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둘째 딸이 떠난 날...

이바구아지매 2006. 12. 22. 15:27

 

2006년 12월22일  오후2시 둘째 딸이 집을 떠났다.

 

있을 땐 잘 모르겠더니 배타고 떠난 뒤 왜이리 섭섭한지 모르겠다.

보내놓고 돌아와서 이불밑에서 울었다.

 

18살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한 아이...

최종학력 고2중퇴

 

아직 당당한 이력서가 작성도 되기 전에 독립을 선언했다.

당찬아이인가? 당돌한가?

 

세상은 니맘대로 다 돌아가지만은 않을텐데

고2학년까지 부모손에서 별 어려움없이 포근하게 있다가

칼바람 부는 겨울에 떠난 둘째 딸

 

야망에 찬 당돌한 계집애. 그 애 이름은 캔디소녀 '정소담'

욕심이 상당한 아이다.

 

오늘 올라가서 우선 단과학원을 다니겠단다.

그리고 2월부터 학원종합반에서 한 번 겨루어보겠단다.

 

남들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추억을 쌓아가면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딸들은 첫째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만 끝내고

독학을 해서 대학에  진학을 했다.

 

3년 전만 해도 우리집엔 빚이 2억이 넘게 있어 우리가족의 숨통을 옥죄었다.

큰 애는 이사실을 알고 학교를 자퇴하고 혼자서 조용히 공부 했다.

 

다행히 일루대학은 아니지만 취직 걱정 없는 대학에 진학 해서 공부하고 있다.

 

이젠 공부를 포기해야 할 만큼 생활이  그리 힘들지도  않는데

더 큰 욕심을 낸다

 

다행히 큰애랑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걱정은 덜 되지만 밥 해 먹고 학원다니려면 많이 바쁠텐데

어제 가져 갈 옷이며, 책 그리고 쌀. 김치등을 싸면서

 

다섯개의 방에 아이들이 다 찼던 때의 분주했던 일상을 떠올려보면서

아이들이 하나, 둘 떠나니  영원히 내 곁에 머물지만 않는다는 것을

섭섭함으로 알게 된다.

 

친정집 부모님들은 8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하나, 둘 떠나던 자식들을 위해서

새벽이른 시간에 장독대에 정화수 떠 놓고 자식들  앞날에 아무일없이

하는 일 다 잘 되도록 치성드리던 모습이 머리속에서 송글송글 떠오른다.

 

큰 오빠 월남 갔을 때는 아버지가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술한모금 입에 안 대시고 담배도 끊으신 채

돌아 오는 날까지 간절히 비시던 모습이 하늘에 뜬 달속에  선명하다.

 

 

오냐, 그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과에서 문과로 바꿔서 못한 공부도 뷰담되겠지만 인생은

꼭 정해진대로 간다고 멋진 건 아니야. 네가 생각 했던 포부를 맘껏 펼쳐 보거라.

 

 

아빠랑, 엄마는 널 믿는다.

잘 해 내리라고...

 

인생의 열매는 달고, 쓰고, 힘들고, 괴로운 것들이 모여서 인생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어디 체험하고 부딪쳐 봐. 그리고 소중한 인생 멋지게 살아 보거라.

 

텅 빈 둘째의 방, 빈 방이 두 개나 생겼다.

 

내년에는 셋째 딸이 떠나겠다고 벌써 독립을 선언했다.

그래 아빠랑, 엄마는 해마다 방을 하나씩 비우는구나. 마음도 비우고...

 

이렇게 우리는 이별을 연습한다.

남은 세아이도 시간이 지나면 떠날 아이들이다.

 

데리고 있을 땐 혼도 내고 짜증도 냈는데

이제 가끔씩 들리면 손님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겨울바람 독하게 부는데 마음 다잡고 열심히 살거라.

소담아, 니가 있을 땐 못해 본 말

 

"소담아. 사랑해... 2007년은 너의 멋진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힘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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