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비와 '오즈의 마법사'와 허수아비의 가을축제 - 삼거동청사초롱마을

이바구아지매 2013. 10. 9. 18:20

 

 

 

 

29354

 

 

 

 

 

며칠 동안 잔뜩 겁을 주던   태풍 '다나스'는 우려와는  달리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난 밤  

부산을 빠져나가  동해에서 소멸되었다고 한다.

2003년 9월, 우리에게 악몽을 내질렀던 

 가을태풍 '매미'처럼 이번에도 큰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

잔뜩  긴장했었는데,

 다행이다.

" 하늘이시여 ,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비내리는  하늘을 향해 꾸벅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오후 3시를 넘긴 시각까지  비는   꾸준하게 내린다. 

이틀하고  반나절을   검질기게 내리는  가을비.

시인 허만하님,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고 하셨다..  

그럼 바람은 수평으로  누워  죽는다.

 라고  시인처럼  흉내 내 본다.

 

 

  이번 가을비는 

  내 작은  몸뚱이와   기억의 창고까지  인민군처럼  들이닥쳐 들쑤신다.

이즈음에서  비의 심술을  근엄하게  혼내주리라. 

''가을비에게 ,

나는 너의 포로가 아님을 세계 만방에 고하노라.

비록 이 땅은  17만 3천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거대한 '수용소군도'가 엄연히 존재했던 곳이지만  

    어디까지나 1953년 7월  27일  까지의 역사였느니...

 

 여전히 수직으로 서서  죽음을 뿌리는  빗속을 가르며  집을 나섰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노란들녘이 

가을풍경을 짓는  마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삼거동 청사초롱마을에서는 요즘 

 풍년이 든  가을을  기뻐하며,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머리 맞대어 농촌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작은 축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축제의 성격은 사라져가는  농경사회의 

 생활방식을   되살려  농촌체험을  통해  잊고 있었던 

가까운 옛날로 되돌아 가 보는  것,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그래서 축제의 이름도 '가을추억 만들기'란다.

 이만하면 삼거동 청사초롱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만든 가을축제  무지 낭만적이지 않는가.

특히 이 축제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마을사람들의 힘으로

열리는 축제여서 순박함이 묻어나는  작은 축제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온갖이야기  속의  허수아비들이 하나뿐인 

 표정으로 태어나  황금들녘을 지키고  서서 

참새도 ,까마귀도 아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재미지게 들려온다.

 가을이  열리자 부지런히 시작한 축제는  9월26일시작하여  

 10월19일까지 끝내기로 하였지만  반응이 좋아 연장하여

10월23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주요체험행사로는 직접 벼를 수확해 보기, 벼말리기, 도정하기,

허수아비만들기, 메뚜기 잡기 등

  이 밖에도 추억을 되살리는  많은  체험거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가서 흠뻑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이제 태풍 '다나스'도 갔다.

  그럼  태풍 맞은 '가을추억만들기' 그 축제의 현장인

   들녘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해진다.

  내 안의 생각주머니도 덩달아 바빠져서

    염려반 호기심 반으로  둥둥둥  북치고 장구치며 

  삼거동  들녘을  향해 발 보다  빠르게  금세  날아갔다.

 

 

 

 

★가을추억만들기 축제장 입구 ,

 

온통 비에 젖은  풍경이지만  볼만하다

 맑은날과는  또다른 분위기,  

신비주의자로 보이는 

  허수아비 친구들

 

 

 

 

 

다리를 건너 가면 벼를 베어 탈곡하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트렉터 마차가 

 .논바닥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삼거4길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명랑한 아이 도로시가  어느 날  집에서 놀고 있는데

 태풍이 불어 집이 통째로  날아  이상한 나라로  가버린 날의 이야기처럼...

여자아이 허수아비는 귀여운 도로시 ...

 

 

 

 

비에 젖어들자 길은 반짝거린다.

' 네 이름운 뭐니?

  혹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고 싶어서 도로시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가는

심장이 없는 나무꾼? 그런거야'

 

 

 

 

★축제의 공간

 삼거마을 노란들녘

 

 

 

 

 

녹색농촌체험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황금 들녘

 

 

 

 

  태풍 다나스의 행패를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해버린, 

  허수아비들이 물웅덩이에 널부러진채다.

이곳에서는 허수아비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얼마나 신이 났을까

태풍 불기  전 말이다.

 

 

 

 

태풍 다나스는  삼거마을의 허수아비들에게  총공격을 퍼부었나 보다.

생각이 없는 허수아비들은  영악하지 못하다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싶은 허수아비들은  도로시를  따라 길을  나섰다

 

 

 

 

논바닥에 널부러진  허수아비들의 악몽

 

 

 

 

 

축제가 채 끝나기도 전  태풍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렸다.

 

 

 

 

 

짚으로 새끼꼬기 체험도 무지 재미있을텐데,

생각이 없는 허수아비들은 자빠져서도 웃는다.

