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사등면 성내리 83번지는 어디쯤일까?

이바구아지매 2011. 6. 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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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의 경계가 모호한 하얀나라에서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 되어도 좋으리

시간을 훔칠수만 있다면 ,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저 푸른 들과 산허리를 유유자적 흘러 다니는 하얀가스 조차도 훔치고 싶다.

 

유월의 들녘에서

물기 머금은 꼬불한 논둑길을  비뚤비뚤 걸어가다 직감적으로  스스스  뱀이 지나가는 서늘한  느낌에

움칠 놀라 혼비백산< 魂飛魄散> 걸음아 나 살려라고 달아나는  바보같은 여자.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것은 호랑이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뱀님이 아닌가?

그런 뱀님을 어떻게 포스팅할 할 용기가 생길까? 어림없다  그러므로 ...생략...

 

 

 

 

 

누가 살았을까?

녹난 빨강대문집, 반쯤 열린 대문사이로 빼꼼 들여  다 보니 이 집 식구들은 언제 어디로 떠났는지 알수없지만

빈 집 지키고 선  비파나무 한그루가  한층 더  외로워 보인다.

 

 

 

 이 집 두고 떠난 사람들

 마당가에 노오랗게 비파가 익어가는 계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따끈한 햇살의 시간이조금  더 깊어지면 잎 푸른 모란꽃도 수줍어하며   피어날것 같은  집.

 

 

 

 

성내2길에서  거미줄같은 골목길을  휘휘 돌아  보니

돌담집이 곳곳에서 버티는 풍경이

아릿하고  정겨웁다.

숨바꼭질(hide and seek)하다 술래에게 들킨꼴을 한 고샅길도 곧장  나타날테지.

 

 

 

지나가는 길에  심심하여  발로 툭  건드려서 돌담을  차버리기라도 하면  

 곧장  와그르르 무너져 내리던 돌무더기, 다시 주워 얼깃슬깃

 쌓아 놓으면  삐뚤하긴 해도 제법 그럴듯한 돌담이 되어주었던 

기억속의  돌담쌓기는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 주기도 했는데

갑자기 돌담의 나이는 몇살쯤인지   궁금해진다.

 1300살이  훨씬 넘었겠지? 세월의 긴 시간은 역사를 잉태하고.

 

 

 

 

 

 

 

 

 

 

성내마을의 빛깔은  언제까지나 오래 된  옛모습으로 버텨줄까?

 

 

천년의  돌담길 너머로 교회당의 뽀족지붕이 보인다.

 

 

 

 

 

 

 

 

 

 

 

개구리소리, 풀벌레소리가  넘쳐나는  들녘에 서 본다.

 

 

 

 

 

파란 논들은 고호의 '해바라기'의 강렬한  색체보다 훨씬 더 강하고  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다.

 

 

 

 

 

이 집 사람들은 개한마리에 집 잘 보라 일러 놓고 먼길 갔는지.충성스런 개가  하도 컹컹대어

마을에 도둑이 든 줄 알고 사람들이 급하게  쫓아 올 것 같아 성내길 돌아보기가    민망하다.

 

 

 

자갈길도 지나고

 

 

 

 

 

지붕 밑 서까래 아래로 오래전이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 오던 시절의 풍경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성내마을.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오늘같이 비 내리고 바람 숭숭부는  

 밤에는 도깨비가 마당에 나와 신명나게 한판 굿판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성내2길 22-7 ...옛집 주소는 이제 바뀌어 이제는 도로명 주소로

2년간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를 병행하여 쓸것이라는데

여전히   친절한 도로명 주소가 낯설기만하다.

 

 

 

 

마을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낮동안의 시간은 개들의 시간이라...

 

 

 

성안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미로찾기 게임을 하는 중

 

 

 

 

 

 

유월의 콩...성내사람들은 '유월돈부'라고 부른다.

 

 

옥수수가 여물어 가는 시간

 

 

 

사등3길 22-5번지의 우편함에 여전히 반가운 편지가 날아들까?

 

 

 

 

 

이 집 사람들은 먼곳으로 혹은 근처의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것. ..

 

 

 

 

 

 

이렇게 한바탕 쏘다녀도 조용한 침묵만 흐르니 착각이 이내 찾아든다

천년전 길을 걷는 시간이라고.

 

 

 

 

 

길은 아무리 걸어도 성내라 그런가?

성내를 빙빙 돌기만 할 뿐.

성밖으로 나가기란 ...

 

 

 

 

 

주렁주렁 배가 익어 가는 시간과 석류꽃이 피는 시간도 만난다

 

 

 

 

 

 

장맛비를 벗삼아 성내길 83번지를 홀로 찾아 나선 길은 오래 된 빈집들과의 조우만 있을 뿐이다.

서른한해전 이 곳에 그리움 한 조각 남겨놓고  태평양 너머로  날아가버린 그녀에게

 보여주려고 준비한 풍경.

 

 

 

마치 천년전의 사내인듯 83번지를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며  등만 보이고   사라지려네.

 

 

 

 

 

물웅덩이만 가득한 골목길에서...

 

 

 

늑대의 시간도 지나가려는데...

 

 

 

비의 시간

 

 

 

길주소가 바뀌자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럽다.

 

 

 

 

서울이라 불리는 요새를 어찌저찌  빠져 나온다.

 

 

 

 

등을 보이고 사라지는 중국풍의  사내에게도 물어 본다.

성내리  83번지가 어디쯤이냐고...

 

 

 

고양이에게도 물어 보고...

 

 

 

고양이의 시간.

 

"몰라요 몰라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요

고양이 목에 누군가가 줄을 맨 후로는 혼자 나다닌적이 한번도  없는걸요 "

라고 쓸쓸하게 고개 돌려버리는  야생의 냥이에게  미안하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