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앤틱한 가을분위기를 따라 간 인연의 섬 '연화도'

이바구아지매 2012. 10. 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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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통영항으로 바쁘게  달렸습니다.

 

무조건  기분좋은 일이 생길것만 같은 ,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토요일 아침,

 

 06시 50분 서호동  통영여객선터미널에  막  도착한 우리부부,

숨을 몰아쉬며  

어둠을 가르며 섬으로 가는  분주한 대열에 마지막으로 끼어 들었습니다.

 쏟아지는   졸음을  떨쳐 내며 새벽을 열고   바쁘게 승선표를 발행하는 아가씨에게

"07시발 연대도행 배표  2장 주세요"

라며 돈을 내미니

"연대도 가시려면   달아항으로 가세요  "

" 분명 아침 07시에 첫배가 있다고 믿을만한 여행자블로그에서 몇번이고  챙겨보고 왔는데요?"

"2012년 01월부터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다니던  연대도행  뱃길은 끊겼어요"

이런  순엉터리...

졸려서 가기 싫다고 우기는  남편을 억지로 깨워서  왔는데... 

 발품 팔아서 정성을 쏟았던   블로거, 그만 시효기간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통영의 섬여행이라면  맛있게  골라먹는 재미인데...

"어떡하지 "

그냥 우리 연화도  갈까 ?"

"응 그래 연대도나 연화도  같은 연자 돌림이니   비슷하게 생긴 섬이겠지 ?"

"연화도  가실 분들 서두르세요 곧 배가 출발합니다. "

그래 결정했어 연화도로 가는거야 .

" 연화도행 배표 왕복으로 2장 주세요"

그리고 100m 결승점인  골인지점으로 달리듯 개찰구쪽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빨리 달려가지 않으면 배 놓쳐요 "

하고 개찰구에서 승선표를 받는 아저씨가  달리는데 또 재촉을 합니다.

그럼 날아야지 ~~

아저씨 말씀처럼 죽을힘을  다해 날았습니다.

그리고  욕지 아일랜드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아  헛발을 내딛어 하마트면 바다로 풍덩할뻔하였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폰으로 확인한 시간은 06시 52분.

배는 곧 출발하여 한바퀴 휘돌아 연화도로 싸아한 바닷바람을 날리며 나아가기 시작하였으며.

 

 

아주 가끔 내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날에는

   새벽을 가르며   섬으로 가는   배를 타 보는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더불어 삶의 활력을 바다로부터 얻어 가게 될것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깨어있는 물결입니다.

 

 

 

 

 

 

 

이른 아침,

 

 바다를 어머니의 자궁으로   태어나는  태양의 빛내림이 펼쳐집니다.

배를 탄 여행자들이 여기저기서 연신 와와하며 떠 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탄성을 내지릅니다.

 

이건 순전히 우리의 연화도행을 축하해 주려고 배려한  아침햇살의 선물이 아닙니까?

벌써부터 빨강머리 앤의 즐거운 하루가 열리리란   예감이  찾아 들고...

 

 

 

 

서른 다섯개의  섬으로  가는 배들이 떠나는   분주한  통영항의 아침.

 

 

 

 

 

,

Rnadml 우리도  꿈의 배 , 욕지 아일랜드호에 가까스로 승선하고...

 

우리가 탄 꿈의 배 '욕지 아일랜드'호는  연화도와 욕지도로  가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이렇게 뱃길을 달려

약 한시간(24km)  정도 달려서  항구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 반기는 건 연화리조트 라는 벽화를 바라봅니다.

배는  연화도에 제법 많은 여행자들을  내려 주고 다음 항구인 욕지도를 향해 떠나갔습니다.

무작정  찾게 된  연화도에 대한   아무런 정보조차  없으며

단지 욕지도에 속하는 작은 섬이며  연화사라는 꽤 알려진 사찰이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을뿐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바빴는지도 모릅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본촌길과 십리골길의  길명부터 잊지 않기 위해 바쁘게  담기 시작합니다.

