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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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철 스웨덴 주재 한국대사관 참사관·소설가
그러던 어느 날, 또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자다 깨어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사가 익숙했다. '다 같이 빙글빙글 강강수월래~' 희미하지만 분명한 그 가사는 싸이의 '챔피언'이었다. 반가움에 집에 있던 K팝 안내 소책자를 들고 나이트클럽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침 음악이 잠시 멈춘 순간이었다. 수십개의 파란 눈이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나이 든 남성, 게다가 아시아인을 보고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잠결이었기에 용기를 내었을까. 흑인 디제이 녀석에게 "생큐" 하며 책자를 건네주고선 부리나케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제는 주말 늦은 밤이면 거실로 나와 아래층에서 들려올 한국 노래를 기다린다. 한국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을 노란 머리 젊은이들을 떠올리며 고국의 노래방에서 친구와 마이크를 나눠 잡던 즐거운 순간을 추억하는 것이다. 집 참 잘 구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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