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과연 꽃의 계절이다...거제시 연초면 명동리 명하마을에서
명하마을에도 육지에서 대금산을 찾아 온 산님들을 태워 온 차들이 보인다.
벚꽃의 자태에 반하여 연신 사진을 찍고 ...
우리 부부는 명동리 올레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이웃마을 이목리로...
무심코 지나치다가 되돌아 와서 다시 가 본 연초댐
울타리 너머 산허리를 바라보며 도란거리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귀 기울여 보니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향수를 못이겨 찾아왔다
이 곳은 거제시 연초면 이목리 수몰지구 ...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도 이 곳을 고향으로 둔 친구들이 많은데...
연초댐이 들어서자 친구들은 이재민(?)이 되어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갔다 뿔뿔이 흩어져서...
영세불망망향비
영원히고향을 잊지 말자...
망향비를 바라보니 기분이 울컥해진다
고향을 잃어버린 친구들은
가끔씩 만나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서 보니 그 이유를 알것같다.
타의로 고향을 물속에 빼앗긴 친구들 ..
이목리가 댐으로 확정되자 이곳에 살았던 친구들은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먼곳으로 떠나갔다.
지금은 또 다른 곳에서 터 잡고 잘 살고 있겠지...
병락,말숙,기홍,상도,춘자(상도랑 쌍둥이형제),기철,정숙,효남,중묵...
망향(望鄕)비를 가만히 들여 다 보면 처연한 느낌이 든다.
사라진 고향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떠나 간 모두가 이 곳을 영원토록 잊지 말자고 당부하는 내용이라 코끝이 찡해진다.
학교도,마을도 고스란히 물속으로 사라진 이목리
윤씨,옥씨,김씨,조씨,이씨. 박씨,배씨등이 오순도순 모여 살았던 마을이라네
찰랑찰랑 물소리만 내던 연초댐
앤은 이곳에서
떠나간 친구들의 이름과 모습을 떠 올려 본다.
실향민이 되어 떠나던 그 때 그 기분은 어떠했을까? 천재지변이 일어난것도 아니었는데
정든 곳을 떠나간 순박한 농부인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아들,딸들이 슬퍼하며 떠나갔을~~
이런, 엉뚱하게도 저항시인 윤동주의 시 하나가 퍼뜩 떠오른다
그가 스무살시절에 남겼다는 시
별 헤는 밤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프랑시스 잠',‘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빗자루
윤동주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 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 하나 나 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드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이목리에 살았던 내 친구들의 유년도 시 속의 풍경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하며 칼금긋기하던 이야기며,벽장속에
감추어둔 엉덩이를 맞아도 하나도 아프지 않던 빗자루이야기며...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이북 5도민들이 임진각에 가서 망향비를 보며
두고 온 고향을 그린다는 소식을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방송으로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풍경은 남의 일 같더니
가만 들여 다 보니 내 친구들의 이야기네
광개토대왕비만 역사적인 가치가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것이다
내 친구들이 살다 떠나 간 이 곳 망향비도 세월 가면 역사가 될것이라네
이 비에 이렇게 절절하게 글새긴이는 문동사람 윤병오라는 분
누구실까? 잘 모르겠는데...
궁금하면 못 참는 앤 검색시작
윤병오 ... 비문작성 마지막 세대, 유려한 필체의 한학전문가
윤씨는 비문 외에도 가훈과 고시조 병풍 등 1,000여점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은 윤씨가 쓴 독립선언서.(새거제 신문...옮긴 글)
그런 느낌으로 보아서 그런지
모든것이 애틋한 기분이 들더라.
이 댐 물은 주로 대우조선소쪽 공업용수로 쓰인다
연초댐은 1977년 12월에 착공하여
1979년 12월에 완공되었다고 적혀 있다
혹시 고향이야기 하다가 기억이 가물하면 이 사진 보고 확인해도 좋겠다.
천방지축으로 까불댄 친구들의 소리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 많은 세월의 시간이 콕콕 쪼아 먹어 버렸는지.
연초정수장
문암길
문암마을 ...이곳에는 친구 혜영이가 살았지?
이제 다공으로 간다
버스를 타려고...
참 감낭골에 살았던 친구 순옥이는 다행히 수몰지구에 고향을 뺏기지 않았다
덕분에 가끔씩 친정나들이도 한다고..
지난번 인순이 아들 결혼식 때 왔다가 친정집에 들렸다 가겠다며 함박웃음 날리더라.
참 이목초등학교는 1979년 10월에 학교 문을 닫았다
그 당시 윤병한 교장선생님이 재직하셨고 ...
이목초등학교는 연초면 송정리로 옮겨 가서 송정초등학교가 되었고...
이목리가 고향인 친구들에게 고향의 봄소식도 함께 전하며,
작은 풍경들을 담아 선물로 보낸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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