왜냐고?

 허수아비니까.  

 

 

 

 태풍의 공격이 이정도로 그쳐서  차라리 다행이 아닐까?

 

 

 

 

 

날씨가 맑았다면

이엉잇기,짚신삼기, 탈곡하기, 새끼꼬기 허수아비만들기 등

 농촌체험을 제대로 해 보는건데 ...

 

 

 

 

축제를 준비했던 할아버지랑 할머니들은

오늘 댁에서 혹은 마을경로당에서  푹 쉬고 계실까?

어쩌면  태풍땜에 망가진 허수아비들 땜에 속상에서 몸져 누우셨을지도 ?

 

 

 

 

 

노란 수채화 같다.

 탐스럽게 익은 벼도 무거운  고개를 이기지 못해 그만 쓰러졌다.

 

 

 

 삼거마을 사람들의 숫자보다

 허수아비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멀리서 보면  허수아비 아닌  마을 사람들 같다.

비가 와서 논을 돌아보려고 나온  동네사람들처럼...

 

 

 

 

 

 

 

 

 

안녕 빨강머리 앤, 방가방가

 

 

 

 

 

빨강머리 앤,

 용케  태풍을 잘 이겨 냈구나  역시 씩씩한  앤이야...

 

 

 

 

 

 

 

혹시 KFC할아버지 아니세요?

태풍을 이겨내셨군요

풍년농사  지키려고  롱부츠 신으시고  태풍을 막으셨군요  .

축제 대박나시길 빌게요.

 

 

 

 

 

어머나 앞으로 자빠진  허수아비 , 옷값도 못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허수아비론에 빗대는지도 모르겠다.

12.12, 사태와 5.18 민주항쟁 때

허수아비론이 최초로 등장했다는 

  기억이새록새록  떠오른다.

뉴스위크지의 보도에서였다.

최00 대통령 ,전00 대통령  이 시기에

허수아비들단체로  바보소리 많이 들었다.

 

 

 

 

 

 

 

그래도 풍년이다

 

예쁜 각시허수아비도 논두렁에 발라당

완전히 드러눕거나 , 일어서거나  허리가 덜 아플텐데

허수각시 정말  허리 아프겠다.

도로시야, 구해줘.

 

 

 

 

보라허수아비는 쓰러지지 않았다

 태풍도 이겨낸 대한민국 대표  허수엄마,

아줌마의 힘 .

 

 

 

 

 

 

 

 

뭐라고 이름을 달아주면 좋을까?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아니 이렇게 씩씩하게 서 있는데  그렇더라도 사자라고 붙여주자

겁이 많고 소심한 겁쟁이 사자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놀라며 용기가 없어 

 용기를 얻기 위해 도로시와 함께 오즈로 가는 ...

 

 

 

 

 

 

 

 

다행히 이번 태풍은 그다지 큰 피해를 내지 않았다.

 

 

 

평화로운 마을 같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마을의 젊은 아낙네들이 나와서 논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허수아비들이다.

 

 

 

 

 

미운오리 허수아빈가?

 

 

 

 

 

벤추ㅟ에도 비가 내린다.

 

 

 

 

 

이번비로 도랑물이 불어난 모양이다.

 

 

 

 

 

 

 

목이  부러진 색동옷허수아비,

맞아 넌 '토토'라고 불러 줄게

도로시와 함께 강아지, 오즈가 있는 곳을 살짝 알려주기도 하는

참 영리한 '토토' 말이얌. 

 

 

 

 

 

마을주민이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저 높은 교회' 가 있다.

비 내리는 시골, 정말   심심한 동네

 

 

 

 

 

태풍도 이겨낸 너 , ,

하루종일 우뚝 서 있는 멋쟁이 허수아비

 

 

 

 

 

몸매도 날씬하고 키도 훤칠하게 크니 보기좋다.

가만히 보니

 이엉 잇는 법을 알려주는 이엉선생님 같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예쁜 이엉선생님, 

 

 

 

 

 

마을앞  삼거마을경로당,

비가 오니 아무도 나와 보는 사람이 없다.

 

 

 

 

 

 

 

그럼 다시 오즈의 마법사를 이야기 해 볼까?

요 멋진 허수아비는 이름을 무어라 불러줄까?

 음 그래  마법사 '오즈'라 불러줄게 

 장난을 무진장 좋아하고  마음씨 좋은 '오즈'해라 ...

 

 

 

 

삼거동 청사초롱마을에 비가 오면, 

 황금들녘에는 온통 허수아비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그럼  허수아비들에게  재미있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

순수함과 상상력으로 똘똘뭉친 ,

 환상의 나라 오즈에서 펼쳐지는 도로시와 친구들의

 신비한 모험이야기가

 펼쳐지는  작고 예쁜 이야기책 한권 황금들녘에 살짝 놓고 가야지...

 

 

 

거제시 '삼거동청사초롱마을'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