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점순이네 봄이 오면

이바구아지매 2008. 2. 20. 11:36

  "메에엠 메에헤엠  엄마 , 봄이 오나봐요"

하고 새끼 염순이가  엄마 찌찌에 머리를 툭툭 쳐 봅니다.

 

"꼬꼬댁 꼬꼬 꼬꼬댁 꼬꼬"

밖에는 봄인가 보다 우리 주인님은 왜 우릴 이렇게

우리에 가두기만 하실까? 저 넓은 논바닥으로 나가고 싶어"

 

"저 넓은  논바닥에 나가서 모이도 쪼아 먹고 퍼드득

하며 날고도 싶고 염순이랑 놀고도 싶은데 난 왜 이모양일까?

감옥으로부터 사색은 필요없는데 나에게도 자유가 필요 해

온 세상에 퍼드득거리며  날다가 쫑쫑거리며 달려 가고픈데...

 

코코코  난 참 불쌍해 우리집 점순이는 뭐하는거야

지난번 몽이네집 장닭한테 닭싸움에서 졌다고 이렇게 튼튼한 우리에

가두고 꼬꼬꼬 나도 염순이처럼 저 넓은 들판으로 마구 달려

가고 싶다구 "

 

"메에엠 음매 음매, 불쌍하다 저 닭들도 우리처럼 들판에

나오면 좋을텐데 그렇지 엄마"

 

"ㅎㅎ 엄마, 나 봄이 되면 저 나무다리도 건너 갈 수 있을까?

나무다리 건너가서 닭순이도 만나볼래..."

 

"그래 닭순이네도 봄이 오면 개나리꽃 울타리로 나가서

봄을 맞으면 좋겠지 같이 어울려서 놀면 얼마나 좋을까?"

 

"닭순이가 아까도 많이 울었어요. 엄마, 이제 겨울이 얼추

 갔나 봐요. 양지쪽이 따뜻하죠?  저쪽 뚝방에도 버들강아지

물이 잔뜩 올랐어요. 봄이 되면 닭순이랑 저쪽 뚝방에 놀러가고픈데..."

 

"ㅋㅋ 예쁜 내새끼들 이리 와 멀리로 가면 안 돼  너희들도 잘못하여

미움 받으면 점순이가 모가지 비틀어 다듬박게 말뚝에 매여버리고

집안 거름밭에서 못 나와 알았지 말 잘 들어 멀리로 달아나지 말고

참 너희들은 뿔을 조심해야 해 너희들 머리에 난 뿔에 노끈이 칭칭감기면 그 땐 죽어 알겠니? 세상은 보기보다 위험한 곳도 많아

작년에 영헤네 염소도 나뭇가지랑 뿔에 끈이 감겨 죽었어 조심해 알았지"

 "알았어요  엄마, 조심할게요. ㅎㅎ 엄마 찌찌 넘 맛있어  난 엄마가

 젤 좋아 "

"막내야, 너도 멀리 가지 말고 항상 엄마곁에 있어야 안전해

알겠지 마음대로 밭에 가서 농약 친 배추를 뜯어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 꼭 점순이가 주는 배추만 먹어야 한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닭순이랑 염순이네  식구들이  너른 들판을 마구 쏘다닐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 슬  (0) 2008.02.22
어머니의 손  (0) 2008.02.20
칵테일사랑  (0) 2008.02.20
미래의 우리집  (0) 2008.02.20
달아 높이곰 돋으사  (0) 2008.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