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배추 시집 가던 날

이바구아지매 2007. 11. 29. 01:42

 밭에서 진잎파리 훌훌 털어버리고 배추가 길을 나섰다.

듣도보도 못한 곳으로  시집을 간다.

배추같은  열여섯살에...

 배 보다 단맛나는 무도 배추따라 가기로 했다.

춘향아씨가는길에 내가 빠지면 어이하냐 나는 향단무...

 배추야, 넌 예뻐서 좋겠다. 시집가는구나 그래 가서 잘 살아

나는 이 감낭개에서 먼 길 돌아가는 너  잘 가라고 배웅할게

넌 잘 살거야  난 여러날 더 여기에 매달려 있다가 된장녀가 되면

너네집에 놀러갈지도 몰라.

 바람 불어 좋은 날 ...매주들이 섭섭해하며 시집가는 배추들에게

손 흔들어 주었다.

 오래감나무...주황으로 물든 감 다 내어 주고 잎새 떨구고

먼 산 바라보며 배추를 배웅하고...

 전봇대도 함께서서 배추 가는 길에 손 흔들어주고...

 수월수월 도리깨질로  콩깍지 날려 보내고 해바라기 하던 콩들도

데굴데굴 구르며 배추 시집 가는 걸 아쉬워하고...

 햐, 고 배추각시 참  참하다. 병 한 번 안 하고 송정골 밭고랑에서

가을 햇살 받아 곱게 자라 몽룡서방님따라 시집을 간다.

춘향배추.내일이면 연지, 곤지 찍고  칠보화관 족두리 쓰고

향촛대로 불밝히리...

 춘향배추 가 바를 화장품 순 국산 으로 무공해 자연산...김말연표 고추,외포바다멸치젓국,장승포바다 갈치,파송송 양파송송,새우젓도 함께...김말연표 참깨까지...

비비고 섞고 골고루 무쳐서 만든 춘향배추 화장품...어떠세요? 천연의 고소함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나요???

다이어트식품으로도 그만이라니  김치 사서 드시지 말고 정성다해서 만들어

보자구요. 에고 힘들어 내일은 춘향배추 곱게 단장하여 몽룡서방님 만나는 날...

근데 춘향 배추 시집 가는 날 왜 내가 이렇게 힘들지???

내가 코딘가?

하여튼 나 무지 힘들어 시집은 어먼 춘향배추가 가고 난 온 종일 뛰어 다녔네

요샌 길이 좋아 우리춘향배추  가마도 안 타서 가마 멀미도 안 하고...

춘향배추 시집 보내기 정말 힘들다.

내일은 연지,곤지,찍고 칠보화관 쓰고  춘향배추 시집 가는  날

밤 늦도록 춘향배추 잠을 설치고

 

"야 춘향배추, 잠을 잘 자야 화장이 잘 먹어 푹 자

맛사지좀 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