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셋째, 넷째. 다섯째랑

이바구아지매 2006. 12. 23. 11:15

 어제 둘째 딸이 떠났다.

 

자고 난 아침이 허전하다.

 

잠탱이 셋째가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늦잠을 즐기다가

 

"귀염아, 일어 나  이것 좀 찧어. 마늘이야."

 

하며 마늘 한뭉치와 절구통을 눈 뜨고 누운 머리맡에 밀쳤다.

 

눈이 퉁퉁부운 모습으로 마늘냄새 풍기며 하기 싫은 모습으로 절구통에 마늘을 찧는다.

 

방학 첫날인 12월24일 넷째녀석 범일이는 깨우지도 않았는데 아침 일찍 일어난다.

분명 어제까지 깨워서 일어났고 고양이 세수하고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던 녀석이

 

오늘은 아침7시에 일어난다.

벌써 청개구리 생활을 즐기려고 하다니...

 

무엇인가를 시키려고 하니 눈치 빠른 녀석이

 

"엄마, 엄마는 컴퓨터하세요. 제가 가나 돌볼게요."

 

눈치가 금덩이다.

 

덕택에 엄마는 너그러워지고 아침밥으로 김치 볶음밥을 맛나게 해 주었다.

 

우리 가나는 재롱을 떨며 귤을 까서 내 입에 넣어 주며

 

"엄마, 맛있어?.또 주께."

 

하며 눈웃음을 흘린다.

 

큰 딸 둘째 딸들도 어릴 때 이런 과정을 거쳤다.

 

 

셋째 딸은 오후에 할머니네로 노루곰탕을 가지러 심부름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방학을 내진 않았지만 오늘, 내일, 모레까지 학교에 안 가니 새끼방학인 셈이다.

 

세탁기가 다 돌았다.

이번에도 셋째에게 시켜야지.

 

이런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

 

내가 팥찌엄마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오해다.

이런저런 살림살이를 가르치는 것인데.

 

 

요즘 엄마들은 일안시키기로 유명하다.

공주, 왕자님으로 키워서 힘든 세상 어떻게 헤쳐 나가랴.

 

그래 난 팥찌엄마 할거다.

우리 친정엄마도 팥찌엄마였다.

 

그런 결과로 힘든세상에  대처해 나가려는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집에 모여 있으면 바쁘고 시간이 후다닥 가버린다.

 

올 겨울방학은 좀 새로운 그 무엇을 배우게 해 주어야지.

 

추워서 밖에 못나가는 시간에 재미 난 독서랑, 영어 공부 그리고 요리도 가르 칠 예정이다.

부산에 스스로 다녀오기, 할머니댁에 가서 며칠보내기등  겨울 방학을 좀 더 보람있게 보내기에

 

작은 계획을 세워 본다.

또 한가지 운동하기와 도서관에 가기...

 

셋째, 넷째, 다섯째가 올 겨울이 지나면 마음의 키가 부쩍 자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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