 

 

 

 

 

 배에서 내리면서  바라본 건너편  '본촌마을'

 

 

 

마을표지석입니다.

연화마을 참으로 예쁜 이름이지요?

연화도사와 관련하여 이름이 지어진듯 보입니다.

불교의 섬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와 닿습니다.

이왕이면 마을표지석도  연꽃모양이었다면  더  좋았을듯 싶습니다.

 

 

 

 

 

무턱대고 오게 된  섬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도 못한 채   무심코 골목길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벽에 씌어진

엄마손식당을 보니 허기진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분주하게 움직였더니  ...

 

 

 

함께  가는 남편의  뒷짐 지고 가는 느긋한 모습이 영락없는  연화도의 마을이장님같습니다.

 

 

 

 

 

 

길 가다가  십리골길 엄미들이 담벼락에 엎디어서 연신 무어라고  소곤대는 풍경이  정겨워서

뒷태를  또 담아 봅니다.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

 

 

오늘은 토요일

큰섬 거제도에서 예쁜 여선생님이 일일교사로 친구들과 함께하려고 왔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혹시 예쁜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피노키오?

그래서 새로오신 선생님을 놀려주려   출렁다리쪽으로 벌써 도망을 갔나봅니다 .

"요녀석들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 "

 

학교 운동장에는 태풍을 맞은 소나무가 빨갛게  말라 죽어  있었답니다.

 

 

 

 

이 길  

 

 

오래 전 옛날에는 흙먼지 날리는  황톳길이었겠죠?

 길은  언제부터인가  시멘트를 바르고  심술을 부리며  

 누워서  지나가는  여행자의 발목을   졸라 조금 아프고 피곤하게 골려주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연화도를 찾은  그들 이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은듯 쉬엄쉬엄 , 나붓나붓  

연화사를 행해    걸어갑니다. 

 

 

 

 

 

 

 

 

 

 

걷다가  가끔씩 뒤 돌아 보며...

 

 

 

 

 

 

왼쪽으로 난 길은 '옛까꼬막길' 언덕의 경사가 심해지는 길이라는...

 

 

 

 

 

 

 

 

 

 

 

 

연화장세계문

 

연꽃에서 출생한 세계

, 연꽃속에 담겨 있는 세계라는 뜻으로 이상적인 불국토를 가리키는 뜻을 지닌

연화사 일주문을 지나갑니다.

 

 

 

 

 

 

 

 

아까부터 예쁜 그녀들의  뒷모습을 자꾸만 담게 되네요.^^*

 

 

 

 

 

 

 

납짝 엎드린  함석지붕이 인상깊어 담아봅니다

함석집을 둘러씨고 있던  돌담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와그르르 무너진 모습도 만났습니다.

여기서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

라고 읊은 조선 제일의 멋쟁이로 알려진  백호 임제의  

옛시가 떠 올랐습니다.

 

 

 

 

 

 

앞서가는 그녀들과  따라가는 우리

 

자꾸만  아닌 척 하면서도 그녀들을 담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앤틱한 가을분위기를 내 주는 그녀들이 함께하는  가을이 더 아름다울것 같아서요.

 

 

 

 

 

 

 

어쩌다 보니 그녀들과  소소한 인연이 되어 연화사 경내로 함께 ...

 

 

 

겨울을 준비하는 산사

 

연화사로 가는 계단에 올라  다시 한번 내려 다 보며  절 주위를 기억합니다.

 

 

 

 

 

불이문의 단청

 

외국인들이 아주 좋아한다는 , 

가장 한국적인 색깔로   화려한 문양과  색깔을 뽐내는 단청을 꼽는다지요.

 

 

 

 

천왕문에서  뒷모습의 모덿이 되어 준  예쁜 그녀들에게  남편은 찍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저씨, 사진 좀 찍어주세요 "

라고 말하는   그녀들에게  가을을  곱게 담아 주리라 다짐했을겁니다.

