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살아 있는 아침 풍경

이바구아지매 2006. 12. 17. 10:45

 일요일 아침을 내집이 아닌 딴곳에서 잠을 깬 곳

그 곳은 얼마 전 시어머니가 사 놓으신 곳이다.

 

참 아담한 아파트... 바깥 풍경이 산도, 강도, 바다도 접하는 그야말로 조망권이

최고다.

 

눈 뜬 아침 커턴이 팔랑이는 사이로  어제 켜 놓은 네온 불빛이 춥게 보이는 날

일요일 아침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느긋함에 게으름을 즐기는 이 시간...

 

울 신랑은 아픈 허리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당직이라고 여느 때와 똑같이 집을 나섰다.

오랫만에 이른아침 풍경을 느끼고 싶어 따라 나섰다.

 

소담이, 가나는 재워두고...

 

 

집을 나서자마자 추위가 내 손에, 발에 어깨에 묻어서 움츠리게 했다.

아주 오래 전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 직장생활을 할 때 느껴 본 그 추위에 떨었던 그 풍경을

다시 느낀다. 입에서 하안 입김이 나와서 겨울의 운치 하나가 더 느껴진다.

 

주차장에 세워 둔 차들도 통 움직이기 싫은 눈치다.

아파트를 나오면 갱물이 넘실대는 이곳 풍경은 참 특이하기도 하다.

작은 갱물가를 쭉 따라 가면 큰 바다가 나오고 그 바다엔 삼성조선소에서 만든 배들이 띄워져 있고

또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은 밤풍경이 더 화려하다.

12월의 밤풍경이라면 가장 어울릴 듯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담배를 피워 문 사람들

신문을 보는 사람들

소변을 보러 가는 사람들

 

터미널 풍경은 여러가지다.

나도 차를 기다린다.

우리 신랑이 먼저 차를 타고 떠났다.

 

나는 이제 혼자가 되어  오랫만에 맞는 아침풍경을 눈여겨 보아 둔다.

내 생활이 달라져서 이런 깨어나서 이른 시간을 느긋하게 눈에 담기가 싶잖다.

 

내가 타려하는 차가 도착했다.

나는 능포로 간다.

3년전부터 나는 그림같은 양지암의 풍경이 있는 동네 주민이 되었다.

나는 집을 살 때 주위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밤에 쫓기듯 집을 계약하고

 

어느 날 이사를 온 때문에 내 집 주위에 경관이나, 교통, 학교, 시장, 집의투자가치

이런것을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왔다.

심지어 지붕은 태풍 매미에 할퀴어 멍이 들어 비가 샜고

 

아주 오래 전 대우조선소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들 때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공간만 있으면 방을 넣어 세를 받아 먹고 산 흔적이 그대로 남아서

첨 이사 온 후 난 내가 탄광촌에 이사를 잘못 왔나 싶었다.

 

지금도 연탄을 쌓는 창고가 있다.

지금도 줄 서서 셋방살이의 애환을 보여 주는 변소가 있다.

 

난 이런 집에서 추억속에 사는 재미를 발견하기로 맘 먹었다.

그리 편하게 생각 안으면 집이 싫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하자사랑하자. 내가 사는 동안 깨소금같은 고소함이 묻어 나는 나의손때로 도배하여

알콩달콩 추억쌓기 놀이를 하자.

 

 

생각을 바꾸자. 이 집이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집에 대한 내 생각은 훗 날 또 차곡차곡 정리하기로 하고

 

내가 탄 차는 아침을 싣고 잘도 달렸다.

 우리집으로...

 

옥포 쯤에 오니 옥포대첩이 있는 바다에서 너무도 환한 해가 붕 떠올랐다.

세상은 환해지고.따사롭고, 기분도 너무나 밝아졌다.

이번엔 대우조선쪽에 가까이 해가 빛을 보내고 있었다.

 

기사아저씨도 더 열심히 운전을 했다.

옆차아저씨게도 손인사를 보내고 해를 보니 다 즐거워져서 몸도 리듬을 탄다.

'

대우조선 서문쪽 공터에선 모닥불을 피워올리고 역시 담배 한개비를 피워 무는 털모자쓴 아저씨도

겨울 아침 풍경의 멋으로 다가 온다.

 

나는 아침에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다들 자고 있는데...

 

이 겨울아침을 난 춥다는 핑계를 대며 늘 이불속에서 오전이 다 가도록 뭉기적거리는

모습이 어제까지의'나'였다.

 

각오, 나는 이른아침이 가져다 주는 작은기쁨을 맛보았다.

열심히 일하는 어깨구부정한 현장사람들...

그들의 작은 힘이 밑받침 되어 저 거대한 배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나는 이불속에서 꿈만 꾸었다.

 

미안하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먼지묻은 아저씨들의 어깨와 엉덩이가 있어

우린 더 따뜻하게 사는 줄도 모르고...

 

우리 신랑님도 겨울만 되면 기침을 수없이 하는데 나도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고마움을 생각하고

따뜻함으로 안아 주어야겠다.

 

어느 겨울 아침에 난 짧은 여행을 했고 항상 고마움으로 살아야 한다는 한 줄기 빛 같은 감동을 받았다.

 

참 기분 좋은 아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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