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이야기

지리산 만복대는 지금 갈색단풍이 한창입니다.

이바구아지매 2011. 10. 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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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08

2011.10.17(월)

 

 

“당신의 색깔을 찾아드립니다.
당신의 넥타이를 찾아드립니다.
당신을 찾아드립니다.”

 

라는 산뜻한  글을

 인터넷 신문 '머니투데이'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의 색깔을 찾아준다? ... 당신의 가을색이라 ...

그렇군요.

' 나만의 가을색을 찾아서' 

산으로 한번 가 보는 겁니다.

 산으로 가게되면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가을색을 단박에 찾아 낼것도  같습니다.

 

오늘은  산행을 멈춘지 꼭 1년만에 산으로 가보려고 용기내어 길 나섭니다.

 

몇년동안  산바람이 나서 

무리하게 산을 쓰데다가 결국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다리에 무리가 왔으니 산행은 절대로 하지 마시고 평지로 가볍게  산책만 하세요."

라는 조언으로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그렇게 좋아하던 산행도 멈추었으며

그렇게 되자 블로그의 카테고리 '산이야기'도 오랜시간 침묵하게 되었죠. 

마침 오늘  지리산 만복대 억새산행은 느릿느릿한  산행이라니

한번 따라나서 보려구요.

 지리산 만복대에서

억새 들이 온몸으로 흐느끼듯 춤을 추는 풍경과 혹은 억새들의 마지막 춤일지도  모를 

  '살풀이  춤'을 한번 느껴 보는 것도    늦은 가을에 좋겠습니다.

 

 아침 6시50분경  거제시 고현동 국민은행앞

등산복매장 , 아이더에서 마련한 승차감이 편한 차에 올라 지리산으로 출발합니다.

 

 

2009년 6월7일 지리산으로 산행을 갔던 날

법계사를 따라 천왕봉으로 오르던 길에   운무속에서 만난 하얀 별꽃, 때죽나무에서 떨어져

길을  온통 하얗게 수 놓았던 꽃.

그렇게  고운 꽃을 차마하니 밟고 지나가지  못하고  주저 앉아 꽃무덤으로 

봉긋하니 몇개를  만들어 주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희고 고운  그 꽃길의 여운은 지리산을 다시 찾게 만들었습니다.

 

 

 

 

..2009.6.7 ... 지리산 천황봉으로 가던 길에...

 

 

 

 

 

 

2011.10.17(월)

 우리들의 느릿느릿한  억새산행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가이드 해 주실   한국등산연합회 사무국장 김주연님.

 

 

 

 

 

해발고도가 높은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하니 산행  들머리의 칼칼한  날씨가  

뺨으로 달려들어  따끔거리고 손발조차 시립니다 .

귓볼과 코끝도  시큰거리니   

 지리산의 시간은  벌써  겨울입니다.

요즘같은 날씨는 산행장비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언제  위험이 뒤따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즐산, 안산의 의미를 항시 마음에 새겨야 할 자세가 중요하겠군요.

 

그나마 햇살이 얼마나 고마운지  ..

등에 닿는 한줄기 햇살이 따사롭게 혹은 고맙게  느껴집니다.

 

 

 

 

 

 

 

 

성삼재주차장에서..

 

 

 

 

 

 

지리산의 골바람은 시월의 바람같지를 않습니다.

가끔은 맵고 따끔거립니다.

마치 어머니의 호된 꾸지람을 듣는것처럼 슬프게 만듭니다.

우리모두의 산, 지리산은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기도 하죠.

쌀쌀함에 따끈한 커피가 땡깁니다.

때마침 산중에 신기하게도 천사가 인도하는 커피가게가 보이며

그 옆으로 들어선

등산복 매장도 보입니다.

이런 알싸한 분위기도 기억 해 두고 싶네요.

 

 

 

 

 

우리가 타고 온 차 , 쾌적하고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모두가 둥글게 서서 준비운동을 착실하게 끝낸다음  

 만복대로 향해 출발합니다.

 

 

 

함께 온 현아씨

그녀의 매력적인  서울말씨만큼 하늘도 맑아 좋습니다.

그녀의 오늘 산행도 고운말씨처럼 착한 산행이 되기를 희망  해 봅니다.

 

 

 

 

 

만복대로 가는 이정표, 당동고개 ,소나무쉼터를 지나 고리봉 정상석에 도착합니다

해발1248.0m라니 걷기시작한지 고작1시간 조금 지났을뿐이지만

해발 고지가  대단한 높이입니다 .

육지산과 섬산의 높이차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약1100m 정도 높이에서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리봉은   행정구역상  전남 구례군에  속하나 봅니다.

 

 

 

 

 

 

제법 걸었더니 배가 출출하여   감을 꺼내 깎아 먹고.

 

 

 

 

 

사이좋게  사과 한 쪽씩 나눠 먹으니

란희씨와 현아씨가 산길에서 만들어 낸  정겨운 풍경이 되는군요 .

 

 

 

 

만복대를 향해 가는 란희씨의 예쁜 뒷태

 

 

 

줄리앙소렐님과 억새평원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가끔씩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여유를 부려 보기도 하면서.