 

 

 

 

불교의 섬 ' 연화사 '

 

섬의 한가운데 자리한 연화사는 쌍계사 조실인 고산 스님이 1998년 창건한 관음도량이랍니다.

 

 

 

 

자꾸만  아닌 척 하면서도 그녀들을 담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앤틱한  분위기를 내 주는 그녀들이 함께하는  가을이 더 아름다울것 같아서요.

 

 

 

 

 

 

 

 

 

10층 석탑은 언제나 하늘로  향하고.

 

 

 

 

 

연화도와 연화사의 전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연산군의 억불정책으로 한양에서 이 섬으로 피신해 온 승려가 불상대신

 둥근 돌을 토굴에 모시고 예불을 올리며 수행하였는데

깨우침을 얻어 도인이 되었으며 도인은 입적하연서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제자들과 주민들이 

유언을 받들어 바다에 수장하였더니 도인의 몸이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 이에 따라 섬 이름을

 연화도라 불리게 되었으며 그 후 사명대사가 이 섬으로 들어와서 연화도인이

수행하던 토굴 아래서 움막을 짓고 정진한 끝에 마침내  큰 깨달음을  이루었답니다.

얼마 후 사명대사를 찾아 온 세 여인을 출가시켰으며 사명대사의 누이동생 보운, 대사를 짝사랑하다가 비구니가 된

 보월, 대사와  출가 전 정혼핬던 보련 등이 그들이라고 합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는 육지에서 승군을 일으켜 왜군을 크게 물리쳤으며 바다에서는

보운, 보련, 보월 등 세 비구니가 왜군과 대적하여 승승장구하였답니다.

이 때 세 비구니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거북선 도면을 그려주고 만드는 법

또한 일러주어 건조된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지만 

문헌상으로 전해내려 오눈  자료는 없다고 합니다.

충무공은 세 비구니를 통틀어 '자운선사'라고 일컬었다고 전합니다.

 

 

 

 

그녀들은 이제  출렁다리를 향해 갈까요?

아니면 보덕암쪽으로?

 

 

 

 

십리골새길을 따라 누군가의 집을 지나가며.

 

 

 

 

 

추수한 호박들이 마치 할로윈데이를 기다리는듯  ....

 

 

섬을 걷다 보니 곳곳에 방치한 집들이 많습니다.

빈집들을 보니 재미난  생각이 불쑥 찾아듭니다.

전통적인 우리의 문화도 , 축제도 아니지만

빈집들을 잘활용하여  유령축제같은 걸   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쌓아둔  호박들은 속을 다 들어 낸 다음  

   눈,코,입을  새긴 후  호박안에  촛불을 켜 세우면  멋진   호박등이 되어 어둠을 밝혀줄겁니다.

그럼 그 호박등을 들고  폐허가 된 집들을 찾아가서

등골 오싹해지는  유령놀이를  해 보는 겁니다 .

빈 집들이  자꾸자꾸 나타나자  

 방치하는 것 보다는   폐허미를 살려 스토리텔링하여 문화의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 을과 봄이 한가지에 ...

 

어쩐지 날씨가 포근하더라니

이런 모습을 만나려고 그랬나봅니다.

배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연화사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만난 배꽃.

요즘 꽃들은 조금만 따뜻하게 느껴지면  슬몃 꽃을 피우는군요 .

 

 

 

 

 

배꽃이 활짝 ~~

 

 

봄에 피는 배꽃이 가을에도 피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어떻게 견디려고 꽃을 피웠는지..

하긴 요즘 곳곳에  봄꽃들이 피어나서 한창입니다.

 

 

 

 

연화사를 돌아 보았으니  이제 보덕암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두고 왼쪽으로 난

십리골새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이제 오르막이 슬슬 시작됩니다. 경상도 말로  까꼬막길이죠  아직은  오르만하며

할딱고개 정도는  아직 아닙니다.

 

 

 

 

십리골새길을 따라 가는 길에  본 파란집 ,

무슨 용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상적입니다.

