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어머니의 손

이바구아지매 2008. 2. 20. 11:37

 

시골에는  방구들장도 봄 맞이 청소를 한다네요.

일년에 한번씩 ~73세 되신  어머니가 황토방구들

 고래구녕(고래구멍) 후비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시고~

 

 

뻥뻥 뚫린 저 구멍이 무엇이냐구요?

바로 부뚜막 조금 위로 아궁이에 불을 때면 불이 구들을 타고

들어가서 따뜻해지는데 바로 방의 구들장입구에 저렇게 구멍을 뚫어 놓고

저 구멍속으로 일년에 한번씩 요맘 때 긴 대잎솔과 나무 당그래(고무래)

로 깊숙한 골속으로 후벼서 청소를 해 준다는 구들장 대청소날

 먼저 댓잎솔로 고래구녕 깊숙히 후빕니다.

일년묵은 그으름을 제거하면 방도 따뜻해지며  고래구녕으로 불도 솔솔 잘 들어가서 연기가 덜 나며 부엌곳곳에 그으름도 덜 끼인답니다.

 

 

 

황토를 반죽하여  찰지게 뭉쳐 놓았습니다.

 

대솔과 고무래 ...긴 고래구녕을 후비는데 쓰이는 도구

 

이번엔 굴뚝도 청소를 합니다.

 

굴뚝에서도 입구에서부터 청소를 해 주어서 환기가 잘 되어야 연기가 잘 빠져 나간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작은 일에도 많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굴뚝 안의 모습입니다.

이 속에도 그으름이 가득차면 연기가 잘 빠져 나가지 않아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 불이 바깥으로 다 새어나와서 도시에서 시집 온 며느리들 눈물을 쏘옥 빼기도 했던 시골부엌

 

굴뚝 속 그으름을 깨끗하게  털어 내고  입구를 막아둡니다.

 

파란색 지붕위에 시커멓게 그을린 굴뚝이 바람을

타고 잘도 돌아갑니다.

 

부뚜막에 모여 앉은 친구들은 오그러진 양푼(이런것도 유용하게 허드렛일에 쓰이니 버리면 안되지요)

왼쪽의 납작한 칼모양은 헤라 가운데 붓  그리고 호미가 함께 일을  

 돕습니다.

 

 

고래구녕을 깨끗하게 그으름 청소를 끝내고 입구를 잘 봉합니다.

고무다라이에 잘 반죽해 두었던 황토덩이를 곱게 잘 펴 바릅니다.

한 구멍에 한 덩이씩

 

청소를 자주 해 주지 않으면 전구다마(그으름을 뒤집어 쓴 전구)도

이렇게 된다구요.

하얀 회벽도 검은 색이 되어버렸습니다.

 

네 개의  방구들로 통하는 고래구녕 입구를 이젠 다 봉합니다.

 

구멍 한 부분을 크게 찍어 보았습니다.

가운데 허여스럼한 저것이 내년에 떼어 내고  다시 청소 할 입구의 문입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우리의 조상들의 지혜가 정말 훌륭합니다.

우리나라의 구들은 천년을 이어져 내려 왔다니 대단합니다

 

다시 한 번 고래구멍을 막는 입구를 크게 확대하여 찍어봅니다.

 

작업이 끝났습니다.  

"에미야, 난 손모델로 한 번 찍어봐라

얼굴이사 못생겨서 부끄럽고 손만 콕 찍어봐라 요새는

손모델이라쿠는 것도  있더마는..."

 

 

손모델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입니다.

비록 손톱사이에 시커먼 그으름이 끼이고 손가락 마디마디며 지문조차도

닳아없어진지 오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손입니다.

17살에 시집오셔서  부모와 남편, 시동생, 내 자식들  보살피고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보내신  희망의 손입니다.

 어머니의  마술같은 손,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 내셨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그 손 ...어머니, 당신의 손을 사랑합니다. 

 

숯검뎅이가 되어 깨끗하게 씻어 보지만 잘 씻기지 않습니다.

저 검뎅이들은 다 씻겨 나가려면  아무일도 않고 사나흘  구라분 바르고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앗 정성으로 씻으니 좀더 깨끗해졌습니다.

금반지가 빛나는 시간입니다.

 

무쇠솥에  한솥가득 물 붓고 불때면 방이 자글자글 끓어오릅니다.

황토 온돌방이지요. 동네 아지매들이 하나,둘씩 찜질하러 올것입니다.

아직은 아름답고 훈훈한 정이 넘쳐나는 산골마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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