 앞으로 2.3km 만 더 나아가면 만복대를  만나겠군요.

 

 

 

 억새들은 이미 무거움을  털어 내고    곧장 구름을 따라 날아갈

 준비를 마치고는  가벼운 모습으로

한들거립니다.

 

 

 

 

어라, 저기를 보세요  흔들바위가 있네요.

가만 생각 해 보니 설악산에 흔들바위가 있었는데 어느 날,  짖궂은 

 외국인들이 달려 들어 힘껏 밀어버려서 설악산의 상징인 흔들바위가

굴러 떨어졌다지 뭡니까?

혹시 떨어진  흔들바위를  감쪽같이 지리산으로 옮겨왔는지?

하여튼 신기합니다.<이건 거짓말이겠지요? >

 

 

 

 

설악산 흔들바위

 

 

 

그런데도   화가 치미는군요  혹시라도  사실이라면

 

설악산의 흔들바위를 굴러 뜨리고도 아무런 손해배상을 물리지 않았다면 말이 되기나 한가요?

소중한 자연을 망치게 되었다면 국익을 제대로  따져 국가간의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란 생각에 미칩니다.

작은 바위 하나가  소중한 우리의 자연이란 생각을 해보면서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갑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산님들이 걸터앉은  바윗돌도 소중하고 귀한 쉼터입니다.

고갯마루에서 내려 다 뵈는 산밑마을의 전경은 아마 남원쯤인가 봅니다.

 

 

 

 

만복대 가는 길 0.3km 남은 지점에서  빨강머리 앤 인증 샷

 

 

 

하늘이 유난히도 파란  하루입니다.

 

 

 

파란 하늘과 ,사람들과, 산이 어우러진 지리산입니다. 

 

 

 

 

좋은친구...

 

 

 

 

우리 일행은  설레이며 만복대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수한 갈색톤의 빛깔로 단풍든

지리산의 한 골짜기를 찾아 간 또 다른 그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지리산의 숨결

 

 

 

구례 혹은 남원

 

 

 

 

조선시대 대학자 남명 조식선생은 지리산을 무려 열두번이나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휼륭한 산행기를 남기셨다는데

빨강머리 앤, 고작 두번째 지리산의 숨결을 느끼고 있습니다.

 

 

 

 

 

 

 

 

억새의 향연은 이제 소담스럽기만 합니다.

우리의 걸음이 늦은 탓이었는지...

걸으며 나눈이야기 거제도의 향토식물인 '양하'이야기며

푸른잎의 댓잎소리 사각거리는 산죽 숲을 지나가며

나눈 '요코이야기'며...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산새는  사람 사는 

 인생길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곳이 지리산 만복대의 억새대평원인가요?

 이제 날아갈 준비를 끝내고 바람결에 마지막 춤을 추고 있는 억새군락지...

 

 

 

 

지리산은 온통 갈색입니다

빨강,노랑만 단풍의 고운 빛깔이  아니라 갈색톤 역시도  고고한 단풍빛깔이 된다고

우기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줄리앙소렐님)

생각 해 보니  사실 맞는 말이군요.

그렇게 보니 갈색단풍이 지리산을 평정하고 있는 시월 어느 멋진 날이 아닌가요?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억새가 만발한 만복대가 장관이다고 했는데 ...

직접 지리산에서 확인 해 보니 가을은 이미  일곱번 쓰러졌다  여덟번째 일어서려는  

   지리산을 무대로  활동하던  빨치산  최후의 발악, 만복대의  

  억새평원으로  기어든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처연하게  

 사라져간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리산 만복대 1438,4m ...

남명조식선생처럼 해발 '0'에서 정직하게 오르진 못했습니다만

성삼재로부터 오름길도 제법  힘들었습니다.

 

 

 

 

 언젠가 지리산에서 반달곰이 죽었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한 적이 떠오르는군요

산에서 곰을 만나게 된다면 ...

우선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하여야 목숨을 건질 수가 있다고 합니다.갑자기 곰을 만났을 경우

침착한 행동으로 천천히 그 장소를 떠나야하며  계속 가까이로 접근 해 오면

눈을 똑 바로 응시하고 손을 크게 휘두르거나 소리를 질러 사람의 존재를 곰에게 알리며

더욱 위급한 상황에서는 엎드려 급소를 보호해야 한다고 표지판으로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령치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열다섯개의 지리산 봉우리들

 

 

산행소요시간 4시간 30분간의 부담없는  산행을 정령치휴게소에서 마무리 하였습니다.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 몸둥이에서 삐질삐질  땀냄새가  풍겼지만 지리산이 뿜어내는  찬물로 말끔히 씻어내니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오후 2시30분이 되자 착한 우리는 다시 거제로  돌아갑니다.

 

지리산의 시월은 갈색단풍이 한창이었습니다 라고

산이야기로 꾸미니 그 또한 기분 좋아지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산행구간 ... 지리산, 성삼재휴게소~당동고개~소나무쉼터~고리봉~억새지역~ 만복대 ~정령치휴게소

산행 소요시간 ...4시간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