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특종 , 거제도에 눈이 내립니다.

이바구아지매 2012. 12. 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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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니 다른날 보다  훨씬 더  조용했어요

 .' 혹시 눈이 ?'

하고

얼른 베란다로 나가 봤어요 .

 

"어라 눈이다 눈 눈  누운~~"

 

 거제도에 눈이 펄펄펄  내리고 있어요.

 

"특종이다    거제도에 눈이 내린다~아 "

 

카메라와 폰을 챙겨 눈님이 오시는데  어서어서 마중가야겠어요.

 

기자라면 그까짓 아침밥보다 특종이  먼저죠 . 

잠옷바지 그대로    날아라 ~~ 바쁨바쁨.

 

참 가는 시간동안 눈 다 녹을지도 몰라

베란디에서  내려 다 보고  현장 얼른 주워  담기하구요.

 

 

 

 

저 멀리서 ..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어둠속에서  아침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부릉부릉 .

 

 

 

 

아직은 어둑발이 조금 남아 있는 시간입니다.

 

 

 

눈의 여왕님이 주신  선물

 

 

 

이제 세상속으로 특종을 건지러 바삐 나섰다가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눈이 소복하게 쌓여  발이 푹 빠지고 맙니다.

생각지도 못한 경미한 사고 , 이 정도로는 뉴스축에 끼이지도 못합니다.

오른쪽 잠옷 바지가랭이가  눈구덩이로 빨려 들어가서

  하마트면 헐렁한 고무바지 통째로  벗겨질뻔 했어요.

하지만 반쯤 나온  제 까만 허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다행다행)

일찍 일어나서 나오느라 모습이 부시시하고   엉망이지만

새벽에 나 홀로   하얀 동화나라를 만났다는 건 신의 축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맞는 모든 사물

 

 

나무도 ,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모두  오늘만큼은 하얀 동화나라의 주인공들이 되었답니다.

 

 

 

 

 

 엉겹결에 들고 나온  시커먼스 우산이지만

하얀세상에 시커먼스 썩 잘 어울리지  않나요?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나만  이 멋진 동화나라에 초대되어 온 줄 알았더니

보라색 우산을 들고 눈길을 사박사박 걷고 있는 그녀도 있네요

이 시간은 졸음가득한  시간일텐데 

염치불구하고 그녀를 불러 세워 물어 보니

남편이 야간근무를 하고 퇴근할 시간인데

갑자기 내린  폭설로  걱정이 되어 마중을 나왔다고 합니다.

 

 

 

 

겨울나무  

 

 

밤새 펑펑 내린 눈으로  하얀 나무로 변했어요

눈을 가득 이고 선 나무 너무 무거운지 조금씩조금씩

미끄럼을 태워 흘러 내려 버립니다.

운좋게 제 발등에도 한웅큼 '퍽 '소리를 내며 쏟아집니다.

그까짓 눈쯤이야 가볍게 흔들어   털어내고  개구멍을 통과하여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누군가의 차

 

 

 

나 보다 더 발빠른 누군가가 출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어찌할바를 몰라합니다.

출근길, 

누군가의 모습을 근처에서  한참동안 지켜 봅니다.

 

바쁜 출근길에 흰 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하늘에선 연신  하얀 떡가루가   사선을 그으며 마구 흩날립니다.

우산 위로 내려 앉는 눈발은 '쏴쏴쏴   픽픽픽 '  소리를 냅니다.

 

 

따뜻한연말오전 10시경

 

 엉망징창으로  젖은 옷 한벌  훌훌 벗어 세탁기에 희리릭  던져 넣고

다시  나갑니다.

기자는  언제나 현장에  있어야합니다.

겨울가나가 그러네요.

기자는 '극한직업'이라고 ...  맞아요,

 

 

 

 

 

"얘들아, 뭐하니?"

"보면 몰라요"

"그래 보고도 모르겠어` "

"우린 차 위에 있잖아요 "

"우하하하 그래 차 위에 있네 "

 

 

 

곧장

 

눈싸움이 시작 되었습니다.

눈사람도 만들었구요.

눈사람이 온통 하야니   밋밋하고 못생겨 보입니다. 

이럴 때 푸른 나뭇가지 몇개 꺾어  이마를  푸르게 살짝 폼 한번  잡아 줍니다.

 

 

 

"넌 몇살이니 ..."

"눈사람에게 그 딴 거 묻지 마세요 늙기 싫어요

호적에도 올리지 마세요 "

허 참 눈사람 주제에  말도 잘해요.

 

 

 

"아줌마, 싸움중에 참 재미난 싸움이 하나 있는데 뭐게요 "

"음음  뭘까요?"

"눈싸움이잖아요 "

녀석들  눈사람을 닮아 참 똑똑합니다.

 

 

 

 

거제도에 눈이 내렸답니다.

이 놀라운 뉴스를  지구촌 곳곳으로 실시간 타전했는데요

기자가 너무나 바쁜 나머지 똥오줌을 못가렸습니다.

 

사막과 낙타와 베두인의 나라인 오만까지 거제도의 눈소식을  전송했더니

거제도에 내린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며 한웅큼  보내달라고  주문하더라구요.

우쭈쭈쭈이건 ' 흥분한  뉴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거제도인지라 한번 눈이 펑펑 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회사도 학교도

모두 올 스톱.  

눈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거제도.

오늘  이 곳의  모고등학교에서는

눈이 멎을때까지 조금 지켜보자더니 눈이 멎더라도 수업은 거의  불가능할것이라고 판단

졸지에 방학을  내버리더라구요  그것도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했답니다.

요건 '허겁지겁 뉴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까운 눈 다 녹겠습니다.

 이제 꽁꽁 얼어붙겠죠

요건 '울화통 뉴스'

 

오랜만에 내린 눈으로 동화나라가 되었다고  스마트폰으로 온세상에 소문 팡팡 냈으니  

 요건 '호들갑 뉴스 '

 

오후가 되니 계룡산에서 햇살이 반짝이면 눈부시게 떠 오릅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희고 고운  눈 다 녹겠습니다.

요건  너무나  '슬픈 뉴스 '

.

 

 

 

 

어라 눈 다 녹겠어요

해님, 딱 하루만  참아 주세요 네에~~

 

 

지금까지   눈내린 거제도 현장에서  빨강머리 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