 

 

 

 

심심하게 걷다 보니 태풍에 맞아 빨갛게 불타는듯한 풍경이 섬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예쁘게 피어났던    수국꽃도 퍼머모양을 한 채로 바람을 맞아 까칠한 모습으로  말라버렸고

소나무,오리나무,굴참나무,느티나무 해송까지도

태풍 볼라벤과 덴빈 ,산바가 심술궂게 달려들어   섬을  온통 망가뜨려 놓았답니다.

 

 

 

 

 

 

그렇게 태풍은 심술을 부리고 달아나자  섬의 곳곳은 헝클어진 모습으로 널부러져있지만

이 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새들이 포르르  날아와서 반갑다고  지저귀며 노래합니다.

 

 

 

 

 

 

 

 

 

어디로 가야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왼쪽길로 돌아서 출렁다리쪽으로 가려구요.

 

 

 

 

 

 

 

 

 

십리골새길은   숲길로 1십리가  쭉  이어진답니다.

그레서 붙은 이름.

 

 

 

다시 만난 폐허미

 

정들었던 고향집을 이렇게 버려두고 떠난 사람들이 많은듯 싶습니다.

 

 

 

 

조금 멀어진곳에서  연화사  바라보기.

 

 

 

 

 

태풍으로  무너져 내린 길을 땜질한 곳이 곳곳에 나타나고  해발고도마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화도로 오는 뱃길에  참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지만  

어느새 모두가 흩어져  이제 사람구경도 쉽지 않아요.

 

 

 

또 다른 인연의 시작

 

출렁다리로 가는 길에

 "연화사가 어디죠?"

라고 처음 만난 그녀들이 묻습니다.

 

 

그녀들과 함께 걷는 길

 

서울에서 왔다는 그녀들은  연화도가 무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무척이나  심심한 섬길을 함께 걸어갑니다.

 

 

 

 

나무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길에서  죽은뱀도 만나고...

 

 

 

4분음표를 달고 노래하는 모습의   오리나무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억새풀과 익어가는 강아지풀과  섬쑥부쟁이와  방아깨비도...

 

 

 

 

언젠가부터 누군가가 이곳에 길을 내기 시작하였을것이며

 우리는 그가 내 준  길을  따라  인연의 길을  걸어갑니다.

 

 

 

 

"이건 탱자나무랍니다  태풍을 맞아 말라 버렸군요 "

서울에서 온 그녀들은 탱자나무가 무척 신기한가 봅니다.

 

 

 

 

"여기 보세요  하얗게 핀 이꽃  탱자꽃이랍니다 "

"우아 예쁘다 "

"탱자꽃은 봄에 피는데   올 가을에는 온통 봄꽃들이 다 피어나네요.  아마도 태풍의 영향 때문이지 싶어요 .

옛날에는 학교울타리도  탱자나무울타리가 많았어요 .

  우리의  역사를 살펴 보면 위리안치(圍籬安置)라는 유배형이 있었죠  

귀양간 곳의 집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돌리고 그 안에 죄인을 가두어 가택연금을 시켜

죄인을 도망가지 못하게 했던  형벌  위리안치도  이  탱자나무로...

 

 

 

 

"저기  바다를 내려 다 보는 산사는  '연화사 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가 보지 않아서요"

그녀들은 다시 아름다운 산사로 향하고  우리는 출렁다리쪽으로 고집하여  갑니다.

 

 

 

 

슬로우 맨 ...수면제

 

얼마나 더 가야  출렁다리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뚱뚱한 몸매의 남편 벌써 걷기 싫은 표정을 합니다.  

세기의 독서광인 남편, 산길을 걸을 때도 계속  책을 읽으며 걷더니 때마침 나타난

 바위 옆의 벤취를 보자 슬그머니 기대앉더니   이내   드러누워버립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아공의 작가 J. M  콧시의 ' 슬로우 맨'을  이번에는 누워서 읽기 시작합니다 .

그 동안 조망이 탁 트인  바다에서는 찬란한 오메가 현상이 일어나

 너무도 멋진 광경을 담느라 소란을 피우는사이에

남편은 책을 손에 쥔 채 스르르 잠이 들어버렷고

그러기를 또 10여분 흘렀을까?

