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송정아리랑

이바구아지매 2012. 6. 4. 12:38

 

 

 

29090

 

송정리의 농번기

 

드디어 모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간 농촌,

그 땅을 지키고  사는 어르신들에게

   바쁜  농번기는 잠시의 게으름도 인정하지 않고

 어서빨리   논으로 나가라고 재촉하여 등을 떠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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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경력 53년차 김말연여사님으로부터   모내기 하러 논으로 가기 전  각오를 들어봅니다. 

"나 김말연, 잠시도 한눈 팔지 않고 모내기에 충실하겠습니다  지켜 봐 주시시오"

라시며 큰소리로 농사는 하늘을 향해 한점 부끄럼없이  성실하고 부지런해야하며

 긴 시간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연초면 송정리, 사진으로 보면 여유롭고  평화롭게만 보입니다.

 

 

 

 

 

 

 

 

 

 마늘도 땅이 더 단단해지기전   캐야겠군요.

 

 

 

 

눈,코 뜰새없는 농번기이지만 예쁜아가는 할아버지품에서 노닥입니다

아직 농사를 거들기엔 많이 어리지요.

 

 

 

 

 

다락논의 넉넉한 물 ? 

 천수답에 가까운 논에 가득 실린 물은  전기의 힘을 빌어  양수기로 퍼 올렸습니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서 모내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런 소식은  도시로 나가있는 젊은이들의 마음도

부모님의 마음만큼이나 결코 편하지는   않을겁니다.

 

 

 

 

 

 

 

 

원능상아저씨네 마당에서

 

감말연여사님, 논으로 들어 가기전  긴장화를 신습니다

거머리도 조심해야 하지만 논에서 일어날   또다른 위험으로부터

다리를 보호해줍니다.

 

 

 

그런데 고무장화 이것  혼자서 신기란 결코 쉽지 않아서 곁에서 많이 도와 주어야합니다.

 

 

 

마당가의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도 놀아요

 

 감나무에 묶인 빨랫줄과 빨랫줄이란 이름의  그네를 타고 노는  빨래집게들은

꽃밭가를 타고 오르는 장미넝쿨과  함께 정답네요

 

 

 

 

빨랫줄과  꽃밭가의 꽃들과 빨랫줄에 달린 양말한짝은 농번기의 바쁨을 알고도 모른척

  이럴 땐 괜스레 말못하는 식물에게조차  심술나고 부아가 슬슬  치밀기도하지요

모두 일어나서 조금씩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나무로 내리는 햇살은 광합성작용을 하여  엽록소를 만든다고 한창 또 바쁘겠지요.

 

 

 

 

 

감나무와 빨랫줄의 우정 또한  보통이 아니군요.

 

 

 

빨강고무다리, 노랑고무다리  화려한 농촌의 알록달록한 풍경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자전거의 게으름

 

 

 

 

 

노랑고무다리를 만드는데는   협동단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꼭 끼어 허벅지로  잘 올라가지 않는 롱장화 , 하지만 다 신은 후의 모습은

 다리가 쭉쭉빵빵으로 길어보이는 효과도 있네요.

 

 

 

 

장화속으로 들어간 발과, 발목과, 장딴지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데는

 한참을 인내하는  적응기가 필요합니다.

 

 

 

 

빨,파,노  색깔의  장화를  신었으니   이제 논으로 가야겠죠!

 

 

 

빨강롱다리는 안사돈의 개성강한 장화색깔입니다.

능상아저씨네 안사돈은  오늘 사돈댁의 모내기를 도우려고  아리랑  고개너머 옥포에서 오셨다네요.

 

 

 

 

 

 

 

 

 

 

차렷, 경례

 

 

 

 

 

 

송정리 어르신들  바쁘게 논으로 갑니다.

마늘밭을 지나서 오르막 길이 시작되는   마을길을 조금 더 지나가면 모내기할 논이 나옵니다.

 

 

 

 

막 써레질한 덕순이네 논을 지나가려는데  덕순어머니가  막 소리칩니다.

 

 

 

 

 덕순어머니는   논가에서  능상아저씨를 만나자마자  대뜸  목소리를  높히네요.

 

 

 

 

 써레질이 엉성하게 되었다고 불평을 마구 쏟아냅니다.

. 그도 그럴것이

 동지나해,남지나해에서  젊음의 시간을 다 보내고 돌아온 바다사나이가  육지에서 하는  농삿일을

 하루아침에 어찌 전문가처럼 척척 잘  할 수 있다고 나무라시는지  

아직은  서툰 농삿일에 조금 너그러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아지매가 써레질 해 보라미 저리 써레질한데 모내기하면 소출이 훨씬 더 많이 날낀데  뭐 그래샀소?"

능상아저씨와 덕순어머니는 만나자마자  입씨름을  콩닥콩닥하며   논으로 갑니다.

 

 

 

 

그렇더라도   화를 벌컥 낼  아저씨는 절대로  아닙니다.

태평양만큼이나 마음 넓은 능상아저씨 그만 '허허' 하고  먼저  웃어젖힙니다.

 

 

 

 

 

하얀담집에 사는  아주머니는  백령도에서 시집을 왔습니다

  백령도에서 군대생활을 하며 알게 된 백령도아가씨는   군인아저씨를  따라  

 거제도로 와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안이 조용한걸 보니  시내로  볼일보러 나간  모양이군요.

