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나는 너를 노래한다, 바다로 섭슬린 갯쑥부쟁이를 ...

이바구아지매 2013. 10. 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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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요일 오후 2시 ,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받아낸 

 앨리스 먼로의 단편 '행복한 그림자의 춤' 을 읽고 있던 중

20m 아래로 터 잡고 있는 바다가 생각 났다.

곧 책을  덮고

날마다 베란다로 내려 다 보며 만나던 고현천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태양은 아침부터 

 기수지역의  작은 바다를  썰물로 천천히  데려가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바다가 없어졌다.

  

   제법 넓은 뻘밭의  갯벌이 펼쳐지자 

 작은 생명들이 꼬물거리며  기어나와

'. 피웅피웅' 삥삥' 뽕뽕' 까무룩 '

제각각

 의성어를  내지르며 넓은 갯벌로  달리느라 야단이 났다.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놀리듯  숨어버리는  조개와,

  소라고동 속을

 헤집고 기어나와  꼼지락거리는 꾀쟁이 바닷게의  몸짓이   

 앙증맞고  신기하여 갯벌 식구들의 움직임을  

한동안 빤히 들여 다 보았다.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살아 

  이런 풍경쯤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바다가 부린  마법 같은 풍경을

  들여 다 보는  동안  

 알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연신 고개 주억거린다.

 

 몇해전 

먼지없는  맑은날이면  투명한  오메가 현상이 나타나서  

  해뜨는  일출이  꿈결같던  거제도 동쪽  바닷가  항구 

 장승포에서 7년동안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번에는 지는 해가 다홍으로  물드는 바다가 예술이라는  

 서쪽마을 고현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다행히 바램처럼  석양이 물드는 바다를  밤낮으로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집애서    

 바다를  마당처럼 들여 놓고 시인처럼  살고 있다.

게다가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의 현상(바닷물의 흐름)으로

 나타나는  바다를 들여 다 보며  동화나라에 사는

아이들처럼  바다가 보여주는  하루를  마음껏  즐긴다.

 

이렇게 전망 좋은  집에서

 9월을 가붓하게  보내고

  10월이  열리자

나의 친구 바다는  뜻밖의 풍경을  또 보여주기 시작했다..

  바다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낭만적인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조금  쓸쓸함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풍경 하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베란다에서 바다를 내려  다 보니 늦은 가을의 꽃,

 갯쑥부쟁이가  파도에  섭슬려 흔들리고  있었다.

가녀린 꽃대가  무너져내린 울타리처럼  바다로 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보이더니  점차 슬픔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무심코  맞닥뜨린 슬픈 풍경 하나가  늦은 가을을  갉아 먹으며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갯쑥부쟁이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슬픔 혹은 처연함으로 다가온다.. 

 

 1m가 넘는 큰  키의 꽃대와 가지 끝에 달린  

작은 꽃들은   바다로 뿌리를 내린채  바람에 몹시 흔들리며 

   보라색 슬픔을 총총 달았다.

11월로 가는  

 바다는  점점 차거워지고,서풍을 타고 오는 파도 또한 본색을 드러내며  거칠어졌다.

  곧   활짝 핀 갯쑥부쟁이에게도     

   스산한 겨울이 덮치겠다.   

   그러면  짠물에 담긴 꽃들이  천천히  스러지는 동안  

 애틋한 모습으로 인해  한동안  몹시 아플 것 같다. 

바닷물에  섭슬린 갯쑥부쟁이의 몸부림

시시각각 달려온 파도가  꽃을 때리면  얼마나 아플까?

밀물로 달려온 파도가  갯쑥부쟁이를  철썩철썩 때리면

  '아아 '

하는 비명소리에

나는 그만 눈을 감고 만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불리었을  수수한 이름의 '갯쑥부쟁이'와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덧  삼년

언젠가 이곳을 떠나 살게 되는 날  

 갯쑥부쟁이는   진한 그리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전  10월의 태풍 다나스가

 꽃을 사정없이   덮쳐 찢이기는 상처를 냈기에  

 올해는  보라색  갯쑥부쟁이를  보지 못할줄 알았는데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습관처럼  베란다에서 내려 다 보면

 물결을 타고  처연하게 흔들리며 피어난  꽃이 

   슬픔을 못이겨 바다 가득  풀어 놓은 것 같다.

 

 

 

바다로  기대어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자연의 섭리가 너무  가혹하다.

 

 

밀물(들물) 의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몹시

 흔들리며 피어난  꽃무리를 보면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갯쑥부쟁이의  숭고함에  마음 찡해온다.

 

계절에  맞춰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날리는 꽃의 일상이  

코끝으로  국화꽃 향기로  느껴진다. 

아니 갯내음도 함께  버무린  갯쑥부쟁이 냄새가  다가온다.

 

어디선가 갯쑥부쟁이가 피었다는 소식  듣고   벌들도  떼지어  날아왔다.

 나비도  너울대며  날아와서 어느 꽃에 앉아볼까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아 앙큼을 뜬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어디선가 기회를 보고 있던  얌체족  '꽃등에'도   날아왔다..

파리과에 속하는 꽃등에는  마법사의 힘을 빌었는지

  벌 같은 날개옷을 입고  벌인척  날아와서 변장한 모습

들키지 않으려고 갯쑥부쟁이의 꽃술에  머리부터  푹 쑤셔 박는다.

이렇게 옴팡지게 속여먹는 재주가 있는  꽃등에의 살아가는 법도  나름 대단하다.

이번에는 또  검고 푸른색 다이아몬드빛깔  날개옷을 입은   

똥파리도 갯쑥부쟁이의 꽃술에 내려 앉는다.

더러운  똥파리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 사람의 배설물이나 개, 고양이의  배설물에  앉았다가 날아왔다면,

얼마나 불결할까?

 정말  싫다.

그렇다면 바닷물에 한번  행구고 몸을 정갈히 한 다음  꽃에 앉을 일이지

그래야 하지 않을까.

 

 .

 

바람과 파도를 이겨내며 활짝 핀 바다의 꽃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으로  

   태풍을 두들겨  맞아 하얗게 말라가면서

   꽃의 향연을 태양 앞에 당당하게  보여준

갯쑥부쟁이의  강인함을  존경한다.

 

이제

  시린 바람이 불어와도 울지 않고 걸어가기

그리고  나는 너를 노래한다.

 

 

    

 

 

갯쑥부쟁이

 

 

 

 

2012년 10월21일의    '갯쑥부쟁이  '

 

 

 

 

 

 

 

 

 

 

 

 

 

 

 

 

갯쑥부쟁이한테서는  국화꽃 향기와 바다냄새가 함께  난다.

.

 

 

 

 

 갯쑥부쟁이를  찾아 온 ' 벌 '

 

 

 

 

 벌인척 위장하고  나타나는   '꽃등에 '

 

 

 

 

 

  '갯쑥부쟁이, '

 

 

 

 

 

 

 

 

 

 

 

 

 

 

 

 

 

밤이 내리는 바다

 

 

 

 

 

 

.

갯쑥부쟁이

 

 

 

 

 

 

 

늦은 가을 날의  '갯쑥부쟁이 '

 

 

 

 

 

 

 

 

바다에서 핀다고 소금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갯쑥부쟁이 '

 

 

 

 

 

 

 

사랑해저기  겨울이 오고 있다.

우리   따끈한 장작불을 피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