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악몽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악몽이었다
2007년 설을 지난 뒷날까지 참 평안하게 지냈다 설에 마련한 많은 음식덕에
시간이 남아 돌아 범일이, 가나를 데리고 홈플러스 놀이터에 놀러 갔었다
잘 놀고 우리집은 버스를 타고 돌아와도 1시간30분은 걸리는 거리여서
홈플러스에서 화장실 갔다가 오줌 누고 손씻고 아이들까지 확실하게 먼거리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밖에 나서니 이미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우릴 내려다 보았다
밤은 아직 을씨년스런 바람을 뼛속까지 후볏고 갈 길 먼 우리가족은 도착할 때까지가 걱정스러웠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 세번의 신호를 받아 건너는 사이에 찬바람이 들어서일까?
아랫배가 실실 기분나쁘게 아파오는 게 아닌가?
"범일아, 엄마 배가 아프네 어쩌지?"
"혹시 엄마도 '장염' 아닌가 아빠처럼?"
"엄마, 장염이면 안되지?"
가나도 얌체같은 입에서 한마디 뱉았다
"엄마, 화장실에서 똥 누웠어요?"
범일이가 요즘 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리는 뮤지컬의 광고를 보고
놀리듯 하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똥이 나오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도로변 시커먼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택시를 기다려도 오지않아 빠른 걸음으로
시내버스를 타려고 걸음을 재촉했다
"배가 자꾸 아파오는데... 범일아, 엄마가 혹 맹장염이라도 되면 네가 가나를 잘 데리고 다녀
누나한테 전화도 하고"
"엄마 그렇게 많이 아파요? 병원으로 갈까요?"
"그냥 가는데까지 가 보자"
뛰다가걷다가 하여선 시내버스앞에 오니 '능포'행 버스가 곧 출발하려 하잖는가
"얼른 타자 "
참 다행하게도 남학생이 자리를 양보하는 바람에 고맙다며 가나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홈플러스에 산 시장거리 가방두개까지 내 자리앞에는 참 복잡했다
차는 막 출발했다 이렇게 가면 40분이면 도착할테지 참아야지...
범일이는 머슴애가 시내버스를 타도 멀미를 하는데 자리조차없으니 여간 불편한가
우리차가 없으니 할 수 있나? 그리운 여러대의 우리차들...
아쉬우면 생각난다
차는 잘도 달렸다 그런데 앉자마자 내 엉덩이는 영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에궁~~~엉덩이가 영 모독잔네 '배도 많이 아프고 뱃속에서는 끄르르꾸르르 하는 소리도 나기 시작고
갑자기 설사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요자리에서 어른이 옷에 똥을 싸면 우찌될까?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가나랑범일이는 또 우짤까? 범일이는 멀미도 하는데
가나는 잠까지 들고 짐은 또 어떻게 ...
느낌에 내 표정은 이미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복잡한 차속의사람들은 나의 이런 심각한 사정을 어이알꼬?
"엄마, 나 멀미나려고 해?"
"응 이구석으로 들어 와"
범일이를 내 옆 창가에 세우는데도 엉덩이를 들 수가 없었디
엉덩이를 들면 차르르하고 설사가 꼭 쏟을 것만 같은 상태로 40분거리를 갈 엄청난 어려움이 내 앞에
숙제로 남았네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것 보다도 더 어려운 일 아닌가?
차는 곳곳의 정류장엘 다 쉬고 용케 잘 참아서 20여뷴분오니 세상이 혼돈속으로 뱅긍뱅글 도는 느낌
아이는 목숨의 끈이라고 생각하고 꼭 안고 있었지만 이미 나는 거의 환청을 보는 기분으로
이상한 세상으로 떠돌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정신을 놓으면 안 되는 것은 엉덩이의 힘주기
'아 세상에 누가 이런 특허는 내지 않나 설사가 나려면 엉덩이 똥꼬에 무슨 장치를 해서 원하는 곳까지
가는 도중에는 똥난리가 안나게...