 

 

 

아저씨의 빨강 고무장화를 따라  동네가 끝나는 지점에서

담장 위로 올라 선 사자만한 개가 늑대같은 울음을 토하는 이씨아저씨네를 지나

 

 

 

이번에는  화려한 장미꽃넝쿨이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채

김씨아저씨네 대문가로 몰려나와   내다봅니다.

 

 

 

인가가  막 끝나자  논으로  가는 언덕길은 유월의 햇살 가득한  

소풍 가는  길 같습니다.

 

 

 

 

초록풀 무성한 언덕위로 지렛대 세운 고추나무가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몇번이고 넘어질뻔하였지만  중심을 잘 잡고  층계층계 다락논에 막 도착하였습니다

능상이아저씨네 논바닥의 연초록 어린모들은   시집 갈 준비를 끝내고 가마 탈 준비를 하고 있구요.

 

 

 

능상아저씨가 짚고 온  대나무지팡이도 모를 낼 논을 잠깐동안 넌지시 서서 바라봅니다.

 

 

 

 

 

어느새 부지런히 따라온 안사돈과  바깥사돈이 주거니받거니  이야기하며 고인 논물로 놀러 내려 온 하늘을  보며

갑니다.

 

 

 

 

고인 논물이 하도   맑아서 산그림자가 다 비치네요

 

 

 

능상아저씨, 허리 한번 펴 봅니다.

 

 

 

 

 

 

 

 

초록들판.

 

 

 

 

 

여린 모들이 못자리에서...

 

 

 

산등성이로 올라 선 학교가 있는 풍경이  정겹습니다.

 

 

 

 

 

논에  거머리가  있는걸 보니 오염이 되지 않은  좋은땅임에 분명합니다.

 

 

 

 

 

 

 

 

 

 

 

 

 

 

연초록 어린 모들이 싱그럽고 사랑스럽습니다.

 

 

 

 

 

능상아저씨 드디어 이양기를 몰아가네요.

 

 

 

 

 

 

어느새 따라오신 어머니 엎디어 어린모를 정성스럽게 돌보십니다.

 

 

 

 

모내기하는 날은 여간 바쁜지 눈,코 뜰새가 없다고들 말합니다.

 

 

 

어머니의 노란 고무다리는 이제 꼬물거리며 달라붙어 피를 빨던 거머리도 겁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이양기가 심지 못하는 구석까지 빠짐없이 모를 심습니다.

짜투리 논구석까지 절대로 놀리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입니다.

 

 

 

 

 

 

김말연여사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모를 심고 계실까요?

평생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오신 어머니.  

 

 

 

 

 

 

낮이란 모내기를 해야하기에  억척같은 여인이었다가 

 밤이면 팔,다리 허리가 끊어질듯

아파와  끙끙 앓는 소리가

문지방을 넘을지도 모릅니다.

 

 

 

 

 

저리 큰 전봇대는 왜 건달처럼 서 있을까요? 

 논에 들어가서 좀 도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쁜날에는 저런 전봇대조차  미운털이 박혀  화풀이 대상이 되곤합니다.

 

 

김말연여사님,   일찍 심은 어린 모가 성근 곳은  찾아내어 꼼꼼하게  모를  다시 심어줍니다 .

풍년이 들기를 가슴으로 기원하겠죠?

 

 

 

 

능상아저씨네 안사돈님,  사돈댁의 모내기에 당신의 집 논에 모내기하듯  바쁩니다.

 

 

 

 

 

  하얀들꽃 찔레꽃이 언덕을  꽃무덤으로 만들어  풍성하네요.

 

 

 

 

송정리의 들녘은 모를 내는 날에도 어느 산사처럼 조용합니다.

이양기의 털털거리는 소리가 그치면   논두렁으로 달아나던  개미조차 

 얌전하게 행동이 느려지는듯 느껴집니다.

 

 

 

 

 

 

 

 

 

 

논두렁길 따라 뗏목같은 통나무 다리를 건너가신  아랫동네 아저씨의 모습은 푸른평화 그 자체입니다.

 

 

 

 

 

 

 

 

등 굽은 능상아저씨 이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양기를 몰고 뻘논을 씩씩하게 헤쳐나갑니다.

기계모를 심으려고

 

 

 

 

 

 

 

 

푸른평화를 상징하는 모판이 이양기로 올라갑니다

 

 

 

 

바깥사돈과 안사돈이 함께 일하는 모습 기억에 남겠습니다..

 

 

 

 

 

이렇게 모가 심어지겠죠.

 

 

 

 

 

 

 

 

 

 

 

 

 

 

 

 

이양기 위로 올라 온 모판들이 곧 한춤씩 떨어져 나가  논에 심어지면 튼튼하게 뿌리내려  논에서 자라게 되겠죠.

 

 

 

 

 기계모가 아닌 손모를 심던 예전에는   여인들이 줄줄이 엎디어서 못줄에 달린 꽃의 간격을 따라 모를 심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삽시간에 논바닥이 파랗게 변해가던 풍경이 어제처럼  떠오릅니다.

 

 

 

 

어찌된일인지 이양기가 지나가도 논에 모가 심기지 않네요

 이양기도 아저씨를 한번쯤  놀려 먹으려고 작정했나봅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마늘밭 너머로 피어오르는 한낮의 연기를 봅니다.

 

 

 

 

하얀연기 날아다니는   송정리

 

 

 

 

탈대로 다 타시오.

타는것이 무엇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