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야기

평화가 춤춘다. 통일이다

이바구아지매 2014. 2. 4. 06:59

 

 

29381

 

 

 

 

 

평화가 춤춘다. 통일이다.


 

                        길원옥


 

  

열세 살


 

평양


 

나 그 때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전쟁이


 

남자가


 

나를 빼앗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남의 나라 식민지가 되는 것이


 

내 인생을


 

그렇게


 

긴 어둠의 시간으로 덮어버릴 줄


 

몰랐습니다.


 

 


 

감악소에 갇힌 아버지를 빼낼 수 있는 돈 10원,


 

그 돈을 벌어서


 

아버지 나오게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콩닥거렸습니다.


 

아버지를 나오게 해드릴 수 있다는 믿음이


 

나를 어른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엄마에게도, 오빠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며 내 앞에 나타난 낮선 사람을 따라 나섰습니다.


 

감악소 벌금 10원을 벌고 싶어...


 

 


 

너무 아팠습니다.


 

내게 닥치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소리치고, 구르고, 버팅기고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것은


 

구타와 고문과 감금이었습니다.


 

열세 살 어린 나이로


 

견디기 너무 힘들어


 

"엄마, 엄마" 소리쳤습니다.


 

저 멀리 평양에 있을 내 엄마에게


 

내 통곡소리가 들리기를 바라며


 

그렇게...


 

 


 

1945년 8월 15일,


 

남들은 해방이랍니다.


 

남들은 그 추운 겨울을 이겼더니 봄이 왔답니다.


 

남들은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났더니 빛이 비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겐 아버지 감악소 벌금 10원이 없었습니다.


 

다시 내겐


 

또 다른 어둠의 터널이 시작되고,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내게 10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삼팔선에 가로막힌 휴전선은


 

다시 내 고향, 내 아버지를 빼앗아 가 버리고,


 

또 다시 전쟁이랍니다.


 

와~ 와~ 전쟁을 하랍니다.


 

무기를 사들이랍니다.


 

그것이 평화랍니다.


 

 


 

아니야!!!


 

휴전선에 봄이 와야 진정한 해방이야!!!!


 

휴전선에 새벽이 와야 비로소 아침이야!!!!


 

비로소 평화야!!!


 

 


 

아 ~


 

나비가 되어 날고 싶습니다.


 

아직 해방 받지 못한 이 몸.


 

늙은 몸이지만


 

헐헐 날아 고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휴전선이 가로 막은들 못가겠습니까?


 

철조망 가시덤불에 찢겨


 

내 몸뚱아리 피투성이 된들 못가겠습니까?


 

가는 길에


 

분단도 허물고,


 

휴전선 가시덤불도 걷어치우고


 

'휴전'을 '평화'로 '통일'로 만드는 일인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열세 살 이별 이후


 

생각만 해도 아프던 내 고향, 내 아버지 무덤가에


 

감악소 벌금 10원을 내어드리며 내 손으로 아버지 해방시켜 드리렵니다.


 

 


 

아~ 보입니다.


 

저기 저 보통강 가에 놀고 있는 열세 살 철부지 길원옥이가


 

식민지의 고통도 걷어치우고,


 

'위안부'라는 아픈 굴레도 다 벗어버리고,

 

 

전쟁의 공포도 전혀 없이


 

평화롭게 친구들과 동네에서 고무줄 놀이 하고 있는 원옥이가 보입니다.

 

 

  1111번째 외치는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이솔 근현대사 알기 프로젝트 중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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