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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내려 앉은 장승포항
겨울꽃이 피어나서 고운 섬 하나가 심해 깊은 바다에 둥둥 떠 다니고 있었다.
태고의 흙바람 냄새가 풍기는 곳, 원시림의 숲에서 붉게 피어나서 독야청청하다가 그만 툭툭 떨어져 누우면
그 꼴을 보려고 환장하여 달려가는 여행자들과 시인들도 적지 않다.
몸서리치게 을씨년스럽게 불어대는 겨울 바람을 정면으로 부딫치며 달려 가는 곳 ...
지심도의 동백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
마음이 먼저 가는 섬,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그 곳에 가면 그냥 눌러 앉고 싶어지는 섬
그 섬의 동백꽃이 생각나서 뱃길로 출렁대며 지심도로 찾아 들었다.
팔색조가 깃든다는 그 섬에 멀리 대전에서 왔다는, TV의 인기프로인"강호동과 1박2일" 팀의 소개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이 섬을 찾아들어 사랑을 이루었다는 어느 작가의 소설을 읽고 왔는지, 하여튼 대전에서 왔다는 한가족과 큰 배를 다섯 사람만 헐렁하게 타고 바닷길을 파도에 휩쓸려 기우뚱거리며 지심도로 가는 기분은 참으로 머쓱하였다.
무성한 원시림에는 햇살이 깊숙히 스며 들지 못하여 동백꽃이 벙글지 못하고 시골색시같이 수줍은 모습을 하고 있다.
장승포 신부동에서 지심도행 배를 이렇게 쉽게 타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지심도로 가는 배를 타려면 행운도 따라야 한다. 바닷바람이 유별나게 쎈 이 곳에는 파랑주위보가
종종 내리는 지역이라 겨울에 지심도로 가 보는 일은 쉽지 않다. 1월의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바람한 점 없고, 따사로운 봄날같은 겨울날씨를 기분좋게 피부로 느끼며
20여분 배를 타고 달려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웬걸 후두룩 후두룩 떨어져 누워 심장이 다 벌렁거릴줄로
알았던, 떨어져 누운 동백꽃과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백꽃 땜에 전쟁같은 피빛의 지심도를 그리며 달려왔는데
그냥 말끔한 시멘트길이 우리를 맞는다.
너무 이른 방문이다. 떨어져 누운 동백꽃을 보려면 봄이 완연한 3, 4월경에 가라고 어느 기자가 말렸는데...
섬의 초입, 동백터널
동백숲길...이 곳에 붉디붉은 동백꽃이 떨어져 누우면 그 풍경을 목도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숨이 막혀버릴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하는 길이다.
울창한 동백나무가 꽃잎을 툭툭 떨구어 지나가던 누군가의 머리에도 어깨에도 동백꽃비가 내리면
전쟁터에서 총탄에 맞아 피를 토하며 쓰러져 눕는 젊은 학도병의 낭자한 선혈같다고 표현한
어느 시인의 시에 공감하게 되는 동백꽃터널
지심도의 작은 숲속학교
폐교가 되어버린 작은 학교 ...파도소리를 닮은 섬아이들은 이미 떠나버리고
섬을 지키는 텅빈 숲속의 작은 학교 , 13가구가 민박집을 하고 살지만 숲속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다.
폐교가 된 교실 안 풍경
선생님과 아이들이 바닷가로 나가서 자멱질하다가 곧장 돌아 올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모든 것은 현재진행형으로 멈추었다.
커턴도, 형광등도 모두 그대로 ...
쾌종시계가 연신 뻐꾸기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빨리 오라고 똑딱이는 듯
일본군 욱일기 게양대
지심도는 지금까지도 일본제국의 야욕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다.
조선 헌종 45년에 지심도에 15가구가 이주하여 살았다고 문헌에 전한다.
일본은 1936년 섬주민들을 강제이주 시키고 이 곳에다 요새를 만들어 1개의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 하였으며 포진지와 탄약고를 설치하였고 이 곳에 일본군 욱일기를 게양하기도 하였다.
일본군이 동북아 전쟁을 위해 전략적 요새로 이용한 곳이다.
팔색조가 깃들어 있다는 섬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하여 신비스러운 태고의 빛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섬으로 종종 소개되는
지심도...
누가 그린 그림일까?그림속에서 동백꽃이 붉은 카펫으로 깔렸다.
동백꽃이 땅으로 흘러 내리면 길은 빨갛게 꽃물을 들인다.
배를 타고 건너가서 꽃길을 사알짝 걸으며 발도장을 찍어봐도 좋으리라...
하룻밤쯤은 해조음을 들으며 잠들어 보는 여유도 부려 보고
1박2일 코스로 지심도를 선택하면 낭만적인 겨울여행으로 으뜸이 될것이다.
밤이 주는 또 다른 매력으로는 섬에서 잠들지 못하고 푸석거리는 새소리를 듣는 것도 좋겠고
동백나무,후박나무,팔손이가 떨리는 숲의 숨소리도 들을만하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손 잡고
이 섬에 와서 사랑을 맹세하면 그 사랑은 꼭 이루어진다고 하였으니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그 섬에 가서 느껴 보는 것은 또 얼마나 달콤할지...
거제도 동쪽 끝 지심도를 다녀와서.(20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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