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통영 봉평동 골목길이야기(2)

이바구아지매 2011. 6. 8. 23:05

 

 

.

 

28740

 

좋은 글을 쓰려면 머리속에  특별한 밑그림을  먼저 그려야 하는데

밑그림은 애시당초 그려지지도  않고 눈 앞에 펼쳐진 통영만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가장 사실적인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것일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봉평동을  걸어간다.

 

 

 

 

 골목길을  작은 보또랑(보)에서 미꾸라지  몰아가듯 요리조리 기어드는것 역시

 여전히 재미나다

여기서 통영이 낳은 화가 전혁림미술관으로 가려고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허름한 집한채가 눈 앞에 오똑하니 선다

 이 집 한채의 정체는?

혹시 제재소(製材所)?

 

 

 

생전 처음 가 보는 길이지만  이미 낯설지도 않다.

멋대로 골목길을 따라 슬핏거리다가 이번에는 마슬길로 나선

할머니도 만나고 ..

 

 

 

 

머리에 수건 한장   달랑 얹고 지팡이 짚은 봉평동할머니, 

하늘은 이미 비를 머금고 있는데  어디로 가시려고 ,,,?

 

 

 

 

전봇대를 사방으로 잡아당기는 전깃줄을  바라보니 눈이 어지럽다.

곧 전깃줄에서 스파크(Spark)가 일것같다는 생각이 ...기우로 끝나야겠지만...

 

 

 

 

 

다시 골목길로 ...

그래 다시 골목길로  걸어가는 거야

해평2길인가?

 

 

 

 

앵두가 한창 익어가는 유월을  만나니 좋다  ...

한알 따 먹어 보니

몇 일 동안 비를 머금은 탓인지  조금 싱겁다.

 

 

 

 

 

다시 또 나타난 골목길

 이번에는 보도블록 일렬로 두줄   깔아 놓은 위로 걸어간다 .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또 어떤길이 펼쳐질까?

갑자기 숨바꼭질이 해 보고 싶어진다.

 

 

 

 

 

골목길 중간지점 해평2길 26번지를 지나가다 ...

 

 

 

 

오디가 익어 오종종 떨어져서 해바라기 한다...

피우다 던져버린 담배꽁초며, 이름 모를 풀들이 여름날 맡아 보는 풀잎향을 베시시  날린다.

 

 

 

누구네 남새밭 너머로 바다가 널려 있고

바다 건너 아파트도 키를 키운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것은 콩나물도, 버섯도 아닌 통영의 아파트...

 

 

 

 

 

이런  외길로 걸어 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감자꽃도 피어나고 대파도 꽃 피우는 계절 .

 

 

 

나무가? 세상에 이렇게도 긴 나무가 다 있었다니

이름은 ? 쓰이는 용도는 또?

누구를 찾아가서 알아볼까?

 

 

 

바오밥나무보다 더 키가 큰 나무야 넌 어디서 왔니? 혹 보르네오섬에서?

 

 

 

빨간 부표를 그물로 씌우는 작업을 하시는 저분께 여쭈어봐야지

 

 

 

 

아름드리 나무의 정체는 가만 살펴보니 물건너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검인이 찍힌것이...

 

 

 

 

 

 

아비동나무(철도 침목으로 쓰이며 조선소 배 받치는 받침목으로도 쓰이며 

무거워서 물에 가라 앉기도 하는 나무) 라는데 .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니 아비동은 뗏목을 만들거나

배를 만들기도 한다고 알려 주신다.

어느나라에서 수입하느냐고 여쭈어 보니 그것까지는 잘 모르지만

부산,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어 들어오는것만은 확실하다고.

 

 

 

나무마다 숫자가 찍혀 있다

 

 

 

둥근 아비동나무는  제재소에서 곧장 쓸모있게 켠다는데.

 

 

 

왜 부표에게 중황색옷을 입히느냐고 여쭙자

동동주한병 사 오면 알려 주시겠다신다

말씀을 듣고 주위를 살펴보니 동동주를 팔만한 곳은 눈에 띄지를 않고.

 

 

 

 

내일도 오라시네  어떻게 하루만에 그 많은 것을 다 알려고 하느냐시며

평생 한 일을 단 20여분만에 ...그렇군  내일 술과 안주 사 들고 다시  와야겠군...

 

 

 

 

 

 

할아버지께서 어찌나 바쁘신지 여쭙기가 미안하다

하늘은 비를 쏟을 준비를  하고 ...길 위의 사람들은 마음조차 바쁘다

 제재소에서 켜 놓은 나무들을  바다로 다 옮겨 가야한다는데...

 

 

 

 

그물도 잘라 놓으시고...

 

 

 

아비동나무의 크기는 10m를 넘는 것 같다.

 

 

 

제재소에서 쓰는 용도에 맞추어 켠 아비동 목재

 

 

 

 

이 많은 걸 바다로 날라 가서  뗏목을 만든다고.

 

 

 

 

 

바쁘신 봉평동 할아버지

 

 

 

안전제일이 목숨을 지켜준다

특히 나무를 켜는 제재소에서는 언제나 긴장 바짝 해야지 햇살에 하얀 이 드러내는 톱니바퀴 칼날의

낼름거리며 나무를 자르는 건  바라보는 이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

경험 해 본 적 많고도 많았기에

나무를 켠 톱밥이며 ... 어린시절 기억속의 톱밥 ...추운 겨울날 톱밥에 불 붙이며 얼마나 잘 타오르는지

꽃불처럼 번져나가던 아름다운 불의 향연.

 

 

 

 

 

 

 

 

 

 

아비동나무로 만든 뗏목?

 

 

 

 

 

 

배도 만들고...

한바탕 비가 퍼부울 기세로 빗방울을 툭툭 흘리는 중에도

배 만들기 일은 계속 되었고...

 

 

 

바닷물이 난 시각 사람들은 갯가(바닷물이 빠진 해변)에서 꼬물대는 게를 잡는지, 바지락을 파는지

너무 멀리 있어 알아 볼 수도 없다.

 

 

 

대여 김춘수...

 

 

 

꽃의 시인 김춘수님,그분 살아 계셨을  때  혹시라도 통영에 오신다는 소식 들었더라면

마중 나가 손 잡아 드리며 조용조용  봉평동 골목길 돌아 보고 , 밭머리 지나서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산책도 하며

400m 더 걸어 가면 만나 볼 수 있는  해저터널 길 따라 바다속으로도  걸어 들어 가 보았을것을...

걷는 동안 ' 소설가 김용익, 박경리, 시인 유치환 ,시조시인  김상옥,  음악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을 이야기하는 ...

그런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

 

 

 

 

On  a Walk(산보 길)

어떤 늙은이가 내 뒤를 바짝 달라붙는다.

돌아보니 조막만한 다 으그러진 내 그림자다.

늦여름 지는 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비 내리는 휴일,   몇일 전 걸었던 통영의 봉평동 골목길이  생각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