  맛 있게 자는 잠을 깨우긴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출렁다리로 가자고 재촉하니  잠에 취한  목소리로 

"혼자 다녀온나  그냥 잘란다  나 안간다"

"그럴  줄 알았다

같이 가면 내남편이  아니지..."

 

 

 

 

 

 

 

한지붕 한가족으로 수십년 살다보니 이제 그깐 일로라면   화도  나지 않습니다.

이리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

서울에서 온 그녀들은 계속 망설이기만 합니다.

그러는 사이 혼자서  출렁다리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갔구요.

 

 

억새가 일렁이네요. ..가을이니까요

 

이 곳의 지명은 잘 모르겠군요.  참 아름다웠었는데...음음음

 

 

 

 

너무도 아름다웠던 길

 

하늘에 닿은듯한  언덕길로  처음 만났던 그녀들이 또 오고 있네요.

오르락 내리락  영화처럼...

 

 

 

 

섬은 온통  '붉은 수수밭' 같습니다.

 

 

 

영화' 붉은 수수밭'

 

 

 18세의 어여쁜 추알(공리 분)은 가난한 죄로 나귀 한마리와 맞바뀌어 50이 넘도록

 

독신으로 있는 양조장 주인인 리서방에게 팔려갑니다.
 

 

사랑도 모르고, 남편의 얼굴은 더더구나 모르는 채 가마를 타고 신랑집으로 향해가던 ...

 

하필이면 이곳에서 영화  '붉은 수수밭'이 떠 올랐을까요? 

 

 

 

 

 

그녀들은 쑥부쟁이를 꺾어 귀에 꽂더니   사진을 찍어 달라며 스마트폰을 건네더군요

쑥부쟁이를 귓가에 꽂은  그녀가 얼마나 예쁜지   몇번이고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예쁜 그녀의 귓볼과 그녀의 귓가에서 살랑거리는  쑥부쟁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몰래  담고 싶었지만 초상권 침해가 될까봐 이내 포기하고.

이름 모를 풀벌레소리도 시나브로  들리던  숲속 오솔길에서

우린  다시 헤어졌습니다.

 

 

저 멀리로 보이는 반가운 그녀들 ...

 

 

탱자나무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진 서울의 그녀들이 언제 뒤따라왔는지 출렁다리로 오고 있네요

 

연화사와 보덕암은 다녀왔는지 ...

 

 

 

 

 

 

 

 출렁다리에서 탱자나무를 이야기하던 그녀중 한 사람은 출렁다리를 건너면 멀미가 난다면서  다른길로 가겠다며

홀로 떠납니다  놀라서 물어보니 같은 일행이 아닌   오다 만난 사이랍니다.

길 위의 인연이란 길어졌다  혹은 짧아졌다  고무줄같습니다.

 

 

동두마을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면 한없이 아름다운  마을이며  출렁다리를 건너가서  

산길을 조금  더 걷다 내려서면  바닷가에서 기다리는 동두마을도 깊은 가을로 물이 들었습니다.

달아항에서 배를 타고 왔다고 하는지 , 여행자들의  왁자함이  출렁다리로 전해옵니다.

 

 

 

 

출렁다리에서 (2011년 12월11일 완공)

 

혼자서도 잘 놀고 있는데

이쯤에서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잠들었던 남편이 깨어나서 이쪽으로 오고  있다니

오늘은 서쪽으로 지는 해가 놀라서 북쪽으로 질지도 모를일입니다.

 

 

 

남편, 출렁다리 한번  건널까요?... NO

 

"출렁다리에 왔으면 한번 건너봐야지 "

"아들처럼 뭐 출렁출렁 해살라꼬  됐다 고마 가자"

넘넘 싱거운 남표니의 한마디 ...

