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버스는 언제 올까?

이바구아지매 2012. 7. 18. 08:53

 

석포에서 한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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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8

 

우리는 거제의   북쪽에서 서쪽으로 열심히 달려 가고 있었는데

차창밖으로 나타나는  이 심심해 보이는 마을에  들러 가까이서  들여 다 보고  싶어졌습니다.

 

" 선배,  잠깐  석포에   내렸다 가요 "

 

 

 

잘자 버스는 언제 올까?

 

 

 

 

늘 한적한 시골길 ,

늘 심심한 시골길.

 

언제나 정적인 풍경을 만나는 날에는 그만 스르르 

 그 풍경속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버스는 언제쯤 올까요?

그렇다고 버스를 탈것도 아닌데 그냥 궁금합니다 .

 

시골길로  어둠이 내리는 시각

그렇더라도  이렇게  고즈넉한 마을로 버스가 부지런히 와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혹 커다란 버스에 두어사람 태워 온다면  버스도 맥빠질일이며

기사님은 너무 심심해서 졸아버릴지도 모르구요.

버스는  오전,오후로 나뉘어  두세번

정도 다니게 된다면  누구라도  불만 쏟아 내지는 않을겁니다.

   

 

 

 

 

어디야정류장 옆 벽면으로 낸  동그란  풍경...

 

 

 

이 동그란 구멍은 왜 만들었는지 ?

버스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칠때쯤  동그란 구멍으로 내다보면

멀리서 버스한대가   끙끙대며  언덕 위의 마을로 올라  올테죠.

그 때 반가움이란 ...

아마 그런 용도로 만들었을까요?

이쯤에서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라고 노래한  경북 봉화의 오지마을인   작고 작은  '승부역'이 생각납니다 .

승부역으로 가려면 석포를  지나간다는군요

같은 지명의  석포. 

바다를 내려 다 보는 언덕 위의 마을.

 

 

 

 

 

해가 구름속에서 노닥거리며 게으럼 피우는 시간

그래도 바다는 발그레  물이 들기 시작합니다. 

석양의  타는 매력은 아니지만 살구빛 번지는 석포바다의 운치도 이만하면  괜찮아요 .

 

 

 

 

파랑가나도 바다로  가고  싶습니다.

살구빛 바닷물을 조막손으로  한웅큼 떠 보고 싶은...

 

 

 

 

 

 

 

 

누군가의 뒷모습은 언제나 신비감을 더해줍니다.

 

 

 

 

'카눈'이란 꼬마태풍이

혹 석포를   지나간다면  지그시 눈감고  껑충 건너가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잔잔한 석포바다 건드리면 쌔근쌔근 잠자던 아이 잠깨운 모습으로 징징거릴지 몰라요.

그냥 먼 하늘가에서 빙빙 돌다 흔적없이 소멸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개망초가 지천인 바닷가 언덕 위로 무심하게 걸터 앉은  폐가 하나

아마도 얼마전까지는 제법  잘 나가는 펜션이었던듯

서늘한 운치가  7월과  썩 잘 어울립니다 .

이쯤에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이 생각납니다

영국 요크셔 지방의  황량한 들판, 언덕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

 그곳의 주인 언쇼는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고아소년 히스클리프를 데려오죠  

지금 전국은 태풍 '카눈' 의 영향권에 들어 긴장하고 있으니 두 지역은  비슷하게  닮은꼴로 여겨집니다.

 

 

 

 

 

서늘한 아름다움,

이런 풍경은  한장으로 담기에는 아쉬움이,

그래서 또 한장 담아봅니다. 

하늘가가 발그레 노을이 물드는 걸 보니  ...

점차 늑대의 시간에 가까워지는것 같습니다.

 

 

 

엄마, 이게 뭐야...

 

파랑가나가 길바닥에서 발견한 새싹그림

 

70년대 산업화의 상징인 '새마을 운동'을 나타내는 모습을  돌에 새겨진 새싹 그림이

통째로  도로의 귀퉁이로  함께 버무러져 버렸습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라는

노래가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잘 살기 운동이었습니다.

새마을운동,  2012년 7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랍니다.

 

 

 

 

 

 

 

버스는 이제 오지 않을지도 ...

 

 

 

 

 

우리는 어둠이 내리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며 차를 몰아 언덕 아랫마을

한내리로 갑니다.

 

 

 

 

 

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이 하나 , 둘 불을 밝힙니다.

 

 

 

한내리 ,모감주나무숲에도 어둠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노란 별꽃을 주렁주렁 달았던 '모감주나무 '

이젠 꽃 다 떨구고  꽃진 자리에 예쁜 꽈리주머니가  오글오글  참 예쁘군요.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서인지 바람이 가득  불어옵니다

모감주나무에 달린 꽈리들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모습도 볼만합니다.

 

 

 

 

가을이 오면  저 꽈리속에는  익은 염주알이  버티고 있을겁니다

아마도 그럴겁니다.

 

 

 

밤이 내리는 한내리 모감주나무군

 

태풍은 선량한 모감주나무에게로  달려들어 마구  흔들어 망가뜨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람은 점점 더 세차게 불어대고 꽈리들은  춤을 추는것처럼.

 

 

 

 

작은아이 가나는 밤이 내리는 바다를 신기한듯 바라봅니다.

 

 

 

 

'우우 ' 소리내며   바람이 울고   밤이 제법 느껴집니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더니 낮은   심장소리에도 놀란 꽈리들이 그만  떨어버렸습니다.

 

 

 

 

 

 

 

무리지어 매달린 꽈리가 오늘은  꽃 보다 더 아름다운 날.

 

 

 

밤새도록 보아도 질리지 않고  사랑스러울 꽈리송이들.

 

 

 

 

 

 

 

 

 

 

 

 

 

태풍도 얌전하게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평화로운 한내리를 지켜주며 ...

 

 

 

모감주나무숲과 삼성조선소의 어울림.

 

 

 

 

연신 바람이 불어댑니다

모감주나무에서 바람그네를 타는 꽈리들

앞으로 불어닥칠

 17~18개의 크고 작은 태풍을 잘 견뎌내야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로 만날테죠.

 

 

 

 

삼성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이   불을 밝힙니다.

 밤이 낳은  불기둥이 흔들리며 빛나는  밤바다.

 

모감주나무에 매달린 여린 꽈리들은 바람을 타고   밤들도록 바람춤을 출테죠

 

 

밤이 내리는... 거제시 하청면 석포리,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