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그리움의 계절, 가을愛

이바구아지매 2011. 9. 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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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

 이수도가 바라뵈는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 복항마을  바닷가로 갑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누군가가 바닷가 벼랑끝에 성을 지으며  삼년 삼년 긴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고현에서 북쪽대로를 따라 외포방면으로 20~30여분 달리다   '복항마을'이란  이정표를 만나

왼쪽 샛길로 들어서니 큰 느티나무 그늘이 먼저 반기고

이윽고 탁 트인 바다가 나타나고  검은 몽돌해변으로   이어집니다 .

 

청정해역 푸른   바다위로  다섯개의 흰색 기둥을 세운 두개의 사장교인 '거가대교 '가 보이고

  학을 닮아 고고한 모습의  이수도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검은 몽돌이 발밑에서 바다소리를 갈그락대는  길을  50m쯤  걸었을까요? 

 또 하나의 놀라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벼랑위로 턱을 괴고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성하나.

놀랍습니다. 이 곳은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SBS 방송의   '세상에 이런 일이' 에 

  소개 된 적이 있다는   곳입니다.

 

누군가가 홀로 긴 시간 이곳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벼랑끝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와서 보니  과연

 '마술의 성'  '드라큘라의 성' 혹은 '라푼젤이 갇혀 있었던 성'그도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도 부족할지경입니다.   

    독특한 공법으로 벼랑끝에 지어진 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성이 완성되는  날은 언제쯤일지 알지못한 채

베일에 쌓여   신비롭게 서 있는 성의 돌계단에 올라 앉아봅니다.

 

 

과연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주위의 빼어난 경치는 성과 더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숨이 딱 멎어버릴듯한  곳  

몽돌과 파도와  갈매기가 어우러진   바닷가

 

그렇게 한 사내는 이 곳에서  성을 쌓기 시작했다는군요.

 하지만  무서운 위력의  태풍 '매미'가 들이닥쳐 정성들여 쌓아올린  성은 삽시간에  무너져내렸고

성을 쌓던 사람은 잠깐동안 실의에 빠졌지만 다시 용기내어 성을 쌓기  시작했다는군요.

 이렇게 놀라운 일을 시작한 사람은

대우조선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퇴근후면  곧장 이곳으로 달려 와서  성쌓기를 놀이처럼  계속하였다고 합니다.

그를 생각하면 마치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고행의 길을 걷는 구도자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합니다.

 

 

이 일을 진행한  오랜시간을    아내와 자식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가족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일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의  벽면 사이에도  푸른 나무를  촘촘하게  심어 제법 자랐고 , 대나무도 심어 키가 성큼 자랐으니

이제 태풍에도  끄떡 없을것 같습니다.

암반사이로 졸졸  나오는 물줄기며

동굴같은 성 안 사이사이로 미로같은 공간과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계단으로  올라서서 손 뻗으면 하늘이 손 안에 만져질듯  느낌도 상쾌하고

 몽돌소리를 내며  굴러 드는  파도는 몽돌을  더욱 윤기나게   씻겨주고  하얗게  부셔지고 맙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에메럴드빛 바다는   365일 보더라도 질리지 않을것 같습니다.

성의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서니 넓은 고구마밭이 나옵니다 .

 추측 해 보니 이곳은 가족들이 살  멋진 집을 지으리란  예감이 듭니다.

이렇게 빼어난 풍광속에  집을 지어 살면 몇배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동화같은 성을 쌓아 올리는 사내를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벼랑끝에 쌓아 올린 '시방성'

 

 

 

함께 간 사랑스런 봉선씨

 

 

행복을 노래하는   여자...

 

 

케이트 윈슬렛보다 훨씬  더 멋진 잠자리 춤을 추는  수향씨

 

 

 

우리도 태평양을 건너 먼 바다를 횡단 해 볼까요?

 

 

 

 

이제 이 곳은  절해고도가 아닌 희망의 섬이 되었죠.

 

 

 

 

 

돌아오는 길에... 릴케의 가을을  만났습니다.

 

 

 

폐교가 된 학교에 들러  '학교종이 땡땡땡' 을 불러봅니다.

 

 

1992년3월1일 폐교가 되었군요.

 

 

 

 

게시판도 아이들이 뛰놀던 옛날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폐교교정 담벼락에서  피천득님의 시 '이순간'을 만났습니다.

 

"이순간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이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중략)"

 

이 시를 해석 해 보면  '

시의 표현중   ' 제9교향곡'이란  곧 죽음을 의미한다고 보아집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제9교향곡을 작곡한  뒤 바로 죽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베토벤,슈베르트, 드보르작,브루크너 등등...

 

 

 

 

 

 

짧은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을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가을로의 초대입니다.

 

 

'그리움'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그리움을 줍니다 .

 

 

 

찾아 가는 길 ,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 복항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