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바다에서 피는 꽃 '갯쑥부쟁이'를 아세요?

이바구아지매 2012. 10. 21. 06:21

 

 

 

 

 

29191

 

 

 

 

 

일상에서 발견한 처연하게 피어 난   바다꽃이야기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고 파랗게 펼쳐지는 바다를  무심코 내려 다 보다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니  저게 뭐야 바다 위로 꽃이 피어났잖아  이건 분명  특종이야   "

눈 앞에 펼쳐진 신기한 세상을 잽싸게  담아야지, 그리고  카메라를  챙겨  들고 다시 베란다로 나왔습니다.

바다와는 조금 먼거리인 6층 높이라 줌으로 당겨서 카메라에 담느라 바삐 움직입니다.

조금이라도 잔망을 부렸다간  아름다운 특종이 금방 사라져버릴까봐  마음이 바빠

허둥댑니다.

침착,  그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스스로에게 차분해야한다고 냉정해지려 애를 쓰며

 연신 카메라의 셔트를 눌러댑니다 . 

" 니 지금 뭐 하노 밥은 안 하고   아침부터 시끄럽게  난리를 피워샀노 ..."

라며  

쇼파맨 남편이 잠결에   시끄럽다며  한마디 툭 내뱉습니다

"그깐 밥이 문제야  아침부터  놀라운   특종을 잡았다구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말이야

? 오늘 아침엔  절대로  밥같은건 안해  할 수 없다구 "

그리고 단숨에 엘리베이트를 타고 현장을 향해 달려갑니다.

물론  엘리베이트에서도 달립니다.

"왜 오늘따라 엘리베이트는 또  왜 이렇게 느려터진거야

음속으로 달려야지 ...

빨리빨리...

의지의 한국인은 엘리베이트에서도 달립니다.

 

 

 

 

바다에  핀 꽃 갯쑥부쟁이의 춤사위

 

 

이렇게 촌분을 다툴때라면  아파트 경비실을 돌아 정문으로 나간다면 그건 시간 낭비겠죠.

 이 때는 지름길로 통하는 개구멍으로 날쎄게 달려야 합니다.

정문으로 간다면  적어도 2~3분은 족히  걸릴  시간을  

개구멍으로 통과하면  3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깐  또 하나의 통로인 개구멍을 사용할 수 있는  엄청 편리한 곳에 제가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구멍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구멍이 아니라 

  아파트의   안쪽 깊숙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출입구로

아주 요긴하고 편리하게 .사용된답니다.

저와 남편은 경상도스타일의   투박한 말씨로  늘 이 작은 문을

개구멍이라 부릅니다. 쪽문, 작은 문  이런  어투라면 고상하긴 하지만

 느낌으로는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 멋진 개구멍을 예찬하며 다른날보다   

 0.5 초  더 앞당겨 바닷가에 도착하였습니다.

 

여러분, 보이시나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는 바다 가운데서  

갯쑥부쟁이가 파도를 타며 처연한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가을바람이라지만  바람이 몹시 부는  차거운 아침인데 가녀린 몸매로 바다에서 ...

 

 

 

 

지금은 만조시간

 

 

이제 들꽃들은  피어났다가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시간

가을은 구절초를 시작으로 쑥부쟁이,해국,감국으로 이어지는 들국화의 계절입니다.

그 중  갯쑥부쟁이는 바닷가에 피어나는 운명적인 꽃으로  처연하게 피어나서

 바람과  파도에 마구 힙쓸리는  꽃입니다.

갯쑥부쟁이는 1m정도의 큰 키로 너울너울 달려드는 파도에 몸을 내맡낀 채  

구부렸다 일어서고 다시 구부러지는 갯쑥부쟁이의  흔들리는

몸부림은  마치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는  살풀이 춤을 추듯 보입니다.

 다행하게도 질긴 꽃대는 쉽게 꺾이거나  휘어지지도 않으며  유연하여  시종 휘청거리지만

뿌리째 뽑혀 나가지도 않고 꼿꼿하게 서서    질긴 생명으로  바다에서 견뎌냅니다.

 

 

살아 남으려는  처연한 몸부림의 바다꽃   갯쑥부쟁이 ...

 

 

 

 

 

누가 널 더러 거센 파도가  밀어 닥치는 바다에서 꽃피우라고 하였더냐?

 

 

누구도 바다에서 꽃피우라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매서운 바다로 나가

   모진 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꽃으로 피어나서  갯쑥부쟁이로 이름 달게 되었을겁니다.

 

작년 요 맘때도 슬픔처럼 피어나던 갯쑥부쟁이가 올해도 다시 피어났으니

 한없이 반가운  바다꽃입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바다에서 피어난 풍경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바닷가 기슭에서 만난 꽃이었습니다.

이 곳은 강과 바다가 하나되는 기수지역이라 만조(밀물, 바닷물이 들어 와서 가득찬 때)가

되면  바다가  되었다가 간조(썰물로 바닷물이 빠져나간 때)때는  물이 빠져 나가

드넓은 갯벌을 드러내는  곳으로  갯쑥부쟁이가 피어나자  벌들도 떼지어

 날아들어 꿀을 모읍니다. 

 갯쑥부쟁이는  또 진한 꽃향기를 퍼뜨려  바닷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갯내음의 짭쪼롬함과 더불어

이 길을 지나는 동안  기분좋게  해 줍니다.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물때인 한낮에는

쑥부쟁이에게로 날아든 벌들과  꽃향기로 야단법석을 피우는

바닷가의 풍경은  깊어가는  가을의  서정으로 흠뻑 물들었습니다.

 요즘 제가 살고 있는  고현천변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내려 다 본 바다풍경

 

 

10월 하순경,

  섬으로 부는 바닷바람은  제법 거칠게   성질을 부리며 달려듭니다.

그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뿌리 내린 갯쑥부쟁이의 

 처연한  생명력은 섬사람들이 바다를 향해 도전하며 강인하게  살아가는

근성과   참 많이도  닮아 보입니다.

 

갯쑥부쟁이가 바람과 파도에  흔들리면서 묻습니다.

"당신도 때로는  흔들리며 사시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