출렁다리쪽에서 다시 되돌아 나와  동두마을로 전진 해 가지도  않고 살짝 옆으로 비켜 꺾더니   왔던  길로 되돌아서

배를 타러 간다며 휑하니 가버리는  남편

늘 이런식이니  우리부부는  함께가면 절대로   안될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오늘만 해도 그렇습니다.

처음 온 연화도라면 한번쯤은   쏙쏙드리 돌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연신 투덜투덜거리며 (섬에 뭐 볼게 있다고 ? 안 봐도 뻔하다) 검프족으로 무조건  나아가기만 합니다.

"다시는 남편과는 여행가지 않을것을 연화도에서  부처님께  맹세합니다"

 

 

 

 

 

 

 

 

 

 

파란하늘이 손 뻗으면 닿을것만 같아요

 

 

 

 

 

마치 수채화로 그림을 그려 놓은듯한  '연화도'  마을길은 수수하고 소담스럽습니다.

 

 

 

 

 

 

 

 

 

단맛나는 고구마밭이군요. (욕지고구마)

 

 

 

 

 

앞서 간  남표니가 할머니네 길거리가게에서  말랑말랑한  찢어놓은 오징어를  한봉지 사서 들고

한창 할머니의 자식 자랑을 듣고 있었답니다.

할머니네 할아버지께서는  섬을 몇개 사서 돈도 많이 벌어  자식들 공부도 잘 시켜

세 아들이 모두 현대건설에 근무한다며  흐뭇해 하는 할머니를 보며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연화도 억척  할매민박집 싸장님께 스마일  스티커 하나 ...

 

 

 

'고등어'와 '전갱이'의 만남.

 

세종대왕과 빌게이츠도 맛 보지 못한  연화도 고등어,전갱이회.

 

우리의 연화도 여행은 순엉터리였지만 식욕은  무척이나 왕성하여

연화도 부두 근처인  ' 용머리횟집'에서 이렇게 신선한 회를 먹게 되었습니다

고등어를 회로 먹는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기도 하였지만

먹어보니 맛 정말 훌륭합니다

전갱이 회맛도  일품이었고.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으면 두뇌회전도 좋아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고등어와 전갱이는 다양한 요리로 맛 있게 먹을 수도 있지만 특히 젓갈로도 인기가 있답니다.

너무 싱싱하여  고등어와 전갱이는 우리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바다로  달아날것만 같았던...

 

 

 

 

 

 

오늘은   연화도에서   '연꽃녀'  컨셉으로    인증 샷~ 

 

 

 

남표니가 집으로 가자고 무작정 우겨요.

 

 시간은 겨우 12시 20분인데  벌써 돌아 갈 준비를 끝내다니요

 

그럴 수야 없지요

"나 다시 다녀올게  이렇게 돌아간다면 억울해 연화도에 온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연화도에 와서 겨우 출렁다리 하나 보고 간다면  너무 억울해  나  다녀올테니  여기서 기다리라구 "

하고 잽싸게 보덕암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부지런히 다녀오면  한시간만에 다녀올 수 있을겁니다.

 

 

 

오르막길로 단숨에 날아라  용머리스타일로 ...

 

 

오늘 연화도는  무조건 달리게 만듭니다 .

사실 쉬엄쉬엄 여유부리며  섬을 돌아도  충분한 시간인데  왜 이렇게 헉헉대며 달려야 하는지...

 

 

 

 

 

 

 

 

 

 

 

 

관음성지에서 옆으로 바라 본 보덕암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며  발로 달려 왔더니

20분만에 도착하네요.

 

 

 

 

 

이런곳에서 아직도 음주 가무, 흡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나봅니다.

 

 

 

 

이 곳은 계단식으로  돌계단을 쌓은  언덕으로 남해 '가천다랭이마을'과 흡사합니다.

