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송정리의 봄, 못자리하기

이바구아지매 2012. 4.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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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22일(일)

 

억수같은 비가 쏟아질것이란   일기예보가 빗나가자    갑자기 바빠진 송정리사람들

 하늘을 향해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웃고랑 들녘에서  못자리를 하느라고 일손이  바빠졌다.

 

 

 

 

 

토요일에  못자리를  하기로 날을 받았지만  비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치자

    두 손 놓고 하늘만 바라보며 원망을 퍼부었다.

볍씨는 이미 따뜻한 방에서 이틀을 지냈으니  촉이 알맞게 자라서  논바닥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지만

날씨가 방해를 하는 바람에 또 하루 늦어졌고

오늘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논으로 나가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볍씨 촉이 너무 자라서 볍씨가 쓸모없게 된다고...

 송정리 동네어른들 밤새  걱정되어 잠을 설쳤을 것.

다행히 일요일은  바람만 불었지 하늘은 청명하여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다. 

동네 어른  영혜아버지와 손 맞잡아 못자리 하려고 논으로 나간 송정리사람들(대부분 연세드신 아주머니들)

 아저씨는 싹 틔워 볍씨뿌린 상자를 몇 개씩 조심스럽게 쌓아 들고 못자리 할 논 근처의  논두렁으로  옮겨 놓으신다.

스무 마지기의 논에 심을 만큼 준비한 묘판속에 싹튼  볍씨를  고루 뿌리고

 흙으로  덮었다.

  못자리에 씌울 부직포도 준비 해 놓고 

눈 코 뜰사이도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농번기에는 죽은 송장도 일어나서 일을 거들어야 한다고 우기는 송정리 아지매들.

    일흔이 넘은   아지매들이

   논가에 모여 부산하다.

설친다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더 이상 어울리는 표현은 없을것  같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니 맑은 하늘도 못 미더워  한 판 전쟁이 벌어진다

 농사란 전쟁과도 같은 것 

 시기를 놓치면 절대로 안 되는.

 24절기에  딱 맞추어야 하고   날씨 또한  도와 주어야 한다.

사돈댁의 바쁜 농삿일 도와주려고 오신 바깥사돈도 격식같은 건 애시당초   벗어던지고 함께 바쁘다.

 

 

 

 

 

 

 

경운기로 써레질 한  논

 

 

 

 

 

볍씨 품종은 '호풍계'와 '말끄미'라고 했는데  정확한지 잘 모르겠다.

검색 해 보니 깔끄미란 품종도  있는데  호품계란   어떤 볍씨인지 ....

 

 

 

 

 

농사경력 50~53년의 송정리 아지매들

 

 

 

오랫동안 외항선원으로 동 중국해 남 중국해로  나갔다 귀향한지 10년

이제는  송정리 농삿일을 도맡아 하시는 영혜아버지 원능상아저씨

 

 

못자리 설치할 곳을 줄로 날아 위치를 잡는 모양이다.

 

 

 

 

연광이와 명숙이의 어머니 (김말연  농사경력 53년차)

소독한 볍씨를 방에서 이틀밤 재워 촉을 틔워  상자에 뿌린 후  흙으로 한번 덮어 주고...라시며 메모를 잘해 두라신다.

 

 

 

 볍씨를 고루고루 펴 못자리에서  뿌리내려 잘자라도록  정성을 쏟는다.

 

 

 

가끔씩 외항선을 타던 시절이 생각난다시는 아저씨의 머리 위로 올라간 바다가   파랗게 춤을 춘다.

★보이는 것이라곤 오로지 끝없이 펼쳐진 배춧잎 색깔의 망망대해와 파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뿐이었던

바다로 갔던   청춘의 시간을  잠깐 되새김질   해 보는 아저씨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장화를 신고  못자리 할 논으로 들어 갈 준비를 끝내고

이렇게 볍씨를 뿌린 묘판를 하나하나 줄지어 논바닥에  가지런히 놓는다.

 

 

 

볍씨 뿌린 묘판들을 놓은 못자리에 덮어 씌워 줄  부직포

비닐을 대신하여 공기가 잘 통하며 따뜻하게 해 주는 한층 더  발전된 용품이다.

 

 

 

어머니는 언제나   단정하고 정갈하게  일하신다.

 

 

 

 

아버지와 아들과 장인어른이 함께 일하는 따뜻한 풍경

이 시각 영혜네집 딸들은 

친정으로 달려 와서 맛 있는 점심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테고.

 

 

 

봄비가 많이 내린탓에 논두렁까지  졸졸졸   물길을 낸다 .

 

 

 

 

따뜻한 수다가  좋다 ,

 

돌아가는 길에 덕순이 어무이랑, 이씨아지매가 보고 반가워서 한마디 건네신다.

아이고 가시나같네,  처녀같다,  시집한번 더 가도 되것다 . 

누가  다섯아 어마이(엄마)라쿠것노 ...

 아니라예 주름이 자글자글 했는데예

하고 겸손 해 하니 정말로

넘 예쁘다고 

돈 안들이고  착한 거짓말하기 

   넘치도록 해도  상관없으며

경찰도 안 잡아 간단다  그럼 오늘은 만우절?

 

 

 

송정리의 4월은 이제 바쁜 농사가 시작되는 시간.

경운기가  털털거리며 골목길 훠이훠이 돌아 우묵배미로  가고 

 담을 타고 올라선 사자만한 개가 쿵쿵대며 여리디 여린  여인에게 겁을 주는 동네  송정리..

 

 

 

<옮긴 사진>

 

 지즐대는 새소리가 넘쳐나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이제 못자리를 했으니 35~40일쯤의 시간이 지나는  어느 날

 이양기로 모를 내게 된다니

  5월 20일경이 될것같다.

그러니까 감꽃이 피기 시작하고  열무김치가  한창 맛이 들때가 되면

  모내기로 또 한차례 눈이 코가 되도록 바빠지겠다.

 

 

 

♣송정리의 봄이야기

 

연초면 송정리에서 ...빨강머리 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