아 이건 죽음인가? 지옥인가?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똥구멍은 얼얼하고 더 이상 참으면 죽을 것 같은데 차안에서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기까지 하다니
다들 돈 사람으로 내가 착각했다
똥, 설사 이딴것들은 왜 지저구리가 아니게 함부로 나오려고 하는걸까?
하늘에 눈섭달도 별도 올라갔다 내려왔다 마구 널을 띄고 ...
다행히 옥포까지 왔으니 20분만 더 가면 똥을 시원하게 싸버릴 수가 있는데
앞으로 20분의 지옥을 어찌 참나
"하느님, 조상님. 천지신명님들... 제가 차에서 똥누는 돌발사고를 안 나게 도와주세요
앞으론 교회도 나가고 절에도 가고 제사도 잘 모실게요 제발..."
이리 온 맘을 모아 기도를 드리다가 차가 빙글빙글 돌면서 가는 느낌이라 잽사게 고개 들어 보니
'아니 이 차는 옥포시내를?'
"아뿔사 또 옥포시내를 돌면 10분 더 걸리는 시간?"
나도 몰래 튀어나온 말이다 어쩌랴 에라 모르겠다
이젠 똥이 나오면 싸버리지뭐 그리고 모자라는 사람처럼 행동하는거야 아니면 미친여자 행동을 할까?
답이 안 나왔다 엉덩이를 자리에서 상짝 들어 보니 엉덩이가 멍했다
아니 나도 몰래 옷에 싼 것 아닌가? 아니네 갑자기 똥구멍이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아직 싼 것 같지는 않고 좀 더 힘을 주자 이리하여 또 몇 분을 버티었네
옥포를 지나고 아주대우조선소앞에 오니 조선소 불빛들이 커다랗게 밤축제를 하는 모습으로 불 밝히고
일하는 조선소 그 불빛이 내 눈에 똥덩어리로 비쳤다
그 밝던 불들은 커다란 똥덩어리들이 되어 곳곳에 뱅글뱅글 돌았다
나의 눈이 헛것을 보는지 착시현상인지
"앗 똥이다 저 똥덩어리좀 봐?"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어디에 똥이 있다고 그래요? 혹 애기가 똥 쌌어요?"
"아이아니에요 제가 잘못 봤어요"
어떨결에 내 뱉은 말 그리곤 나도 모르게 울었다
누가 나더러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똥을 누고 싶어요"
라고 말했으리라
대우조선소의 빨갛고 화려한 불빛은 다 똥덩어리로 보인 내게 세상이 다 미워지기까지 하고
운전기사 아저씨는 내 마음도 모르고 갈 수록 거북이 운전을 하고
내가 옷에 똥을 싸면 내 옷에 싸서 누가 뭐라고는 않겠지만 악취땜에 내가 쫓겨나겠지
아이둘에다 짐까지 있는데
똥을 안 누게 하는 마법의 주문을 걸어 보아도 마법이 잘 걸리지 않고
"엄마, 나 토할 것 같아?"
아들녀석은 엄마가 똥도 못가누는 줄도 모르고 또 도움을 청하고
이젠 죽음이다 그래 엉덩이힘도 한계고 한정거장 더 가면 싸버리고 게기는거야
어쩔거야 체면이고 나발이고 어딨어 대통령이면 이 상황에 어쩌고 배우면 어쩔거야
제아무리 현명하다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차는 내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달리기만 했다 야속하게 내가 만약 버스회사 사장이면 차내에도 이동화
장실을 설치할거야 당연하지 배탈나는 사람 갑자기 망신 당하면 어쩔거야
창가로 바람이 드나드니 그래도 좀 살 것 같았다
다행히 능포동사무소앞에 내렸고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차르르 한 줄기 수돗물처럼 쏴 내렸다
내 기분은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이 기억 오래오래 간직할게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짧은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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