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매미 껍데기를 주렁주렁 매단 은행나무

이바구아지매 2011. 7. 3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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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나무밑에서...

 

 

정오의 햇살은 세상 모든것을 태울기세였지만,   나무그늘 아래서 만나는  바람맛은 어찌나 상큼한지

더위에 지친 오장육부마저  다 시원하다고 각기 기분좋은 느낌을 바깥으로 쏟아 냅니다.

'아 참 시원합니다 ' 하고

혼잣말을  날리고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런 염천할 더위에 상쾌함을 아낌없이  주는  고마운

나무의 키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 해 봅니다

몸통은 또 얼마나 굵은지 , 품은 또 얼마나 넓은지

나무의 나이는 또 몇살이나 되었는지  숫자로 확인하기 

 좋아하는 위대한 한국인의 시각으로  가늠 해 봅니다. 

그렇게 나무의 키를 따라 올라가다 그녀의 눈에 확  딸려

들어 온  신기한 풍경하나 함께 구경 해 보실까요?

저기저기 한마리,두마리,세마리,네마리,다섯마리...보이시죠?

 

 

 

더 가까이로  발소리 죽이며 느린 걸음으로 따라 가 보겠습니다.

숨소리조차 죽이니  미동도 않는 고요속으로 스며듭니다.

아주 엷은 색의 곤충들이 나무에 딱 올라 붙어 있는 풍경이 더위를  잊게 해 주는 시간 

 미처  나무를 닮은 보호색의 옷으로 갈아 입지도  못한 채 가냘픈 몸짓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차마하니 나무를 붙잡지도 못하는 긴박한 순간입니다 .

작은 미동에도 그만 눈치채고 낮은  발자국소리조차 감지하면 놀라서

 그만 포르르 날아가버릴거란 생각에 손에 에 땀이 나고 오금이 다 저립니다.

 

 

 

가까이 좀 더 가까이로  카메라를  줌으로 당겨가며...

곤충의 뒤를 밟아가는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치 파브르가 된 느낌입니다 .

 

 

온 세상에 가득한 매미소리가 하나도 귀에 들리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몰입 해 본 기억 살아 가는 동안 과연 몇번이나 경험했을지...

분명 지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간간히 파란 바람을 불려줍니다

나무의 몸통에 따개비처럼 올라 붙어 있는 곤충들과 그를 지켜보고 선

그녀와  더위를 느끼는 세상의 모두를 위하여

나무는 초록의 바람으로  한복의 고운 선의 맵시를  따라가듯 남실남실 불어줍니다.

기회를 보다가 기어코 용기 내  살금살금  다가가서 두마리를 덥쳐 얼른 땅으로 끌어 내렸습니다.

 

 

얘네들입니다 .

미이라가 되어버린  불쌍한  껍질인지?  안이 텅텅 비어버린듯한...

얘네들의 이름을 아직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

다리가 여섯개이며  하위부분은 누에의 번데기를 닮았습니다

매미였을까요?

아마 그랬을겁니다.

이제 매미라고 부르겠습니다.

 매미는 죽을때까지도  나무위에서 절대로 내려 오지 않는다고  파브르는 곤충기에서 말하고 있었죠.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에 올라붙어 다 자란 뒤  성충이 되어  껍질속을  

 박차고 날아간듯   등짝에는 막  바스러질듯 구멍이 나 있습니다.

날아간 매미는 보름동안 쉬지 않고 노래하다 찬란하게 쓰러지겠죠?

 

신기한  목격은 곧장 작은 슬픔이 되기도 합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않고 순응하는 곤충의 마지막 가는 길에 부르는 찬란한 고통의  노래를 들으며

나무에 매달린  매미들이(?) 벗어 놓은 껍데기를 본 날 ..

7월  마지막 날의  반나절은 그렇게 흘러 보내고 있었네요.

  

 

2011/7/31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546번지  기성관  앞뜰에서 ...빨강머리 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