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코스모스 물결의 '청마풍경 '

이바구아지매 2013. 10. 1. 20:09

 

 

29348

 

청마풍경,  하나

 

 ' 아름다운 유배지 ' 거제도 둔덕골은

 지금  가을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단풍빛  고운 산방산 아랫녘  둔덕골 방하마을 사람들은 올 봄부터   

벼농사 대신  코스모스를  들녘 가득  심었다.

일손이 많이 가는  벼농사 보다  손이 덜 가고 , 누구나 좋아하는  코스모스를  택했다.

     여름이 되자 흰색,분홍색,다홍색으로 하늘거리며   벼대신  피어난  꽃무리가  하도 예뻐

꽃잎 몇장 따다 책갈피 속에  끼워 ' 꽃누름'을 만들어  내 안의 꽃으로 활짝 피워보기도 했었다.

 지난 여름 

 '청마 들꽃축제'

를 다녀 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벼 보다 코스모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방하리 사람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준 덕택에  벼농사를  고집하던 때 보다 

 수입 또한 훨씬  많아졌다고  한다. 

 방하리 사람들은  여름 코스모스를 들어 내고  다시

 가을 코스모스를 심었다.

,  60여일쯤  지나자

이번에는   청마문학제와 더불어 한층 더  풍성해진 모습의 축제로 자리매김 ,

가을을 상징하는  코스모스 꽃물결은 이제 둔덕골 방하리의  완전한 가을의 전설로 어우러졌다..

이렇게  좋은  꽃들의 시간이 궁금해진 시인 청마는  

 영혼으로 날아와서  ' 깃발' 나부끼며

  흐뭇하게  고향의 들녘을   지켜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청마와  '설사당꽃'

 

  청마는  어느 가을   젊은 날에 건축학자인 금당 최규봉과  함께  통영의 발개마을 언저리에서

막걸리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마침 눈 앞에 펼쳐진 코스모스를 보면서  말했다.

"왜 저 예쁜 꽃은 우리 말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걸까?

우리가 하나 붙여주는 게 어떨까? 두 사람은 술을 들이키며 꽃이름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 때 금당이 내 놓은 건, '고추막사'였다

그 의미가 무척 귀엽다

높은 가을 하늘, 그리워하지  않으리 '

지식인 다운 재치가 엿보인다.

그럼 청마는 뭐라고 이름 지었을까?

그는 '설사당꽃' 이라고 부르자 했다.

무슨 뜻일까?

정확히는 알기 어려우나 

"내겐 서러운 사랑패가 상모놀이를 하는 풍경이 그려진다

 패랭패랭 돌아가는 패랭이꽃처럼 

 설사당꽃도 그 꽃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돌아간다 코스모스에서 풍겨나는

애틋한 정한과 가볍고 멋스러운 기색을 오롯이 붙잡는 이름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청마는 이후에 설사당꽃이란 말을 쓴 적이 없고,,

아무도 코스모스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출처, <빈섬>

 

 

 

청마풍경,  둘

 

 

해 질 녘, 

지인이  둔덕골에 가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파란 하늘가로 피어난  코스모스  물결이   

 궁금하지  않느냐고?

'갑작스런 풍경을  만나 애틋한 감성의  가을 소녀로 잠깐 되돌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싶어

당장 따라 나섰다.

 어둡사리 몰려오는 시간  급하게  둔덕골로  달려갔다.

언제부터인가 둔덕골 방하마을이  가까워질  쭘이면  습관처럼

청마기념관 앞에 서 있는  빨강색 ' 청마우체통'이 생각났다.

마을앞 방하교 다리 위에서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나부끼는  시 '깃발' 들이 물결처럼 생각나기도 하고,,

이제부터   드넓은 코스모스 꽃물결을 ,

아니 청마가 지어준 이름의  '설사당꽃'을 기억할 차례다.

 방하교를 건너자 이번에는    

  빨간꽃 포인세티아(크리스마스 꽃)로 꾸며진 두 개의 꽃탑이

 축제를 화려하게 빛내 줄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12월이 가장 예쁜 꽃  포인세티아를 보니

 벌써 겨울로 가는 시간이  느껴진다.

 작년 이맘 때의 방하리는   벼이삭이  찰랑대는  노란물결의  풍경이었다.

인근의   조선소의 근로자들이 입었던  작업복을 얻어  입고  들녘을 지키고 섰던   허수아비와

수시로 날아드는 참새떼를  쫓으려고  매단 금줄, 은줄이 남실대던  

 들녘의 그리운 풍경은 이제 자취를 감추고 

오늘은  온통 코스모스 물결이다.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 청마우체통'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옮긴 사진

 

 

사진출처 '빈섬'

 

 

 

박정애 선생님과   빨강머리 앤

 

 

 

선생님과 ...

 

 

여전히 소녀처럼 맑고 티 없는 앤의 선생님,

 

 

어둡사리 밀려오는   방하리 들녘

 

 

 

가을 코스모스 (살살이꽃 )와 앤

 

 

하늘에서 달려  온 노란 별님도...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

 

아름다운 유배지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아름다운 유배지 , 거제도 둔덕골 방하리

 

 

 

청마풍경,  셋

 

 

차에서 내려  코스모스 핀 들녘을 따라  걷는데  근처의 코스모스 꽃덤불에서

  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좋아라 소리치는 여인들의 모습이

오래된 추억처럼   다가왔다..

    귀에 익은 톡톡 튀는듯한  목소리가 

단박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 보았다.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선생님께서 한바탕  춤을 추고 계신  코스모스 꽃덤불을 향해 소리쳤다.

깜짝놀란 선생님께서 돌아보며

" 아이쿠야 엉뚱한 짓 하다 고마  앤한테 들켰네  "

라시며  얼른 코스모스 덤불을  헤치고

신작로로 올라오셨다.

'  반갑데이 오메  우리 몇년만에 보노

우째 약속도 없었는데 이리 좋은  꽃밭에서  만나네 "

라시며  꼬옥 안아주셨다

.

나와 남편과  딸을 가르치신  오래된 인연의 선생님

 티 없이 맑은 소녀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신

선생님깨서는  나의 학창시절  학교에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선생님으로

둔덕골의 시인  청마를   가르쳐 주신분이다.

우리는  친구처럼  어깨동무 하고 사진도 찍으며

잠깐의 데이트를  즐겼다. 

시월 어느 멋진 날에는    

  서울, 부산, 일산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옛친구들과

   고향의 교정에서 만나  선생님과  

밤을 새워  수다를 떨자고   약속도 하고...

 

"참 이제부턴  선생님으로  안 불러도 상관없다.

우리 같이 늙어 가는데  편하게  그냥 정애야 , 하고  불러라  "

"네  그럴게요 . 정애야, "

"하하하  말도 잘 듣는 참 착한 앤이야   "

그렇게  깔깔대며  웃는동안  

   방아 찧던 방아깨비 한 마리가  어둠 저편으로 포르르  날아가버린다..

 

오래전, 

 선생님과 제자의 시간을  훔쳐간 시간도둑으로부터

  시간을 찾아 주는 신비한  한 소녀 모모에게서  과거의 시간을  되찾은듯    

  코스모스 물결처럼  부끄럼쟁이  열여덟살 소녀로  되돌아가서

다홍으로  하늘거리며 

 '청마풍경'으로  물들어본  흐뭇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