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오빠 , 미안해

이바구아지매 2013. 1. 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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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초승달과 밤배

 

 

 

친정아버지 기일(期日)이라  일찍 나온  달과 별과 함께 초저녁에  친정집으로 

 달려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오빠들의  근황이 궁금하여 성급하게 마당을

가로 질러   죽담 위로 성큼 올라서서  마루에 넘어지듯  엎드린채   손 내밀어

  방문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엄마, 나 왔어.  오빠들도 . 다  오셨네..."

 

이렇게 반가운 첫인사를 건네자

 

"너는 일찍와서 음식준비하는데 돕지도 않고  왜 이제사  와??"

 

앗 교장선생님,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날카롭게 날리는   한마디...

 

도착하자마자 쏘아대는 한마디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주방 귀튱이로 기어들어   웅크리고 앉아 훌쩍거렸다.

 

"아가씨,  울지마세요   동생이라   허물이 없어서 그런걸 ..."

 

하고 다섯쩨 올케언니가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따끈따끈한  물기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라 온다.

 

"괜찮아 나도 오빠한테 늦게 왔다고  너 먼저 한소리 들은걸

퇴근하고 오면  밤이잖아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가 잘못했지

 가까운데 살면서도 늦게 왔으니 ..."

 

"왜 우리가 잘못한거야  뭐가 잘못한거야 !!! 

우리는 친정에 오면 편히 앉아  쉬지도 못하는 곳이야 !!!

 친정에 와서도  죽으라고 일만  하는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걸?

 난 이제부터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겠어 절대로  안한다구  난  친정집 하녀가  아니라구   " 

 

갑자기 찬바람 맞으며 달려와서 댓바람에 반가운 인사는커녕

엉뚱하게 혼이 나니

막무가내로 오기가 생긴다.

 

친정아버지 기일을 잊지 않고 참석하려고 애를 쓰는 막내딸의 노력을 몰라주다니,

  쓸쓸한 기분과  설움에 북받쳐   달래는 올캐들조차 밉고

하나밖에 없는 언니는 언제나  바보같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니 진짜   얄밉다.

동생이 하는 말에  편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언제나  끌려 다니는 저 분명하지 못한 태도.

 

 

 

"우리가 잘못했어 오빠는  오늘 조퇴까지 하고 먼 길을  배 타고  일찍와서

콩나물 발도  자르고 밤도 깎고 그랬다네"

 

언니는 여전히  오빠랑 올케언니의 역성을 든다.

 

"치 그래도 그렇지 오빠랑 올케언니는 제사랑  명절때만 참석하지만 

 우리는 평상시에도   시시콜콜한 일로  늘  불려다니잖아    

 우리집 딸들은  친정에 와서 제대로  한번 쉬어 본적도 없잖아.

명절음식은  물론이거니와 제사음식준비까지  다 거들었잖아 

 우리는 시누도 아니야 이게 어디  시집을 간거냐구?

언니도 지금부턴  친정집  일이라면 거들지마  손 떼라구 "

 

하고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무안해진  올케들 ,

 안방에서 책을 읽고  계신  교장선생님의 뒷통수를 향해  궁시렁궁대며

오빠가   나쁘다고  연신  삐죽거렸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젖혔다.

 

"우리 아가씨 참 날씬하네

 파마도 참 이쁘게 잘 어울리고 , 이 옷은 또 어디서 샀지 넘 잘 어울린다"

 

 다섯째올케,여섯째 올케가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부추기며  난리도 아니었다.

이쯤되자 서러움은  조금  풀렸지만 그렇더라도  내친김에

쓴 맛을 보여줘야겠다  생각하고

 입 꼭 다물고 눈물을 찔끔찔끔 짜고 있는데

 

드디어 나더러 일찍 와서  새언니 돕지 않았다고 첫인사를 쌀쌀맞게 날린

교장선생님의 사모님께서  음식 준비하느라 힘들었다는 엄살로   

건넌방에 가서 누웠다가   이 요란한 막내

시누의 데모에  놀라서 한걸음에   달려 오셨다.

 

"에고 우리아가씨 왜 울어,

또 오빠가 울렸구나 ,아직도 오빤 아가씨가  

결혼도 안한 철부지로 보이나봐

오빠땜에 내가  못살아

아가씨 미안해 오빠를 용서 해 줘요  "

 

하고 어깨를 토닥거려주었다.

이쯤에서 울음도  멈춰야하는데  웬걸  오랜만에 울음보를 터뜨리니

 슬픔은  쉽게 멈춰지지 않는다.

아무말도 않고 슬그머니   일어나 건넌방으로 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으니 온돌방이 따끈따끈해서

그만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 제사 끝났다  자니?... 아까는 오빠가 잘못했어  미안해   .."

 

하고 오빠가 미안하다며 씨익 웃으며 이불을  들춰본다.

 

" 내가 너무 했나???"

 

아버지 기일에 참석은 하였지만   제사에 절조차  하지 않고

잠들어 버렸으니

 아직도  나이값은  못하고  응석만 부린 꼴이 되어 버렸다.

 

 

"더 자 춥다. 

 자고 아침에  가  아이들 키운다고 많이 힘들지..."

 

이번에는 다섯째오빠인  교감선생님께서   

 서러운 마음을 다독거려준다.

 

 

새벽시간,

집에 가려고 마당을  내려서니 북쪽 하늘에서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북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며,북두칠성이 북동쪽의 지평선으로  조금씩

자리이동을 시작하는  .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겨울  별자리를 보며  친정집을 나선다.

 

나 어렸을적  보리밭이었던  집앞의 넓은 공터가  인기척에 나를 알아 보고   

벌떡 일어나서 반갑다고 쎄쎄거린다,

 

 

겨우내  파릇한 보리밭에서 보리밟기 대신에  오빠들이랑  말타기놀이며

  깡통차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오키친정아버지 기일에 참석했다가  돌아 오는 길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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