 

 

 

 

 

 

 

 

이 곳에 가면   극락과 지옥이 공존하는 '화장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관음성지와 보덕암을  둘러 보고 돌아가는  여인들이 있었지만

헉헉대며  하늘과 땅, 언덕위의 돌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마지막 남은 힘까지 아낌없이  다  씁니다

 

비스듬한 언덕 위로 보이는 작은 건물은 이 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화장실이더군요

일찌감치 소변을 봐 두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급하게 달려갔고

  화장실 문을 잽싸게 열고  들어갔더니

변기는 푸세식이라  쪼그리고 앉아  소변을 봐야했는데  무심코  변기

아랫동네를  내려 다  보게 되었고

 그곳에  펼쳐진  

   기막힌    풍경에 놀라 나자빠질뻔 하였습니다.

 

   

  해저밑으로  만난  연화도의  풍경은  꿈에 나타날까봐 무섭습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것은 분명 아름답고 성스러운 풍경이지만  

이곳   푸세식  변기 아래로 내려 다 보이는 허방한 공간은

   이미 바다로   통하고 있지 않나  하고  겁이 덜컥 나더군요.

 

설마하니  화장실과 바다가 연결되어 고스란히 분뇨가 바다로 흘러간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지옥이었답니다.. 세상의  온갖  더러움이  둥둥 떠 다니는  곳

특히 여성용 생리대가 사방팔방으로 널부러져 둥둥 떠 다니고

 물에 흥건하게 젖고도  풀리지 않는 휴지덩이등.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마지막으로 던져진  더러움이  제 각각의 얼굴을 내밀고   가장 추한 모습으로

 그곳에  다 모여 둥둥 떠다니는 풍경을 한번 상상 해 보세요. 

 

언젠가  또 다른   여행자도 연화도의  보덕암을 지나가다 똑같은 경험으로   추접함을  또 보게 되겠지요.

아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갔을겁니다.

다만  말하지 않았을뿐 ...

다음 , 볼일을 다 보셨다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보세요  

  열려진 창문으로  확트인 빼어난 조망의 바다를 볼 수 있을겁니다 

 통영 8경의 하나인 천하절경   '용머리해안을  눈 앞에서  만납니다.

그러니까 이곳  화장실에서라면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랍니다.

 

이때 다시  전화벨이 부지런히  울립니다.

"빨리 안 오나 1시 20분 배로   가자   뭐 볼끼 있노  빨리 내려온나 "

 

 

 

 

 

해수관음보살상

 

 

 

 

 

 

 

 

 

 

 

 

통영 8경의  하나인  ' 용머리바위'   혹은 '네바위 ' 

 

 

 

연화도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이곳,  

용이 바다에서  고개를  내민 형상의 '용머리스타일' 로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형국이라니

가수 싸이씨는 다음 노래   안무는 ' 드레곤스타일'  춤 춰 보는건 어떠실지...

 

 

 

 

 

빨간 나무들은  단풍물이 든 것이   아닌   태풍을 맞아   죽어버린 탓 .

 

 

 

 

 

 

 

 

관음성지로 먼저왔다 가는 그녀들의 멀어지는 뒷모습

우리는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해수관음보살상

 

 

 

 

 

 

 

보덕암

 

"웬 연립주택이 산중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10월의 목련꽃

계절은 분명 가을인데 목련꽃이  피어났습니다

  봄인줄 알고  가지마다 봉오리를 맺은 목련   성질급한 꽃송이는 화들짝 피어나서  계절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서니  더워서 겉옷하나는  결국 벗어야했습니다.

 

 

 

달려라 하니 ...

 

 

휴휴휴  남편이 달려라 하니로  만드는 바람에  보덕암을 둘러 보고 30분만에 또  날아야했습니다.

이게 무슨 여행이냐구요 

  연화도로 마라톤 연습을 온것 같습니다

남편은 낮잠을 즐기려고 온 사람같구요.

 

 

 

 

 

 

연화도에서 우리가 머문 시간은 5시간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바빴는지

연화봉을 돌아서 산행을 하더라도   3시간이면 족하다는데

우리는 완전  엉터리가 아닌가요

그렇지만  좋았답니다.

 

오후 1시 20분을  지나자

이번에는 욕지도에서 출발한 꿈의 배 '욕지 아일랜드 호'가

우리를 태워 가려고 연화도에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