의 모습입니다 .


 

 

 

 

문학 게시판

 

 

 

 

"나는 시방 (지금)위험한 짐승이다 "

이 시를 읽으니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명숙경여사님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였지만   참 아름다운 여인이 꽃으로 비유되었다고  생각됩니다 .

그렇다면 짐승은  ..곧 시인 자신이었겠지요.(후후)

 

 

 

 

'처용단장' 그리고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김춘수

 

 

 

 

찰학사전...시인이 즐겨 보던 책입니다 .

 

 

 

 

그에게 시는 꽃이요 꽃은 곧 시였습니다.

 

 

 

 

김춘수, 그는 샤갈의 그림세계를 무지 좋아하였습니다 .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물론 샤갈의 그림나라에는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 '

 라는 마을도,  그림도  없었습니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불렸던

양주동박사님의  국어대사전이 이곳에서 오래된 책의 향기를 날리며 자리하고  있더군요

양주동박사님의 오래 된 멋진 이야기 하나 떠 올려 볼까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 

국어선생님께 들려주신 양주동박사님의 폼나는 이야기 하나.

그분께서는 여름이면 언제나 한산모시옷으로 바지와 적삼을 입고 다니셨는데

그 모시 바지속은 언제나 노 팬티 차림이었고 ,속살이 환히 비치는 모습으로  명동길을  다녀서

많은 사람들이 양주동 박사님께서 보여주는  그 비치는 풍경을 고스란히 보았다고 합니다.

국어선생님께서도 혹시 보셨는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문학의 흐름이 보입니다.

김춘수는 철저한 인식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기에는 릴케의 영향을 받아 순수를 지향하였으나

후일 무의미와 실존을 추구한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1939 명숙경(김춘수 시인의 아내)여사의 처녀시절의 모습 

 

명여사가 위암으로 먼저 타계하자  '거울 속의 천사'라는

 제목으로 89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님을 그리며 노래한 애틋한

  사부곡으로  전합니다  ...

이만하면 시인의 아내는 죽어서도 행복하겠습니다.

아내가 만들어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숙경탕'이라 이름표를  달아 주신 멋쟁이

깡마르고 차거운 표정이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참 따스한 분이었음이 글속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스웨덴에 갔을 때도  짧았던 여정이었지만

명여사님께 사랑의 편지를 쉬지 않고  보냈습니다.

그런 시인의 편지를 이렇게 소문내도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탈고 안된  원고 ...

 

 

 

 

 

 

아 참 좋은 글...

 

 

 

청마(靑馬)의 헬멧/ 김춘수

 

 

해방 직후, 솜 입힌 불쌈만 차고 낮잠을 자는 청마의 머리맡에

어인 헬멧 하나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언젠가는 복막염 수술을 받고 누웠는 청마를 문병하고 나오는데 어인

헬멧 하나가 따라나와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했다

엊그저께는 꿈에 또 어인 헬멧 하나가 사하라 사막을 어쩌자고

떼굴떼굴 혼자서 굴러가고 있었다

바퀴도 없이...

 

 

 

 

2004.11.29일 시인 김춘수 ,꽃으로 시를 노래하다  꽃으로 졌습니다.

 

 

 

통영을 떠나 살았던 긴 시간  동안  

파도가 철썩이는  통영의 바다를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마음의 고향 통영,  차마하니 꿈엔들  잊었을까요?

 

한때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에 몸담았던 시절과  

 평생을 교단에 머물지 못한것을 크게 후회하였다고 전하는  시인의 마음도

참회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토영의 봉평동은 시인의 고향입니다 .

바다가 있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은 괭이갈매기가 끼룩대며  소리 내지르는 곳 .

 

담벼락에 매달린 해평2로 ,도로명을 기억하고  걸어가며 바다를 내려 다 보니

 밭머리에는 크고 튼실한 봄무가 어찌그리 많던지요

  생각 해 보니  충무김밥의 밑반찬으로 쓰일  새콤달콤한 무김치로 변신할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확신이.

지나가는 누가 있었다면 붙잡고 그러냐고  물어 보았을것을...

 

 

 

 

 

꽃을 노래한 시인 김춘수는 통영사람이었습니다

 예술의 향기 그윽한   '토영 이야~길'이 언젠가부터 또 만들어졌고  

통영은 더욱 아름다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력하는 통영의 모습이 눈에 생생하게 보입니다.

곳곳에' '토영 이야~길'이  만들어져 통영의 향기를 날리니  

거제사람들은 그런 통영을 바라보며  '휴' 하고 한숨 내 쉬며  부러워합니다.

작은 지방의 소도시가 만들어 내는 길고 긴 이야기 ,'통영이야~길' 은 계속 만들어질것이고

    우리는 또 그 길을 걸어가며 긴긴날  문학의 산책을  하게 되겠죠?

 

 

5월의 끄트머리에서  ...통영시 봉평동 '김춘수유품전시관'을 다녀 온 빨강머리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