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통영 봉평동 골목길이야기(1)

이바구아지매 2011. 6. 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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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날, 통영의 봉평동을 걸어본다  

조금 전 꽃의 시인 김춘수 유품 전시관을 돌아보고 나와

마을길을 곰탁곰탁(구석구석) 느껴보는 재미는 바다 위를 날으는 괭이갈매기와 함께

하는 기분이다.

 

 

 

 

해평2길 밭고랑길을 비뚤거리며 걸어 올라가다 만난 뉘집 앞의 풍경

 

담벼락에 기대어  쓰러질듯한 빨간 자전거

누구를 태우고 달리면 자전거는 행복할까

 

 

 

 

바닷가에서 ...

왕거시리(말린 대의 가지를 꺾어 묶어 만든 ) 빗자루가 가로등에 묶여 있다

오늘밤엔 아마도 도깨비가 되어

어느 술취한 술꾼과 이곳에서 한바탕 씨름판을 벌릴지도 모르겠다.

 

 

 

 

어 저기 사당이 보이네  무슨 사당일까? 가서 확인 해 볼까?

 

 

 

 

 

소담스럽게 생긴 형태로 짐작컨대

여성을 추모하는 사당일거란 생각.

 

 

 

 

 

 

확인 해 보니 역시

해평열녀비각

 

 

 

 

 

 

1780년경 이곳 해평마을에 금슬이 좋은 한 부부가 살았다

남편은 한산도 각수여 부근에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실종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는 남편을 찾고자 현지로 가서 소복치마를 머리에 두르고

바다에 투신하여 3일 후에 남편의 시체를 안고 현 사당 앞 개천에 나타났다.

시신을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그녀의 정절에 감복하여 부부를 합장 해 주었다

뒷날 이 마을에 가뭄이 들고 돌림병이 창궐했다.

민심까지 흉흉해진 어느 날

현감의 세수대야에 '烈女 '라 새겨진 버들잎이 떨어지는 이변이 생겼다

현감이 사유를 알고 < 萬 古 倉 海 一 心 貞 熱>'라는 비를 세우고 마을 사람들이

열녀사당을  지어 혼을 위로 해 주었더니  그후로는 재앙과 이변이 사라졌다.

 

성도, 이름도 없는' 열녀이야기'는 마치 해평마을(봉평동)에 전해 내려 오는 전설처럼

느껴진다.

 

 

 

 

 

 

 

아주 오래 된 마을인듯  , 꼬불한 골목길이 쉴새없이 나타난다.

 

 

 

 

곳곳에 이런 풍경이 가득하다

고무다라이에 담긴 것은 바다로  고기잡이 나갈 준비를 해 놓은 듯.

 

 

 

 

 

 

 

 

봉평동에는 제주나잠부녀회관도 있었는데

'나잠'이란 '해녀'를 지칭하는 말이다.

 

 

 

 

 

통영에 거주하는 제주해녀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뭉친 단체

 

 

 

 

참 고운 골목길 ...

꼬불한 저 골목길로 누군가가 막 달려 나와 반갑게 맞아 줄것만 같은 길

장미꽃 훠이훠이 늘어진 골목길로 염치없이 기어 든다 . 

 

 

 

 

 

이제는 사용하지 않아 할일이 없어진  동네 우물가도 만나고.

 

 

 

 

꼬불한 골목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낯선 마을길을 생긴대로  무턱대고 걷다가   뉘집 남새밭을 만나고도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무성한 유월의 초록푸성귀를  만나    무럭무럭 잘자라거라 ...라며 덕담도 시원한  물을 주듯

 

골고루  뿌려 주고...

 

 

 

어디선가 도란도란 이야기소리가 들린다

밭에서 나는 소릴까?

채소를 캐서 다듬어 가까운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에 내다 팔려고 준비하는 소리?

 

 

 

 

 

 

토영 이야~~길이 또 어김없이 반기네

해평2길은 길주소겠지 

언젠가부터  

걷기 좋은 길 이름으로    둘레길,올레길, 오름길,내림길, 골목길, 황제의 길, 아지랑길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름표 단 길이름을 친구 경숙이, 해숙이, 옥경이,처럼 불러 보니

친근해서  좋다.

 

 

 

무가 둥글둥글 자라고

 

 

 

 

 

 

밭머리에 무성한 무들은  다 충무김밥 무김치로 재탄생하겠지?

무는 단맛보다는 조금 싱겁고 모시같은 질긴 근이 무속살에 달아 붙어

씹는 촉감은 조금 질겨서  고약한 기분이 들지만

뭐 계절이 무맛을 그리 내니 ...

역시 무는 가을이라야 단맛을 내는 제철

햇살 가득 쨍쨍한 가을날    밭머리를 지나가다 성큼성큼 자란 무를 발견하기라도 하게되면

하나 쑥 뽑아 들고  흙 툴툴 털어내고  엄지손톱으로 콕 찔러  금 주고는  껍질 돌려 까서 한 입  쏙 배어 물면

금새 단맛이 입안 가득 넘쳐나서  단맛나는 배맛이 무 맛에 손 들고 말지 ?

그 단맛에 끌려 자꾸 베어 먹다 보면 이내 속은 무로 가득찬 나머지  끝내 무냄새를 풍기는 트름이 줄줄 올라와

속이 더부룩했었던 ... 무를 보면 생각나는 어느 해 늦가을의 단상[斷想]

 

 

 

 

 

 

 

봉평동 골목길이야기

 

 

 

 

대여 김춘수 ... 꿈에 본  통영바다...

 

 

 

 

봉평동 골목길을 걷다 보니  바다를 향해 좁은 길을  요리조리 비켜

달려 나갔을 작은  소년  김춘수와   막다른 골목길에서 숨가쁘게  확 부딪칠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